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원의 IT컨버전스]

붐비는 지하철 속이나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전문점에서 휴대폰으로 뉴스 혹은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다. 이제 우리사회에 모바일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똑똑한 단말기 하나면 이동 중에도 인터넷 검색은 물론 뉴스, 게임,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사람은 휴대폰으로, 어떤 사람은 노트북 컴퓨터로, 어떤 사람은 내비게이션으로 동일한 서비스 및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각각의 디지털 서비스 및 제품이 기능 통합을 통해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으로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이란 숫자를 센다는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데이터의 표현, 생성, 저장, 처리하는 공학기술이다. 컨버전스는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거나 동질화 되는 현상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유·무선 컨버전스, 방송·통신 컨버전스, 통신·가전 컨버전스 등의 유형이 있다. DMB(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인터넷전화, IPTV 등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방송과 통신 컨버전스의 대표적 기술에는 핀란드의 DVB-H, 미국의 미디어플로, 그리고 일본의 One-Seg가 있지만 우리는 DMB가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DMB는 영상, 음성, 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과 같은 단말기에 전송하여 이동 중에도 방송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통신·방송 컨버전스 서비스이다.

DMB가 참으로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불만어린 말도 들은적이 있다. "DMB 단말기가 있으면 휴가 길 차가 막힐 때 교통정보를 제공 받아서 좋고, 출퇴근 시 지하철 속에서 드라마를 볼 수 있어 좋고…. 그런데 DMB가 뜨면 뭐해요 돈이 안 되는데, DMB 사업자, DMB 장비 제작자, DMB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DMB 해외사업자 모두 재정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죠." 세계 이동 방송·통신의 1 인자로 군림했던 핀란드의 노키아, 이동통신 CDMA Chip기술로 유명한 미국의 퀄컴, 그리고 일본의 엠비코가 디지털이동방송서비스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DMB는 세계 정상의 디지털이동방송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였다. 더욱이 DMB가 스마트 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에 탑재 되면서 DMB 성장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국내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World DMB 부회장으로 DMB 글로벌 확산에 기여한 결과로 베트남 TV, 노르웨이 NMTV, 그리고 멕시코 및 도미니카 공화국 등 세계 도처에서 DMB 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등장은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융합 산업의 발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DMB 글로벌 확산에 뜨거운 감자로 요구되는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DMB 글로벌 확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다양한 비즈니스 수익 모델 개발에 있다. 우리나라의 DMB 확산 모델인 무료 서비스는 정부가 DMB 방송사들에게 일정액의 광고 수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DMB 방송사들이 공익적 보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DMB 방송사업자, 이동통신사업자, DMB 장비 제작자, DMB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DMB 해외사업자 등이 서로 상생하며 DMB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DMB 유료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지만, 베트남 DMB 사업의 주체인 베트남 TV는 유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 스마트 폰 시대에 걸맞은 DMB 고도화가 필요하다. DMB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필요조건은 DMB 기술의 고도화이며, 관련 마케팅은 충분조건이다. DMB 기술 및 제품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탄생하여 성장한 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간다.

구슬이 서말이래도 꿰어야 보배듯 이무리 우리나라가 DMB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하여도 고도화 기술개발을 외면하면 DMB는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시장에서 사장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우리나라에도 지진, 해일, 폭설, 화재 등 재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재난상황을 전파하고 대처할 수 있는 재난방송 서비스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재난방송 관련 DMB 법안이 계류된 상태에 있지만 우리나라도 지진·화산 등 자연재해 안전국가가 아닌 만큼 DMB가 재난 방송으로 조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실행방안이 요구된다. 넷째, 아이폰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플을 보라.

애플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기술성과 혁신성 그리고 창의성을 고루 갖춘 기업이다. 경쟁사가 하지 않는 것, 경쟁사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애플의 기질은 애플이 창의적이고 혁신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대학은 학제간의 벽을 낮추고 서로 연계, 합력하여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걸 맞는 창의적인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전념하여야 한다. 어찌 되었건 영원한 1등과 꼴찌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지식융합사회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의 5%를 차지하는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아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은종원 교수 2011 HelloDD.com
은종원 교수는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취득 후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여 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재단 국책사업단 우주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남서울대학교 정보통신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월드 DMB포럼' 부회장으로 지상파 DMB 확산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통신위성 우주산업연구회에서 과학문화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은종원의 IT 컨버전스'를 통해 IT에 기반한 다양한 융합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서 융합사회로의 전환됨에 따라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과 문화와 과학의 융합에 대해서도 언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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