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력발전소 아이디어 낸 염기대 해양연 전 원장
"지속적인 모니터링 중요, 잘 활용하면 환경관리모델 될 수도"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라는 명예를 안고 있는 시화호도 한 때는 죽음의 호수였다. 시화방조제는 시화지구 간척개발 사업 일환으로 지난 1987년 4월부터 1995년 1월 24일까지 6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됐다.

농어촌진흥공사는 방조제 건설에만 62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예산 규모여서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바닷물을 빼낸 뒤 면적 56.5㎢의 담수호(淡水湖)로 만들어 인근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이었으나,그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개발사업 주체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방조제 공사 이후부터 주변 공장과 생활 하수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이 야기됐던 것이다. 이후 수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됐지만, 결국 조성된 지 3년도 안돼 '죽음의 호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조성한 간척사업이었지만 그 결과가 시화호를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시화호로부터 촉발된 환경 재앙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번거로울 정도다. 수질 악화만이 아니었다.

1995년에는 시화 간척지의 소금과 퇴적물이 바람에 날려 일대 포도 농작물이 해를 입었고, 이듬해 8월에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결국 먼저 손을 든 건 정부였다. 1998년 11월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를 사실상 포기했다.

당시 농림부 역시 시화호 물을 농업용수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환경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고, 2001년 2월 공식적으로 해수호로 인정했다. 하지만 방조제 안팎을 무서운 속도로 드나드는 해수의 힘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시화호 조력발전소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때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주체가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이었다. 특히 염기대 해양연 전 원장은 시화호 조력발전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일 처음 구체화시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해양연은 1974년부터 조력발전에 대한 기초연구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었다. 그는 "시화호의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연구원, 발주처 등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했었다.

국책사업으로 진행한 일이기 때문에 방조제를 뜯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해수를 유통시키고 거기에 수차발전기를 얹어 전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시화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로 탄생했다.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이달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앞으로도 서해 4곳에 세계 최대급 조력발전소 4곳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모든 추가 계획들이 바로 시화호에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 "지속적인 모니터링 중요, 잘 활용하면 환경관리모델 될 수도"

염 박사는 지금도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생각하면 뿌듯하다. 게다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염 박사에게는 이렇듯 시화호가 자신을 힘들게 한 친구이자 자식같은 곳이기도 하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끝장날 것 같았던 시화호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기 짝이 없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1996년 해양연이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시한 '시화호 방조제를 활용한 조력 발전의 가능성'으로부터 출발했어요. 처음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1995년이 지나 1996년 들어서부터는 정부 관계자들도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조력발전소 건설은 애초부터 가능성만을 보고 시작한 일이었다. 건설을 제안한 이후부터 시화호 해역의 조석 분석과 발전구간 위치 선정, 발전방식 제시, 최적 발전량 산출 등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 개념과 경제성 분석에 들어갔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난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사실 시화호 자체만 보자면 조력 발전에 적당한 곳이 아니었다. 조력 발전을 하려면 우선 조석간만의 차가 커야 하고, 입구가 가능하면 좁아야 한다.

입구가 좁아야 공사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화호가 조력발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작 방조제 덕분이었다. 실패의 원인이 성공의 든든한 후원자로 탈바꿈한 것이다. 염 박사는 "해수를 유통하고 나서 수질이 상당 부분 좋아졌다.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후 수자원공사에서 집행을 했다. 국책연구원의 역할이 그런 것 같다"며 "국가 R&D 사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수자원공사를 택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아마 국가 R&D 사업으로 시행했다가는 갑론을박만 하다가 끝났을 것이다.

수자원공사에서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준 것에 상당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으로 철저히 외면받았던 시화호에 해수를 유통시키기로 하자 일이 착착 풀리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올해 마침내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조력발전소를 설립하게 된 목적의 반 이상이 환경 때문이다. 그런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며 "전기 나오고 돈 생기면 된다라는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글로벌 환경관리모델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소양강댐 1.5배 전력생산

▲시화호 조력발전소 전경. ⓒ2011 HelloDD.com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사업으로 최대 9m에 이르는 조수간만의 차와 해수면 아래 26m 암반까지 굴착해야 하는 등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건설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또한 원형셀 공법을 적용해 토사 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을 최소화하고 저회전수 발전기(60회/분) 도입으로 통과 어류의 치사율도 저감시키는 등 친환경적인 설계기법을 적용했다. 조력(潮力)발전이란 하루에 두 차례 밀물과 썰물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닷물의 높이는 변하는데, 그 차이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조력발전은 썰물을 이용하면 낙조(落潮)식, 밀물을 이용하면 창조(漲潮)식이라고 불린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창조식으로 하루 두 차례, 한 번에 4시간 25분간 발전기가 가동된다. 발전기 1기에 쏟아지는 바닷물 양은 초당 500t에 달한다. 시설용량은 25만4000㎾로서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24만㎾)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다.

연간발전량은 소양강댐 보다 1.56배나 많은 5억5200만㎾h로 인구 50만 도시의 가정에 상시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밖에도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무공해 해양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세계적 이슈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적으로 견인하고 대규모 해수유통을 통해 시화호 수질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해수 유통으로 매일 시화호 용량의 절반인 1억4700만㎥의 해수교환이 이뤄지면 시화호는 외해와 비슷한 수준(COD 2ppm)으로 수질이 향상될 것이며, 시화방조제로 폐쇄되었던 상류 지역에는 새로운 갯벌이 형성됨으로써 철새가 돌아오는 등 다양한 생물 서식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연간 86만2000배럴의 석유를 절감해 약 800억원의 유류 수입 대체효과와 31만5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6만6000㎡ 규모의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홍보관과 체험관, 바다전망대, 종합문화회관 등을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 주요 관광지역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조력발전소가 준공되면 당장 연간 150만 명에 이르는 내방객들을 위한 휴식공간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전소 관계자는 "올해 말 준공시까지는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발전소 부지 내 휴게 공간의 개방을 제한하고, 사전에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시화호 조력발전소 관리동에서 내방객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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