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레코켐, 바이오니아, 파멥신 등 성과 솔솔~
기술력·자신감으로 무장·…해외 인력 활용 필요

바이오산업에 기업의 미래를 건다-. 한국 사회의 미래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첨단 산업 중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가 빠지는 적이 없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생물 자체의 특성 또는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높여 유용한 물질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다.

이들 결과물은 실험실에서의 끝없는 시행착오와 오류 끝에 탄생한다. 하지만 의약품, 화학, 식품, 소재는 물론 식량 증산이나 에너지 절약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개발에만 성공하면 확실한 보상이 뒤따르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에 눈뜬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바이오 산업분야가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물질을 개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 누구도 함부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하나로 한 우물을 파며 신약개발과 새로운 물질 연구에 매진해온 대덕의 바이오벤처들이 하나 둘 성과를 내기시작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미래 먹을거리, "한 우물 파면 가능성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파멥신, 펩트론, 바이오니아, 제노포커스 등. 최근 새로운 물질과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임상에 돌입했거나 임상을 마친 대덕의 바이오벤처들의 이름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잠시도 한눈 팔지 않고 한 분야에 집중한 성과를 지금 한창 기업실적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들 바이오벤처 역시 기업 운영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여건 변화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수십번씩 오가며 인고의 세월 끝에 마침내 성공 바이오벤처 반열에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펩타이드 단백질 전문 바이오벤처 펩트론(대표 최호일). 1997년 국내 최초의 펩타이드 전문회사로 출발해 전자동 펩타이드 합성기와 효율적인 펩타이드 합성 기술로 세계 무대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30여개 국에 펩타이드를 수출 중이다.

또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대기업에 이전하는 성과를 올리며 바이오 벤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바이오니아(대표 박한오)는 유전자 기술 전문기업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 감염을 신속·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진단 키트인 'RT-PCR kit'를 국내 최초로 선보여 이미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분자진단 플랫폼인 '엑시스테이션(ExiStation)'과 'ExiStation HT' 분자진단시스템을 선보여 다시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대표 김용주)는 2006년에 설립돼 비교적 늦은 출발을 했다.

합성신약을 기반으로 항생제, 항응혈제, 항암제 3개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바이오 신약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이미 미국의 대기업에 항생제 라이선스 이전을 추진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상장을 앞두고 어느 기업보다 분주하다.

파멥신(대표 유진산)은 항암 항체 치료제 전문 바이오벤처. 성장 인자 수용체, 듀얼 타게팅 다기능의 차세대 플랫폼, 완전 인간 단클론 항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최근 파멥신은 인간 체내에 거부감이 없는 '완전인간항체'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력으로 고형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갔다.

올해로 창업 11년째를 맞는 '제노포커스(대표 김의중)'는 국내 유일의 효소 전문기업. 효소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로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로부터 효소를 납품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제노포커스가 납품할 제품은 성인병 약품 제조 시 사용되는 바이오 촉매 효소다. 기존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해 왔던 분야로 틈새 시장조차 뚫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다.

◆바이오 산업은 '기다림'의 연속…투자자의 의식 변화있어야

그렇지만 모든 바이오벤처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도 국내 바이오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이 설립된 시기는 2000년 전후로 당시 한창 창업 붐이 일어났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기술력과 자신감으로 바이오 기업을 설립했다. 관련 투자회사들도 등장하면서 바이오 벤처들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관련 연구자들의 과도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황우석 박사 사태와 같은 연구 결과 조작 등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떠났고 그들이 가는 길에는 차가운 날씨에 낙엽만 흩날릴 뿐이었다.

그후 국내의 바이오벤처들은 긴긴 겨울을 맞이해야 했다. 2009년 말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은 850여곳. 근무 인력만 2만여 명이 넘는다. 이 중 매출 발생 기업은 560여 곳이지만 여전히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도 300여곳에 이른다.

외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기업은 절반도 안된다. 그나마 민간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 인프라가 풍부한 대덕의 바이오벤처는 70여 곳으로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덕의 바이오벤처 역시 20여곳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로 어려움 속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으로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초기에는 야심차게 도전하지만 신약 개발이나 물질 발굴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바이오벤처 중 80% 정도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당초 연구분야까지 바꾼 경우도 있다. 이름은 바이오벤처인데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제품을 수입해 판매 하는 등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바이오분야는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투자자들이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이오벤처인은 "국내 투자자는 짧은 시간안에 성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신약물질 후보 등은 임상 등을 거쳐야 하므로 짧은 시간 안에 이거다 하고 내 놓을 수가 없다"면서 "투자자들이 개발 물질에 대한 확신과 믿음으로 기다려 주면 더디지만 결국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과를 내면 매출로 이어지는건 어렵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세계 추세는 '바이오', 중간관리자 양성 시급

바이오산업은 의약, 화학, 식품, 환경, 에너지, 정보 서비스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가장 많이 주력하는 분야는 신약개발 분야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보다 관련 벤처들이 개발한 물질의 라이선스를 이전받는 방식을 택하면서 신약개발 벤처들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새로운 에너지의 필요성에 따라 바이오매스로부터 전환공정을 거쳐 대체 연료 물질을 개발하는 작업에 선진국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중이다. 국내 역시 각 사업단을 통해 바이오 대체연료 개발에 주력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유전자 관련 분석 서비스 산업도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외국에 비해 출발이 늦은 편이다. 최근 대기업에서 뛰어 들면서 미래 먹을거리로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지만 관련 전문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바이오 벤처인들은 "정부에서도 전략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국내 중간관리자가 절대 부족하다. 최근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약 기업에서 많은 해고가 있었다. 그들을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해외 인력 활용을 타개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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