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정책연구센터, RTP B&B 초청 좌담회 개최

생명정책연구센터(센터장 현병환)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 州) 현지에서 RTP(Research Triangle Park) 지역 한인 생명공학자들을 초청, '동남부지역 재미과학기술인들과 국내 바이오계의 네트워크 증진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용호 GSK(GlaxoSmithKline: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박사, 문항식 신젠타(syngenta) 박사, 박종배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의대 교수, 김성우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교수, 황선일 캐롤라이나 메디컬센터(Carolinas Medical Center) 박사, 황성용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박사 등 산·학·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과학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제2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RTP는 유수의 대학과 기업들이 집적돼 있고, 특히 바이오 분야 연구가 발달돼 있다. 이 지역 바이오 분야 한인과학자들의 모임인 RTP B&B(Bioscience and Biotechnology Meeting)에 따르면 학생과 연구원, 기업인 등을 모두 포함, 500여명의 한인과학자들이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RTP B&B 모임은 동남부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 국내 바이오계와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RTP B&B에는 바이오 선진국가의 경험을 배운 인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 "지금 한국 바이오산업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
 

▲김용호 GSK 연구원(좌), 문항식 신젠타 연구원(우). ⓒ2011 HelloDD.com

기업인을 대표해 좌담회에 참석한 김용호 박사와 문항식 박사는 한국이 신약개발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호 박사는 국내에서 임상약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유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에서 약사로 근무했다.

이후 2002년 세계적인 제약회사 GSK에 입사, 신약 개발과정에서 동물실험 후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임상약물동역학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문항식 박사는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재직하다가 도미(渡美), 현재 종자·농약·살충제 분야 다국적기업인 신젠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용호 박사는 "미국에 와서 제약업계에 10년 넘게 있으면서 느낀 건 한국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제약회사 연구원보다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산업계 연구원의 숫자가 제일 적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산업계 내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GSK도 노벨상을 받긴 했지만 논문·특허보다는 상품이 우선인데 반해 한국 제약회사는 특허는 많이 내는데 다음에 산업화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산업화 경험을 받아들이는 건데 학교와 달리 산업계는 교류가 더 힘들고 이미 산업계에 사람이 꽉 차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람을 유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컨설팅이나 교육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여기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부분은 정부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그런 활동을 할 경우 회사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 기업보다는 정부기관에서 요청한 경우 훨씬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문항식 박사는 현황에 대한 분석을 먼저 했다. 문 박사는 "한국의 과학 수준이 매우 높아져 이제는 해외쪽이 연구의 아이디어에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도와줄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특히 프론티어사업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생식물사업단에서 목표를 처음부터 신약이 아니라 종자은행을 통해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박사는 다만 "화려한 논문과 특허에 비해 산업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올해 신젠타에서 출시한 상품은 18년 동안 2400억원을 써서 개발한 것인데 한국에서 그런 계획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또 종자 하나를 수출할 때 나라마다 허가 과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에 이에 대한 진행 계획이 확실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기존까지의 연구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박사는 "앞으로의 교류는 재미과학자들이 한국의 아이디어를 배우고, 미국에서 쌓은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학·연, "산업화 인재 무조건 데려가지 말고 양성할 생각도 해야"

학·연을 대표해 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인적·물적 교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현재 산업화 경험을 가진 미국의 한인과학자들을 무조건 데려가기 보다는 현지에서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대신 산업계에 종사하는 재미과학자들과의 교류와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박종배 UNC 의대 교수(좌), 황성용 NIEHS 박사(우). ⓒ2011 HelloDD.com

박종배 교수는 "재미과학자들을 무조건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려는 것보다는 그들이 본연의 위치에서 경력을 계속 쌓아가도록 하고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워준다는 접근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수한 의대생들을 뽑아 그들이 병원에 직장을 잡아도 진료와 함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월급의 75%를 지원해 연구자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미국의 제도를 예를 들며 "미국의 직업안정성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정부에서 한국의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산업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성용 박사 역시 "최근 한국에서 산업화 경험을 가진 재미과학자들을 스카웃하려 하는데, 젊은 과학도들이 미국 산업계에서 경험을 쌓도록 양성하는 일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미국 산업계는 직업 안정성이 낮기 때문에 스스로 특정 위치에 오른 사람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려는 건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현재 유학 온 학생들은 미국 내 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고 산업계로 진출한 박사후연구원들은 정책적으로 보조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이 한국에서 연구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미국에서 직업을 잡기가 매우 쉬워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선일 캐롤라이나 메디컬센터 박사(좌),김성우 NCSU 교수(우) ⓒ2011 HelloDD.com

김성우 교수는 "한국에서 동물과학을 전공하고, 미국대학에서 바이오분야에 10여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주로 공학계통에 한국인 과학자들이 대학에 위주로 자리를 잡았으나, 최근 5년사이에는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미국 대학에 자리를 잡고 있다"며 "미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한국의 과학정책에 대해 알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미과학자들을 한국의 연구과제 심사에 활용하면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재미과학자들한테는 조국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선일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에는 학계와 산업계 중간 정도의 연구를 하고 있는 헬스케어(healthcare)나 메디컬(medical) 연구소들이 많다"며 "직원이 3만7000 명에 연간 900만 달러의 예산을 쓰는 큰 연구소도 있지만 작은 연구소들도 꽤 있다"고 소개했다.

황 박사는 이어 "최근 여기 분위기가 한국에서 학위를 한 연구자들이 나오는게 힘들어졌다"며 "비자심사 비용에 5000 달러 정도가 더 들어가니 병원에서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에서 큰 연구비가 열려 국제공동 자원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연구보조금을 외부로도 열어 국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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