박세진 표준연 박사, 고령운전자 신체기능 연구발표…3D TV 인체영향 실험

"운전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요즘 들어 교통표지판도 잘 안보이고, 신호를 보고 판단하는 속도도 자꾸 늦어지네요. 이제 정말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집니다." 교직 정년퇴임 후 노인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이철용(70세)씨는 앞으로 운전을 계속해야 될지 고민이다. 나이 들어서도 젊었을 때처럼 운전할 수는 없을까?

"큰 맘 먹고 3D TV를 샀는데 앞으로 튀어나오는 입체감이 신기하다가도, 약간 초점이 흐려지면 눈이 너무 피곤하고 어지럼증이 느껴져요" 한달 전 3D TV를 구매한 이성희(45세) 주부는 TV를 볼 때 안경을 끼고 봐야하는 불편함도 함께 토로했다.

3D TV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김명수) 인체치수데이터센터 박세진 박사팀은 바로 이런 고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자의 운전 중 신체기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3D TV 시청 시 우리 몸의 변화에 관한 연구 자료들을 축적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인체의 외부 형태에 대한 기본 데이터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정확한 데이터 제공을 위해 인지측정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시도, 발표하고 있다.

◆ 고령자 운전 시, 청년층보다 3배 이상 더 긴장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사회의 노인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한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넘어가는 소요기간이 프랑스는 115년이 걸렸으나 우리 나라는 불과 19년밖에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회의 고령화 속도와 함께 노인 운전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6년 1만9557명에서 2007년에는 2만1134명, 2008년에는 2만304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핵가족 현상 등으로 노인 부부가 많아지고 경제력 높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노인 운전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박세진 박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운전 시 30세 전후 운전자보다 3배 이상 더 긴장한다'. 그는 "고령 운전자는 교통표지나 신호에 대한 인지반응과 처리 속도가 젊은 연령층의 운전자에 비해 늦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며 "이에 고령자를 고려한 자동차 개발 및 도로교통 환경 개선활동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층과 청년층 각 60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를 통해 운전 인지 특성을 측정한 결과, 차로변경 시 고령층의 경우 출발 때 2%였던 뇌파 중 베타파의 비율이 15% 가까이로 치솟았다. 베타파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긴장한다는 뜻이다.

같은 상황에서 청년층의 베타파 비율은 5%에도 미치지 않았다. 앞서가는 차량을 추월할 때는 고령층의 베타파 비율이 28% 안팎까지 올라간 데 비해 청년층은 5% 가량을 유지했다. 또 앞차가 급정지하거나 갑자기 끼어드는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고령층의 베타파는 출발 당시 10%를 약간 웃돌던 것이 30% 이상으로 상승했다.

청년층의 베타파 비율은 출발 때와 비슷한 7∼8%에 머물렀다. 변화폭이 클수록 긴장상태임을 나타내는 피부표면온도와 피부 전기저항도 청년층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고령층의 경우 많게는 0.4V(볼트) 이상의 변화폭을 보였다.

박세진 박사는 "실험에 참여한 고령층은 대부분 택시 운전기사였는데도 차로변경 등 상황에서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표지판만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도록 하는 등 실험을 진행, 고령 운전자들의 전체적인 운전 인지특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운전자들은 대체로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처할 수 있고 교통표지판이나 신호에 대한 인지 반응이 빠르다"며 "고령 운전자가 늘고 있고 이들의 교통사고도 해마다 급증하는 만큼 각종 운전환경이 고령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3D TV' 시청,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뇌파변화 시도 등 연구 시작

3D TV를 볼 때 두통이나 눈의 피로, 구토 증상, 어지럼증 등이 자주 발생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지상파 3D 방송을 시청한 일반인 및 전문가 141명을 대상으로 시청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 시청자의 34%는 '어지럼증이 많거나 매우 많다' 22.7%는 '상이 둘로 보이는 증상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으며 '시청 시 눈의 피로'를 지적한 경우는 47%에 달했다. 동공과 동공 사이가 넓은 외국인의 기준에 따른 입체영상이 한국인 두 눈의 교차 시차와 맞지 않는 것도 불편함을 느끼는 한 원인이다.

박세진 박사팀은 3차원(3D) TV 시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30대, 40∼50대, 60세 이상 연령대의 남녀 250여 명을 대상으로 일반 TV와 3D TV 시청시 뇌파와 심장박동, 시각 피로도, 스트레스 강도, 피부 전기저항 및 온도 등이 어떻게 달라지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은 없는지 등을 관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 2D 영상과 3D 영상 시청에 의한 뇌파/심전도 분석 예비실험결과, 3D 영상을 시청 할 때의 베타파 비율이 2D 영상을 시청할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2D 영상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안정 상태로 돌아온 반면, 3D 영상이 끝난 후에는 베타파가 영상 시청 전에 비해 약 6%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는 국산 편광식 및 셔터식 3D TV 1대씩과 외국산 제품 1대가 동원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어떤 방식의 3D TV가 좀 더 편안한지, 모든 연령대가 가장 거부감 없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기술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박세진 박사는 "성별, 연령, 시력 등에 따라 3D TV 시청 시 느낌이 다 다른데 제품은 획일적으로 생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많은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불편함의 정도가 얼마나 되고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3D TV 시청의 인체변화 측정 연구는 두 달 동안 진행되며, 조만간 국가 차원의 표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차량시뮬레이터.  ⓒ2011 HelloDD.com

▲차량시뮬레이터.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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