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대표, 기술·사업 차별화 '지속성장 자신'
"자존감·창의성 갖춘 인재라면 언제든 환영"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했던 이현재 엔바이온 대표. 많은 기업들이 IMF위기로 휘청거리던 1998년 말 그가 재직했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노소재, 촉매 등 그가 연구했던 신사업 분야를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포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가능성이 보였는데도 말이다.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자신이 공들여 왔던 회사의 신사업 아이템을 포기한 채 회사 경영 변화에 맞춰 계속 이끌려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창업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은 깊어갔다. 결국 이 대표는 두번째 길을 선택하게 된다. 창업을 선택한 것. 환경전문벤처기업 '엔바이온'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생각하는대로 일해보자' 창업 결심'바이오필터 기술'로 개척한 환경사업

마음이 맞는 연구소 동료들과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한번 일해보자'고 의기 투합해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때가 1999년 2월이었다. 창업 당시를 돌아보는 그에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묻자 '결코 창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와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 유기 화합물)를 없애는 '바이오필터' 기술로 시작한 환경 사업은 참으로 험난하고 고난에 찬 과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가지 기술이 필요한 융합기술(Fusion Tech)의 성격이 강하다.

즉 문제를 다양한 솔루션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의 시장진입 장벽을 만들기도 어렵다. 일례로 악취문제를 처리하는데는 바이오공법, 연소공법, 흡착공법, 케미컬공법 등 다양한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A라는 솔루션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췄을지라도 다른 회사가 B라는 더욱 우수한 솔루션을 내놓게 되면 A솔루션은 무용지물이 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엔바이온이 애써 발굴, 투자한 기술 솔루션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경우도 많았다. 기술로 일궈가는 벤처기업일수록 특허권 확보는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다. 2003년 축열연소 설비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바이온은 자사의 특허기술을 갖고자 전 직원이 불철주야했다.

하지만 엔바이온이 출원한 특허기술의 일부가 다른 기업이 낸 특허기술의 일부와 겹치게 됐고, 단지 15일 늦었다는 이유로 국내 특허권을 내줘야 했다. 이 때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이 대표는 특허출원과정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결국 시간 다툼으로 귀결, 일처리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 사건이 있은 후에는 모든 기술 특허의 진행 프로세스는 전문 변리사를 섭외해 맡겨 신속히 처리했다.

◆"우수 인력 없는 한 기업 발전 기대하기 힘들어"

처음 5명의 멤버로 시작한 엔바이온은 점차 차별화된 핵심 엔지니어링 기술에 매진해 자체 기술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미생물과 신소재를 응용한 환경정화 기술은 시설제조 업체의 외주를 거쳐 석유화학제조업, 정유공장, 오폐수처리장 등 소위 악취가 나는 곳곳에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엔바이온의 초창기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자금과 마케팅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45명의 식구로 불어난 지금은 점점 커지고 있는 조직의 관리나 인력 문제가 이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이다. 연구원 출신인 이 대표는 관리나 경영에는 다소 서툴러 기업의 조직화(organizing)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 기업경영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절감한 것이 기업의 사소한 문제 하나라도 신경쓰지 못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겪은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 인재확보와 양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기존 인력보다 더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지 못하는 한 기업의 발전과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 엔바이온은 작년 매출만 100억 여원, 올 상반기 매출 120억을 돌파했다. 엔지니어링 특성이 강해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소재 부문으로 기본 성장을 꾀하고 여기에 엔지니어링과 시스템 사업을 병행해 현재는 안정적인 회사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엔바이온은 환경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이다. 대규모 정화시설은 외주에 맡기고
기술연구와 개발이 주를 이룬다. 엔바이온 본사 1층에 위치한 실험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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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선적 멀티플레이어, '할수있다'는 자신감과 '유비무환'의 자세

이 대표는 스스로를 독선적이고 급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회사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임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도 그 과정을 못참은 채 서둘러 결론을 짓는다고 한다. 자칫 사원이나 기업 전체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세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준비가 되고 안되고의 차이가 일의 진행이 빠르게 또는 보통의 속도로 느껴지는 이유라며 직원들에게 늘 유비무환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을 때에도 마치 컴퓨터의 윈도우 화면을 여러 개 띄어놓고 한꺼번에 일처리 하듯 해결해 나간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겹칠지라도 그것을 우선순위에 맞게 중요도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훈련이 결국 직원들에게도 위기대처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권장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메모하고 핸드폰에 그림을 그려두는 등 매 순간 정리하는 습관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부지런해야 할 때는 부지런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안 해도 되는 일을 없애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않으면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잘못을 통해 보다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시간 낭비라고 볼 수 없다."

그는 특히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결코 겁을 내지 않는다. 대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자기 체면을 걸어 문제를 해결해 왔다. 두려움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그 동안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과연 내가 창안해 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대신 수백명의 생각을 모두 들어보겠다는 의지와 끈기로 관련 분야의 기술을 검토해왔다. 기술 목록을 하나씩 캐스팅(Casting)하다보면 처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아무리 많은 자료일지라도 반복해 검토하다보면 점차 분석 속도가 붙게 된다"고 말한다.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들은 정리를 해 두고 나중에 다시 한번 읽다보면(Rewinding) 처음 10시간 걸렸던 문제가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술을 검토하다 보면 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취합하면 매우 값진 결과로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 중소기업 특유의 맨투맨 방식, 대기업보다 직원소통 원활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는 임금, 교육, 복리 후생 등의 근무 환경 여건이 다소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경영진과 실무진들의 Man to Man 방식을 통한 더욱 친밀한 교류와 나눔은 전문성을 키우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엔바이온은 정기적인 자체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와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토론, 브레인스토밍 등을 원활히 추진하고 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힌 복잡한 화학식과 설명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직원교육과 소통의 장을 대변했다.

엔바이온은 연중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화학, 생물, 환경, 기계, 신소재 등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충원하는데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창의력' 등이 필수 자질이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자기가 무슨 일을 해왔건 일에 대한 보람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충만한 사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 "모든 직원들이 일 즐기고 행복해지는 회사 만들겠다"

"돈, 기술, 교육, 복리후생 등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모든 직원들이 엔바이온의 업무를 즐기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 엔바이온은 대기오염환경과 실내공기질 개선, 건축자재의 세 영역에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소재와 촉매의 시스템 이해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에너지분야와 환경분야를 통합한 차별화된 기술을 계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서 가장 큰 문제인 인재 양성에 무엇보다 힘써 지속 성장이 가능한 회사로 만들 것이며 기술개발과 소재확보, 사업차별화를 통해 세계적인 환경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포부를 다졌다.

◆엔바이온 기술 소개 엔바이온의 기술은 악취 및 VOCs 처리기술 바이오 서버(바이오필터), 농축연소시스템, 축열연소·축열촉매연소시스템의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악취 및 VOCs 처리기술, 일명 바이오 필터는 가스속의 오염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미생물을 다공성의 담체에 고정화시켜 미생물의 대사활동에 의해 오염물질을 물과 이산화탄소, 무해한 염(Salts)으로 분해하는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처리공법이다. 쉽게 말해 미생물들이 오염가스를 먹고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배설하는 원리다. 바이오 필터는 이러한 미생물들이 적절한 배양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농축연소시스템(Concentrator with Oxidizer)은 대풍량 저농도 VOCs 가스를 농축기에서 흡착해 처리하고 흡착된 VOCs는 소풍량 고온가스로 탈착시켜 고농도 VOCs 가스로 만든 후 연소설비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농축기를 이용하면 VOCs 가스를 농축시켜 한번에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어 동력비를 절감하고 뛰어난 흡착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축열연소시스템(RTO)과 축열촉매연소시스템(RCO)는 명칭 그대로 오염물질 연소과정에 필요한 열을 아껴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순환구조 시스템이다. 특히 세라믹 축열재를 이용해 직접 열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95%의 열회수율을 자랑한다. 한번 데워진 열을 계속해서 순환, 유지해 가스의 흐름과 방향을 제어할 수 있어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였다.

▲바이오 필터의 원리와 구조. 사각형의 구조물 내부필터에 있는 미생물들이 악취를 섭취해 정화한다. ⓒ2011 HelloDD.com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엔바이온 본사.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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