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참여율 100% 제한으로 중소기업 지원 포기 이어져
연구현장 "중소기업 지원같은 소규모 과제는 예외 조항 둬야"

정부출연연연구기관의 기술 코디네이터 과학자들은 중소기업의 풀리지 않는 기술 개발을 돕는 것이 존재 이유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출연연의 국가적 미션을 담당하는 이들 과학자들이 최근 어찌된 일인지 중소기업들이 기술 지원좀 해달라고 사정을 해도 선뜻 도와주지를 못하고 있다.

제한 규정 때문이다. 바로 이 제한 규정 때문에 과학자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관련 규정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중소기업 지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연구과제 참여율 100%' 제한 규정.

이 조항 때문에 과학자들이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해결을 위해 더 지원하고 싶어도 지원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출연연 과학자들은 정부 연구과제를 추진할 때 과제참여율의 제한이 있다. 연구과제 계획서에 참여율을 기록하고, 전체 과제수의 참여율을 합산해 100%를 넘지 못하게 했다.

한 과학자가 10개 이상 과제를 수행하는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부실 연구를 타파해 보려는 배경으로 이러한 과제참여율 제한규정을 뒀지만, 이 규정이 오히려 출연연 전체 연구활동의 활력을 떨어뜨리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연연 연구원들이 규정을 핑계로 중소기업 지원같은 소규모 과제를 거들떠 보지 않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작은 연구과제 중심으로 참여율을 높여 놓고, 편하게 연구하는 방법으로 선회하고 있는 셈이다. 1000만원 연구과제 참여율 10%나 1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 참여율 10%나 규정상 동일하게 취급받고 있어 이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참여율 100%만 넘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의 P 박사는 지난해까지 기술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다가 올해에는 과제참여율 제한으로 그 역할을 포기했다. 20개 이상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어려움을 지원하다가 과제참여율 100%가 넘어 더 이상 기업지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 것이다.

P 박사 말고도 출연연의 중소기업을 지원해 왔던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기술 코디네이터 제도는 산업기술연구회 중소기업 지원 촉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국 중소기업들의 애로기술을 출연연의 대표 기술 코디네이터들이 각 상황에 맞게 과학자와 매칭시켜 해결해 주는 것이다. (생산현장 종합지원사업 안내 바로가기 링크)

그러나 이러한 기업현장에 대한 맞춤형 지원사업이 더 활성화되기는커녕 과제참여율 100% 제한 때문에 과학자들이 감당하기 꺼려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등으로 연구현장이 너무 관료화되고 규정에 얽매여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과제참여율 제한을 유연하게 함과 동시에 중소기업 소규모 과제 지원을 마음껏 과학자들이 펼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연구회나 지식경제부, 국과위 차원에서도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쉽게 관련 규정이 바뀌기 힘들 것 같다"며 "하지만 규정이 하루 빨리 수정·보완되지 않는 한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은 더딜 수 밖에 없고, 부정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구제도과장은 "현장 중심의 연구제도 개선작업을 현재 펼치고 있으며 과제참여율 제도 개선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탁상행정이 아닌 제대로 된 제도개선을 위해 감사원의 지적, 국회, 정부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의견수렴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연말까지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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