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천 기계연 단장, "교통 체증 심각, 자기부상열차로 해결 가능"
대전 도시철도 2호선 논란, "공감 조성 필요하지만 안타깝다"

신병천 한국기계연구원 도시형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장이 러시아에서 느꼈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통 체증이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서조차 체계적인 교통 시스템을 경험하기가 힘들었다.

2018년 모스크바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러시아에게 있어 교통 체증은 풀어야 할 최우선 숙제였다. 그들은 익숙한 불편을 이제는 편리함으로 바꿔야 할 때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신 단장은 러시아의 이같은 고민을 자기부상열차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최근 러시아에 다녀온 그는 "러시아와 원래 교류가 있었다. 교류하던 기관의 관계자들이 기계연에서 개발된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 걸 타보더니 성능이 좋다고 했다"며 "러시아의 도시 교통 문제가 심각하니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해 해결해야 겠다고 하더라. 나 역시 자기부상열차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러브콜에 신 단장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바로 달려갔다. 영어를 쓰지 않는 러시아 관계자들 덕택에 설명 자료도 러시아어로 다시 만들고, 통역을 끼고 발표를 해야 했다.

불편함을 감수한 덕에 그에게 드디어 빛이 보였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TF를 조성해 실질적인 협의를 논의해나가자는 요청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었다.

신 단장은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기술을 소개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러시아 쪽에서는 사전에 진도가 많이 나가 있었다"며 "2018년 월드컵을 하기 때문에 교통 대책이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된 상태였다. 가보니 정말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교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스크바 시장을 선거로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이 해결되지 않자 푸틴 총리가 시장을 대번에 내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신 단장은 "가서 보니 시스템이 복잡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었다"며 "자기부상열차 뿐만이 아니라 지하철과 서로 혼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신 단장이 제시한 방안은 ▲러시아에서 기존에 운영 중인 철제차륜형 열차와 자기부상열차의 차량 크기를 유지 ▲정거장의 승강장 바닥면과 자기부상열차 차량 바닥면 높이 일치 ▲궤도구조 개량공사 중 기존 열차운행을 계속하는 교통 서비스 제공 등이었다.

러시아의 교통 시스템 전체를 손보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많다. 우선 공사로 이용할 수 없는 교통 서비스 등이 제일 큰 문제였다.

신 단장은 "차량을 새 것으로 바꾸는 게 힘든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리모델링이 문제였다. 그래서 기존 철도를 쓰면서 부분을 바꿔 개통이 되기 전까지는 열차가 다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자기부상열차도 다닐 수 있도록 선로를 구축해 나가면 차근 차근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이미 자기부상열차의 견적을 신 단장에게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자기부상열차로 이름 높은 나라들이 그 대상이다.

그는 "작은 연구원 하나가 상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정부와 협조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대전의 도시철도사업이 잘 진행돼야 한다. 러시아 쪽에서도 상용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쪽에서는 실용화가 되는 것을 보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전광역시에서 도시철도와 관련해 논란이 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신 단장은 "넓은 의미에서 시민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내 바람"이라며 "첨단과학도시인 대전만큼 자기부상열차가 제일 먼저 놓여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시민들과의 공감대 조성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반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예산이나 경관성 문제 역시 타 경전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에 부딪쳐 한 발자국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노선 부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돼 모든 이들이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전시 도시철도공사는 기계연과 '자기부상열차 운영비 예측 및 운영효율화 방안'을 찾기 위한 기술 연구용역(1년, 연구비 1억원)을 체결한 상태다.

염홍철 시장은 "시의 기본안 외에도 다른 대안을 제시해 정부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최적의 대안은 시가 한 개로 거를 수도, 복수안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러시아가 반한 한국의 자기부상열차, 무엇이 강점인가?
 

▲기계연에서 운행 중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2011 HelloDD.com

신 단장은 자기부상열차의 가장 큰 강점으로 환경 친화성을 꼽았다. 레일과 비접촉으로 주행하므로 소음 레벨이 낮다는 것. 65dB 이하로 다른 고무·철제차륜의 평균 발생 소음인 71∼81dB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른 경전철의 경우 일반적인 도시 소음보다 높아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소음이 이보다 적기 때문에 방음벽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진동이 작아(0.02g 이하) 승차감이 우수하고 분진이 없어 다른 경전철보다 이점이 많다는 평가다.

주행성능과 수송능력도 탁월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등판능력이 우수하다. 철제차륜열차보다 2배 이상이 가능하며, 국선통과 능력이 우수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노선건설이 가능하다.

수송의 경우 편성당 차량구성을 자유롭게 해 다양한 수송 수요에 대처할 수 있고, 가·감속 능력이 우수해 열차 시격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탈선과 전복 및 펑크의 염려가 없다는 것도 자기부상열차의 이점으로 꼽힌다. 철제차륜열차의 경우 바퀴와 레일 손상 발생시 탈선과 전복이 우려되는 반면, 자기부상열차는 대차가 궤도를 감싸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에 탈선과 전복의 위험이 없다.

만약에 있을 사고를 대비한 승객안전성 확보의 경우 선로 중앙에 대피로를 설치, 비상시 좌·우 출입문을 이용해 중앙에 설치된 대피로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대피로가 연결된 각 정거장을 통해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으며, 정거장 간격이 2km 이상되는 구간은 교각에 지상이동을 위한 통로를 설치한다.

현재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경관 문제 역시 자기부상열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자기부상열차는 다른 경전철 기종과 달리 상부구조물에 슬라브가 없어 햇빛이 그대로 투과되기 때문에 하부의 일조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게 신 단장의 의견이다.

게다가 선로부 폭이 5.4m로 용인시의 경전철(LIM) 폭 8.5m, AGT 기종 6.5~8.8m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 중압감이 줄어들고 심플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지역민의 동의 하에 실행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경제성에서도 타 경전철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구간의 경우 일반 도심에 건설할 경우 대략 미화 3680만 달러/km(391억55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비해 국내 건설중인 타 경전철의 건설비는 3680∼4600만 달러/km(391억 5500만∼489억 4400만원)로 나타났다.

지하구간 역시 기존 중형 전철 건설비 대비해 저렴하다는 평가다. 내공 축소에 의한 공사비 절감과 최소 곡선반경과 급경사 주행 가능으로 건설비와 보상비가 절감될 수 있고, 마찰이 없는 특징으로 도심지 통과에 따른 소음 진동 대책 불필요해 기존 경전철보다 많은 부분에서 예산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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