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이산 인근 기업들 땅 못구해 '발 동동'
"대덕특구 관련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회사는 덩치가 커졌는데 부지는 녹지에 묶여 그대로이니 답답합니다." "장비 등의 특성상 건물 증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데 이를 어찌해야 할지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대덕 벤처들이 기업 성장에 따른 시설확충이 시급하지만 관련법상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성이산 자락에 위치한 기업들의 부지가 대덕특구로 지정되고 관련법상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이면서 새로운 건축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시설 확충의 시급성에 따라 울며겨자먹기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이에 따른 추가비용이 가중되고 있다.

한 기업은 생산 라인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기존에 확보해둔 8264m²(2500여평)의 녹지에 대해 부지 변경을 신청했다. 해당 구청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승인이 가능하다는 구두 답변을 해왔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대덕특구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연구개발특구와 사전 조율이 필요한 지역. 기업은 다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부지변경을 요청했다. 대덕특구 담당자에게서 온 답변은 의외였다.

"지경부 고시지역으로 이미 녹지로 조성이 끝나 법 규정상 변경이 안된다. 부지 변경을 하려면 지경부에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쪽에서 지경부에게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하기가 쉬운 일인가. 신청을 한다해도 답변이 돌아오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린다. 보다 못한 지역지원 관계자들이 특구에 중개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

결국 기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구입한 부지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정도된 기존 건물 2동을 철거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 여러번 요청을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규정에 없어 어렵다'는 내용으로 일관했다"면서 "물론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되지만 절충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 특성상 장비이동 문제가 있어 건물 증축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기업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기업 관계자는 "2층 이상으로 증축공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층 이상으로 중량물(매우 무거운 실험 장비 등)과 기타 기계생산 라인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중량물들이 배치되는 클린룸을 설계중인데 현재 답보상태에 면치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결국 2층 이상은 사무실 용도로 증축만 가능한데 당장 필요한 것은 시설쪽이다. 임야를 개간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예 기업연구소 등 주요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하면 당연히 건물 신축과 증축이 필요한데 특구로 지정되면서 도리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어느정도 규모가 커지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누굴 위한 특구인지 궁금하다"며 격앙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 역시 "당시 특구본부와 상의를 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구도)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특구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담당자가 여러번 바뀌어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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