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매해 프로그램·참가자 수 100% 이상 증가
국책연구원 참여로 신뢰 확보…융합 교육으로 차세대 인재 양성 기대

매년 8월이 돌아오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연례행사처럼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는 것이 다양한 캠프 행사다.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캠프부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분하에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영어캠프, 경제적 관념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심어놔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금융캠프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인생 성공을 위한 필수 스팩들로 여겨지는만큼 부모들로서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이 주관하는 '주니어닥터(과학기술 청소년 박사)'도 여름방학 캠프 중의 하나이지만 기존의 것들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한다. 단순한 스팩 차원을 떠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캠프는 특구 내 첨단 인프라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해, 어렸을 때부터 관찰력을 배양하고 사물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학원 과외식 캠프와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관들이 연계해 개최하는 행사로 신뢰성을 보장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진행된 수리수리마수리 프로그램. ⓒ2011 HelloDD.com

▲창의력 쑥쑥 포디프레임으로 무동력자동차 만들기. ⓒ2011 HelloDD.com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의 교육 정책과도 맞아 떨어지는 주니어닥터 캠프행사는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화두에 발맞춰 과학은 물론 공학과 기술, 예술 등 다방면에 걸친 융합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길러내고, 차세대 인재들을 양성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이라고 불리는 교육 과정의 실용적 접근을 통해 미래 사회의 새로운 인재상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은 17일부터 '융합인재교육(STEAM) 파이오니어(선도 교원) 양성과정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STEAM 교육의 확대 적용을 대비해 시·도 교육청 별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교원, 즉 파이오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일선 학교에서 STEAM 수업모델 현장 적용과 개선사항 도출, 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 교사 및 학부모 대상 관련 연수의 강사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부모들이 이런 움직임을 놓칠 리 없다. 다른 어느 과학교육 과정보다 컨텐츠가 풍부하면서도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무료' 과학캠프인 것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주니어닥터는 매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만남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각 연구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프로그램을 마칠 때마다 주니어 닥터 수첩에 스탬프를 받는다. 이를 심사해 일정 기준 이상 참여한 학생은 연말에 '주니어닥터(Jr. Doctor)·수퍼주니어닥터(Super Jr. Doctor)' 인증서를 받게 되는 방식이다. 5회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은 주니어 닥터 인증을 얻게 되며, 슈퍼주니어닥터는 보다 많은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주니어닥터는 이후 4년간 진화를 거듭해왔다. 우선 제일 큰 변화는 기관들과 학생의 참여 확대다. 초기에는 특구 내 6~7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이 운영됐었다. 총 프로그램 수는 42회로 참가자는 1538명에 달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과학캠프로서는 기록적인 참여 열풍이었다. 시범 운영됐던 첫 회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때부터 주니어닥터는 일약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과학기술계의 대표 과학캠프로 자리잡았고, 참여 열풍 역시 급증세다. 선착순 모집인 탓에 하루 전부터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있을 정도다. 2009년에는 프로그램이 130회로 첫 회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참가자도 전회보다 2배 이상인 382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10회 프로그램에 7395명이 참여했고, 올해에는 294회 프로그램에 참가자는 9000여 명이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매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금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주니어닥터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찾아 봤다. 대부분 체험과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미꾸라지 해동실험 ▲기초연-인체의 신비:근육 속 개미들의 하루일과 ▲엑스포과학공원-마술속의 과학원리 찾기:나도 마술사 수리수리 마수리 ▲국가핵융합연구소-플라즈마를 가둬라:자기장 및 초전도자석 원리 이해하기 ▲한전 전력연구소-미니발전소 만들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신기한 소리의 세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미래의 인공지능 이야기 등이 꼽혔다. ◆ 냉동인간의 원리를 찾아서…"미꾸라지가 얼었다 살아났어요"

▲"미꾸라지가 살아났어요." ⓒ2011 HelloDD.com
미꾸라지들이 꼬물 꼬물 거리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학생들. 살아있는 미꾸라지 한 마리를 하얗게 김이 피어오르는 액체질소에 넣으니 3초 만에 얼어버린다. 잔인한 모습에 눈을 가리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내 물 속에서 살아나는 모습에 박수를 친다. 생명연의 미꾸라지 해동실험은 주니어닥터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년 신청하려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다. 미꾸라지 해동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최상행 생명연 박사는 "냉동인간을 만드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 없으니 미꾸라지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다. 실험동물에 대한 것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동인간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에팅거 박사가 공식적으로 확립해 발표, 냉동인간에 대한 논란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1967년에는 첫 냉동인간이 생겼고,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몇 백명의 인간이 냉동인간이 됐다. 최 박사는 "아이들에게 냉동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희망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현재는 못 고치지만 미래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냉동인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람을 냉동하는 건 수분을 뽑아주면서 냉동 보존액을 넣으면 냉동인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조직이나 세포를 완벽하게 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태로, 아직까지 깨어난 사람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꾸라지 역시 같은 원리로 실험이 진행된다. 수분을 빼내거나 냉동 보존액을 넣는 등의 복잡한 실험 대신 간단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실험으로 대체했다. 그것이 바로 액체질소를 이용한 실험이다. 영하 198도 정도되는 액체질소에 미꾸라지를 집어넣으면 바로 얼어버린다. 그 상태에서 학생들은 미꾸라지를 관찰하게 된다. 얼어버린 미꾸라지를 물에 집어넣으면 다시 깨어나 꾸물거리는 미꾸라지를 발견할 수 있다. 생명연은 학생들이 한 번씩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미꾸라지 한 마리씩을 제공한다. 최 박사는 "눈 앞에서 분명 몇 초 안돼 얼었던 미꾸라지가 다시 깨어나는 모습에 학생들이 신기해 한다"며 "실험에 대한 목적을 기억하고, 이후에 다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근육 속 개미들의 하루 일과,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스럽다"

▲현미경으로 찍은 이미지를 보고있는 학생들. ⓒ2011 HelloDD.com
기초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제일 학생이 몰리는 프로그램은 인체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찍어보는 '인체의 신비, 근육 속 개미들의 하루 일과'다.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전문가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전자현미경을 직접 다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나노레벨 수준으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으로 근육 속의 단백질을 관찰하고 이미지를 직접 찍어보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정현석 기초연 박사는 "몸 속에 얼마나 중요한 단백질이 많은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근육 속에서 움직이는 중요한 단백질들을 개미라고 표현한다"며 "개미가 평소에 부지런히 움직이듯이, 몸 속의 단백질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심장을 뛰게 한다. 이 같은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세포를 관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는 국가 대형장비를 직접 활용해 본다는 데 큰 가치를 둔다는 게 정 박사의 설명이다. 한 명의 예외 없이 현미경을 통해 관찰을 하고, 이미지를 찍어낸다. 정 박사는 "가끔보면 연구하는 사람보다도 이미지를 더 잘 찍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20명 정도가 함께 하는데, 어떤 학생들은 학술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을 찍어서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전자현미경은 이 분야 박사 학위자들도 제대로 접해보기 힘든 대형장비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영역을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을 통해 접해 볼 수 있다는 데 학생들은 흥분하게 마련이다. 그는 "전자현미경의 쓰임새와, 우리 몸 안의 단백질의 움직임과 활용에 대해 이해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 손 안에 인공태양이?…체험으로 알아보는 플라즈마 원리

▲핵융합연에서 인공태양원리를 배우는 학생들. ⓒ2011 HelloDD.com
"우와, 자석이 공중부양해요." 투명 막대 속 자석의 움직임에 신기해 하는 학생들. 일제히 그들의 손이 바빠진다. 핵융합연에서 진행되는 '플라즈마를 가둬라 : 자기장 및 초전도자석 원리 이해하기' 현장의 모습이다. 학생들이 할당된 전자석 조립 킷을 이용해 자석이 든 투명 막대에 구리선을 감자, 막대 속 자석이 구리선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촘촘히 감은 구리선의 양 끝을 사포로 문지른 뒤, 벗겨진 부분을 전선 끝에 연결했다. 전선에 이어진 전지케이스에 건전지를 넣자, 막대 속 자석이 감긴 구리선의 위치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구리선을 흐르는 전기가 자기장을 발생시켜 투명 막대 안의 자석이 반응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자기장 원리를 직접 체험해 보면서 핵융합이 발생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들을 몸으로 습득했다.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강연도 함께 진행됐다. 핵융합에너지를 발생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 상태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플라즈마의 정체인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상태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실험자가 플라즈마 현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도넛모양의 투명 유리통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전원을 눌렀다. 전자파가 플라즈마 현상을 일으켜 형광등의 불을 밝힌다. 플라즈마 현상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다. 이날 캠프에 참석한 한 아이의 부모는 "플라즈마를 배운 것이 참으로 즐거운 기억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책만 읽히는 것과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 "타이어의 과학적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워요"

▲타이어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표정이 하나같이 심각하다. ⓒ2011 HelloDD.com
민간기업 연구소 중 유일하게 주니어닥터에 합류한 한국타이어중앙연구소는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타이어과학 프로그램 체험을 준비했다. 모두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번 주니어닥터에서는 운송수단의 구성 요소인 타이어의 역사를 비롯해 기능, 종류, 제조방법을 알아보고, 타이어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와 미래의 타이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특히 타이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모형 블럭차량에 타이어를 조립하는 프로그램과 타이어를 연구개발(R&D)하는 연구소의 각종 시험 장비를 둘러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한 이날 손창영 수석연구원은 '동그라미 속에 숨겨진 타이어 이야기'라는 주제로 청소년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타이어에 대한 강의시간을 마련해 학부모 및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안명헌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부문장 전무는 "올해 처음으로 주니어닥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며 "더 많은 우리의 꿈나무들에게 타이어의 숨겨진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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