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실험실 현장 탐방'
에너지 위기에 빠진 지구…"미세조류가 구한다"

왜 이렇게 어둡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다가온 첫 느낌이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갖가지 연구 장비들이 늘어져 있고, 여러 가지 유기용매들이 후드 안에 비치돼 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좁은 공간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연구원과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사각거린다.

다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표현해도 될런지...KAIST(한국과학기술원) 응용공학동에 위치한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양지원)의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간 미안한 기분이 들 정도의 인상기다.

하지만 연구실이 특별히 어두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경제적인 미세조류 배양법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양지원 교수팀은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 뿐만 아니라 광합성을 하지 않는 미생물로부터도 바이오연료를 얻고자 탐구 중이다.

빛과는 상관이 없으니 빛을 주지 않고 배양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LED광을 사용해 빛과 어둠을 다른 주기로 쬐여 주면서 최소한의 빛으로 미세조류를 배양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있다.

미래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폐수에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폐수에 배양을 하면 미세조류가 자라나면서 폐수가 내포하고 있는 질소와 인 성분을 영양분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수처리'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폐수를 정수하는 경비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미세조류는 기후 변화를 막는 방패막이며 에너지문제의 대안이다. 지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케 할 에너지로서의 바이오매스이기 때문에 더 세심한 연구가 요구된다. 다양한 조건 하에 미세조류 배양 연구를 시행하고 있어 연구원들에게는 밤과 낮이 따로 없다.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있는 모습. 녹색이 아닌 갈색을 띠고 있는 액체는 폐수다. 폐수에 배양을 하면 미세조류가 자라면서 폐수내의 질소와 인 성분을 영양분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수처리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2011 HelloDD.com

◆ 미세조류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 "환경보호와 높은 에너지 생산효율 때문"
 

▲현미경으로 미세조류가 만드는
지방질이 많은 균주를 스크린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은 원유 원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했던 석유화학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에너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조직됐다.

바이오매스란 나무나 미세조류 등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생물체며, 생물체(바이오매스)를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메탄이나 에탄올, 수소 등 바이오매스에너지를 채취할 수 있다.

연구단이 세대별 바이오매스 중에서도 특히 미세조류 연구에 주력하는 이유를 들어보자. 설명에 따르면 태초에 지구상엔 산소가 없었다. 당시 지구상에 퍼져 있던 유일한 생물은 미세조류.

이들은 CO2와 햇빛을 이용해 자라며 CO2를 산소로 만들어 냈다. 그로 인해 지구상에 산소가 생기면서 점차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인류가 발전하면서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고 이를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어느덧 지나치게 많이 발생된 CO2는 지구온난화를 촉발했다. 자연히 우리 인류는 생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다시 지구상의 CO2의 양을 떨어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하나.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CO2를 소비하면서 CO2를 저감시키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탄소가 증가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태초에 인류를 탄생시킨 생물, 미세조류가 21세기에는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줄 생물로써 선택된 것이다.

◆ 아직은 기초연구 단계…"앞으로 10년이면 바이오매스 상용화 된다"

현재 양지원 교수팀의 연구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미세조류 등 바이오매스를 개량하고 개발하는 단계, 대량으로 배양하고 수확하는 단계, 그리고 수확한 것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단계 등으로 진행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근간인 미세조류를 개량하는 기초연구부터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미세조류의 조건은 두 가지다. 우선, 미세조류가 빨리 자라는 동시에 함유하고 있는 지방질 양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생물의 특성상 성장속도가 길수록 에너지 함량이 높고, 성장속도가 짧으면 에너지 함량이 낮기 때문에 성장속도와 에너지함량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유전공학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세포막이 얇아야 한다. 미세조류의 막을 깨야 그 안에 있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막이 얇을수록 막을 깨는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이 현재 연구단이 극복해야할 핵심과제다.

연구실 한쪽에서는 현미경으로 미세조류가 만드는 지방질이 많은 균주를 스크린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이상적인 미세조류를 개량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는 것. 다양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미세조류를 지방질이 높은 균주로 개량하고, 동시에 세포막이 얇게 개량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있다.

유전자 조작 과정을 거친 미세조류는 발효기와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된다. 연구원들은 시간에 맞춰 배양중인 미세조류의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한다. 성장속도와 지방질 양을 확인해 최적의 상태를 찾는다.

그렇게 배양된 미세조류로부터 지방산을 추출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GC(Gas Chromatography)등의 분석 장비를 활용한다. 미세조류가 CO2를 활용해 실제로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을지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상적인 미세조류가 배양될 시에는 대량으로 배양하고 수확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수확한 것을 실용화해야 한다.

▲미세조류나 미생물을 배양하기 위한 발효기. ⓒ2011 HelloDD.com

▲미세조류로부터 지방산을 추출하기 위한 장치. ⓒ2011 HelloDD.com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 ⓒ2011 HelloDD.com

▲미세조류로부터 추출한 지방산을 분석하기 위한 GC (Gas Chromatography)와 부대장비. ⓒ2011 HelloDD.com

▲미세조류를 배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미세조류 배지(밥)이나 기타 배양을 위한 장비들을 멸균한 후에 보관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미세조류를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지방질이 높은 균주로 개량하기 위한 스크린 과정 중. 선을 그어서 만든 격자 안의 하나하나의 균주들은 유전자가 각각 다르게 변형된 균주들이다. ⓒ2011 HelloDD.com

▲양지원 단장. ⓒ2011 HelloDD.com
바이오매스에너지개발연구는 세계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전 세계 바이오매스 연구자들은 앞으로 10년이면 바이오매스가 상용화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원 단장은 일찍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나타나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불가피한 개발과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환경을 목격하며 과학자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온 그는 성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바이오매스를 주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해 국내 유수의 바이오매스 연구원들을 모아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을 출범했다. 그는 "21세기에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한정된 에너지에 있다"며 "환경과 에너지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이오매스"라며 바이오매스연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양 단장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인공적으로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면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자연히 기술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에 대한 강한 소신과 의지를 밝혔다.

▲양지원 교수팀. (뒷줄 왼쪽부터)문명훈, 박원근 학생, 최윤이 연구교수, 유거송 학생 (앞줄 왼쪽부터)레샤 , 황혜민, 박수정 학생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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