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선진화 로드맵 2차 컨설팅 마무리, 3차 21일 진행
생명연-KAIST, 해양연-해양대 통합 논의 솔솔…교과부에선 '부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가 주도하는 출연연 강소형 연구소 발전 로드맵 컨설팅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정혁)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그리고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과 한국해양대학교(총장 오거돈)의 통합을 각각 추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생명연 내부 관계자는 "교과부가 KAIST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과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연구소와 대학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상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물리적으로만 합쳐서 될 게 아니다. 이전에도 그렇고 성공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먹히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KAIST는 공룡 집단이다. 생명연과 합쳐서 어디가 죽겠는가. 두 기관이 합쳐지면 한 기관이 죽을 수 밖에 없다. 예전에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져 과기부는 죽었다. 처음에는 시너지 효과낸다고 하고, 과학을 우대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뻔했다"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결과는 3년 전과 똑같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다. 생명연과 해양연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출연연 전체가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그는 "이것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밥그릇 싸움이 아닌 전문성을 살리자는 몸부림이다. 엄연히 국책 연구기관인 만큼 주어진 미션이 있는 기관들이다. 그것을 물리적으로 통합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생명연과 해양연이 샘플 케이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출연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통합 추진은 대학과 출연연의 시너지가 아닌, 대학 산하 기관으로 출연연을 배속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생명연의 경우 KAIST 부설연구소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는 일각에서 생명연과 해양연 외에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와 서울대학교(총장 오연천)의 통합까지 설왕설래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관계자는 "3년 전 생명연과 KAIST 통합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을 때 연구원 쪽에서는 확실히 물건너 갔다고 생각했는데, 정부에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 장관은 풀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통합에 대한 부분을 직접 챙기면서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 분명히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대학과 출연연을 묶으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 조차 이번 일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전 사례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기관과 기관의 통합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과부는 통합 추진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통합 추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출연연 별로 조직개편이 과제인 상태인데, 통합 부분은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출연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화 준비를 하고 있다. 국과위와 함께 추진 중이기 때문에 겹치는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교는 물론, 출연연 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과위까지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통합과 관련해 압박이 점점 세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교과부 통합 추진과 국과위 강소형 연구소가 전혀 연관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강소형 연구소 하면서 강한 연구소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넣어버리고 핵심이 빠진 연구소를 대학과 통합시키려는 것 같다"며 "안정적인 환경은 커녕 불안하고 집중이 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연구를 해서 성과를 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과위 관계자 역시 "잘 모르겠다. 교과부 이야기는 들었지만 비공식적으로 하는 작업이라 공식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 공식화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코멘트 할 것도 없다. 그런 작업을 같이 하고 있지도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과위가 주도하고 있는 출연연 강소형 연구소 발전 로드맵은 21일 3차 컨설팅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정부의 강소형 연구소 개편 확정을 앞두고 20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정부가 출연연 법인은 그대로 두고 내부 조직을 50~60개 내외의 연구소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출연연과 소통하라"며 "지난 3년동안 출연연을 변화시킬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임기말에 무엇이라도 보여주겠다는 요령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강소형 연구소 개편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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