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연구소 출범 1년 반 원장 인터뷰…"컨텐츠와 브랜드로 승화시킨다"
"숙성과정에 따른 김치의 오해 풀고 중소기업 도와 수출 도모"

 

외국에 나가 사는 딸의 전화 한 통화. "엄마 외국음식들 너무 느끼해. 김치 좀 보내줘" 한국인의 외국 여행필수품이자 최고의 반찬 '김치'. 요즘에는 김치도 수입·수출상품이기 때문에 외국의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다지만 엄마가 직접 집에서 담근 김치를 그리워하며 '집 김치가 먹고 싶다'고 호소하는 타지 생활인들이 많다.

이제 김치는 한국인은 물론이요, 한국을 이해하는 외국인들까지 '없으면 안되는' 식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런 김치를 한국인은 도대체 언제부터 밥상에 올려온 것일까. 김치는 한국인에게 일상적으로 호흡하는 공기와 비슷해 특별히 의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나름대로 긴 역사적 변천을 겪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치의 시초는 무엇이었을까. 신라·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치의 시초는 나박김치와 동치미로 양념으로는 천초·생강·귤껍질 등이 쓰였다. 그러다 18세기 이후 고추를 대신 사용하면서 다양한 채소를 빨갛게 버무리거나 물김치로 해서 만들어 먹기 시작해 지금의 김치로 진화했다.

역사가 긴 만큼 김치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한국인들이 제일 즐겨먹는 배추김치에서 갓김치, 파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등 무려 445 종류가 존재한다. 그러나 김치의 본고장인 한국이 요즘은 김치를 수출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쪽이 훨씬 많다고 한다.

김치 수입률은 수출의 무려 10배. 중국이 값싼 김치를 팔기 시작하면서 김치수출 경쟁국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제 김치는 단순한 반찬만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럴수록 김치도 품질향상 및 보존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발효식품 김치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고 김치 종주국으로 위상과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 '세계김치연구소(WiKim, 소장 박완수)'가 설립 된 배경이다.

벌써 출범 1년6개월이 지났다. 그간 김치연이 해온 활동들을 짚어보고 설립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와 미래 계획은 무엇인지 박완수 김치연 소장을 직접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박 소장, 세계김치연 영문 이름 직접 짓다…'세계'가 들어간 출연연은 '김치연'뿐

박 소장을 만나기 이전에 김치연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왜 탄생했는지 알아보자. 김치연이 발족하기 이전에는 필요할 때마다 정부출연연에서 김치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했고, 대학의 경우 연구비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치가 미국 건강 월간지가 뽑은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국의 김치 수출은 수입의 10분의1. 워낙 중국 김치가 값싸다보니 식당의 경우 중국산 김치를 수입해 손님들에게 내놓은 것이 일상화됐다.

정부는 웰빙식품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우리나라 김치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한편 위상을 높이고 김치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 김치연구개발을 주도할 기관을 설립하기 이른다.

그것이 바로 '세계김치연구소'다. 하지만 김치연의 탄생이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김치연에서 함께하는 가족이 60명이 넘지만 김치연 개소식 때만 해도 김치연 소속은 박 소장말고 아무도 없었다.

박 소장이 홀로 김치연을 지키고 있는 동안 직접 영문 기관명을 지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영문 기관명이 World Institute of Kimchi 다. 영문 이름을 약자로 읽기 쉽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위킴(WiKim)'으로 결정한 것이다.

또 그는 "우리나라 출연연구소 중 '세계'가 들어간 기관명은 김치연이 최초"라며 "기관명에 '세계'를 집어 넣은 것도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박완수 소장. ⓒ2011 HelloDD.com

◆ 김치 맛의 비결 '미생물'…"중소기업 지원 미생물 풀(pool)만든다"

김치연이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한 것은 사실 올해부터다. 연구 중에서도 특히 산업에 관련된 기초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진행 중이다. 원천기술 연구단에서는 김치의 우수성과 기능성 미생물 등 기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응용에서는 신재품 개발과 산업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치 소비를 세계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김치수출업계를 돕는 세계화 전략도 병행 중이다. 흔히 마트에 가면 포장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이미 대중소기업들이 김치시장을 장악했는데 산업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대기업에서조차 실질적으로 김치전담연구원은 몇 없다"며

"그 이유는 김치산업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치의 주 원료인 배추는 평소 한 트럭에 80만원~100만원 정도 하다가 흉작이되면 1천만원으로 폭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밑반찬이기에 정부에서 가격을 동결해 값을 올리기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양념류다. 배추는 봄·여름·가을·겨울에 키울 수 있어 흉작이더라도 다음을 기다릴 수 있지만 양념류(파나 고춧가루 등)는 1년에 한번 생산되기 때문에 흉작이 되면 원가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이 김치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사먹는 가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김 소장은 이런 추세에 대해 "예전에는 공장김치가 맛없다고 했으나 지금은 맛도 우수해졌으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바뀌면서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지는 등 사회의 변화로 포장판매 김치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김치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박 소장에 따르면 김치는 워낙 종류가 다양해 다품종 소량생산인 데다, 살아 숨쉬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같은 성격을 감안한 독특한 포장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배추김치의 속을 넣는 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며 물과 소금을 쓰기 때문에 기계 부식률도 다른 공정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김치의 특성을 이해한 김치연은 ▲김치의 원료·제조공정·미생물 및 발효·저장유통 및 포장·위생 및 안전성·건강가능성 등 종합연구개발 ▲김치세계화 추진을 위한 연구▲수출 촉진을 위한 기술개발 ▲김치 응용산업 연구와 기술지원 등 신제품 개발에서 세계화전략까지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김치연은 9월부터 자체사업으로 미생물을 통한 김치발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생물은 김치의 맛과 건강에 대한 기능성을 높이는 핵심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본이 있기 때문에 미생물을 연구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연구진도 열악하다보니 연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박 소장은 "미생물을 관리 보호하면서 중소기업에게 맞춤 형식으로 미생물 균을 보급하고 있다"며 "어떤 미생물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차별화된다. 김치에 첨부할 미생물 풀을 보유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과정에서 김치 상한다?…김치의 오해를 풀겠다"
 

▲박 소장이 김치연의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출연연을 '강소형 연구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연연 선진화 방향을 정하고 각 연구소에 강소형 로드맵을 요청했다.

김치연도 강소형 연구조직 대상기관이었다. 하지만 설립된지 얼마 되지않아 유보된 상태다.

김치연은 연구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기관에 김치정보에 관한 도움을 주기위해 '2011년 김치산업동향'을 주제로 올해 책을 발간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또 중국과는 김치 수출과 관련해 지속적인 미팅도 가지고 있다.

박 소장에 따르면 김치연은 중국의 정부와 MOU를 맺어 매년 김치와 관련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외국인이 바라봤을 때 김치는 유통 과정에 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상했다고 생각한다.

국제 규격은 누가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가 필요하기에 심포지엄과 협상을 통해 김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외에 부산대학교 산하에 있는 김치연구소와 MOU를 체결했고, 유산균학회와 김치협회모임과의 MOU를 체결하며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에는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제18회 세계김치문화축제(국제김치컨퍼런스)'를 농림수산식품부와 지식경제부, 광주광역시와 함께 주최할 계획이다. 박 소장에게는 꿈이 있다. 먼저 광주에 건설 중인 청사에 내년에 무사히 들어가는 것과 행정시스템과 연구시스템의 SW적인 시설 완비가 목표다.

또 향후에는 김치연을 세계적인 발효식품 연구소로 독립시키고 싶다. "한국 음식하면 김치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는 외국인들도 다 안다. 하지만 예전에는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냐'고 물었을 때 대답이 궁한 것이 사실이었다.

대학교의 김치센터 등은 있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조직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치연은 김치를 단순 식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식문화이자 컨텐츠, 브랜드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종합과학의 산물인 김치에 문화적 개념을 합쳐 하나의 글로벌 상품화를 시키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김치연이 세계적 발효연구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

▲박 소장은 '세계김치연구소' 영문이름을 직접 짓기도 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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