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선진화 로드맵 1차 결과…14일 1차 컨설팅 마무리
15일 각 기관마다 미션 피드백…"10년간 해야할 일 담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강소형 연구조직화 1차 평가에서 어느 연구소가 좋은 성적을 받았을까. 평가를 주관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가장 주목한 곳은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오헌승)과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유태환)이다.

출연연 강소형 연구소 발전 로드맵 1차 컨설팅이 지난 14일 마무리된 가운데, 새로운 조직보다는 기존 조직을 리모델링하는데 집중했던 화학연과 전기연이 자문위원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출연연 강소형 조직화 평가는 좋은 성적을 받을 경우 우선적으로 정년 연장·블럭펀딩 지원 등의 혜택이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합격을 받을때까지 인센티브가 부여되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연구현장마다 초미의 관심사다.

국과위 관계자는 "이번 1차 평가에서 전기연과 화학연이 강소형이라는 본래 취지를 잘 살려 조직화 방안을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화학연의 경우 3개 연구본부, 14개 연구센터, 4개 연구팀이었던 조직을 2개 연구소, 3개 연구본부, 13개 연구센터, 4개 연구팀으로 조직체계를 변화시켰다.

김성수 화학연 선임연구본부장은 "화학연의 경우 3년 전부터 조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개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것이 이번 강소형 연구소 전략과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학연 조직 개편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32개 연구팀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13개 센터로 개편했다. 32개에서 13개로 대규모 축소를 하면서 당연히 무리수를 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처음 3년 정도 운영하면서 주요 사업들을 집중화 시키는 쪽으로 진행시켰다"며 "초창기에는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전보다 더 효율성을 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차 개편을 시도했다. 기존 조직을 본부체제로 바꾸고, 특성화된 연구 사업 부분을 팀으로 신설했다. 이번 정부의 강소형 연구소 로드맵 마련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개편 전략을 짰고, 최종적으로 2연구소, 3연구본부, 13개 센터, 4개 연구팀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미래를 위한 조직으로는 융합본부가 신설됐다. 화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끌어모아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미래형 조직인 셈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의 사이트랩과 연계할 수 있게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화학연이 야심있게 추진하고 있는 '조직성과관리시스템'과 'KRICT 2020', 'KRICT OASIS Project'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화학연 조직성과관리제도의 특징 중 하나는 성과목표별로 부서별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협력 부서를 명기해 업무를 추진하고 평가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또한 분기별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성과지표 관리를 하고, 연말에는 목표의 적절성, 달성도, 관리 프로세스, 경영목표 기여도 및 효과성 중심으로 부서별 조직성과평가를 실시, 이를 개인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평가를 잘 받으려면 인건비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다보니 과제를 많이 따러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없애버렸다"며 "대신 연구에 대한 비율을 높였다. 연구의 질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원 자체 연구개발적립을 사용해 새로운 원천기술을 창출한다는 개념의 'KRICT 2020', 'KRICT OASIS Project' 역시 기존의 틀을 깼다는 의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연은 2개 연구소(스마트그리드 연구소, 전력시험연구소), 1개 연구본부(전기융합연구본부)로 개편하는 안을 냈다.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조직체계를 단순화시켰다. 연구조직은 50명 이상의 임무형과 융합형 조직으로 나눠 이원화했고, 임무형 조직에 연구인력의 70%를 투입하는 등 자원을 우선 배분했다.

이홍실 전기연 미래전략실장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포기해야 할 분야를 제시했다. 강소형으로 가려면 많은 분야를 정리하고, 한 부분에 집중해야 했다"며 "포기 분야를 3가지로 나눠 전략을 세운 점을 자문위원들이 높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목표지향적으로 가되, 연구본부는 시드형 연구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연구소에 대부분의 정부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곳인 연구본부로 사람이 몰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며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연구본부에서는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연구를 하고 싶으면 외부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 비서관은 "3차까지 발표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향후 주어진 미션은 변함이 없다. 각 연구소의 10년간 발전 방향에 따라 해야 할 일을 그리고 있는 것 뿐"이라며 "1차 발표 결과 화학연과 전기연의 전략이 짜임새 있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과위는 각 출연연이 제출한 로드맵을 ▲거대공공 ▲녹색자원 ▲생명복지 ▲첨단융합▲주력기간 등 5개분야로 나눠 컨설팅한다. 컨설팅은 총 3차례 진행되며, 3차 컨설팅 이후에도 로드맵이 마무리 되지 않는 기관에 한해 현장 착근을 통한 자문을 수행한다.

1차 컨설팅은 지난 14일 마무리했으며, 현재 각 출연연을 대상으로 미션에 대한 피드백이 주어진 상태다. 출연연 강소형 연구소 발전 로드맵 2차 컨설팅은 18일 진행되며, 3차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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