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학연협회, 21일 정책포럼 개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김영환 지경위원장 등 중기정책 관계자 200여명 참석 성황

"중소기업 R&D 육성 역시 범정부적 통합지원체제가 반드시 구축돼야 합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내에 중소기업R&D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저는 국가위 안에 중소기업정책 특별 분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국가 R&D에서 대학·연구소와 중소기업, 양쪽 과제를 전체적으로 조명, 기획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산학연협회(회장 김광선)가 주관하는 '제3회 산학연 정책 포럼'이 21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중소기업 R&D지원정책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개최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이 공동 주최했고, 한국엔지니어클럽과 대한산업기술지원단이 함께 했다.

행사에는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관련한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동선 중소기업청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 등이 축사에서 연이어 중소기업 육성의 중요성과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포럼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가연구개발정책의 기획과 예산 배분·조정, 성과평가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과위에 중소기업R&D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범부처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포럼에서는 (주)삼성디지털솔루션 보안기술연구소와 순천향대학교가 함께 개발한 '통합출력관리 솔루션'이 산학연협력의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이동범 소장은 "투자비용과 개발인력에 고민이 많았는데 대학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제발표에서는 이상훈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국장과 조성복 한남대 교수가 각각 '중소기업 R&D 정책 방향'과 '정부에 바라는 중소기업 R&D 지원방향'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상훈 국장은 정부의 중소기업 R&D 현황과 예산, 정책방향과 사업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R&D의 예산 비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중기청의 R&D 예산은 6,288억원으로 정부 전체 R&D 예산(14.9조원)의 4.2%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R&D 지원을 통해 매출과 기술, 고용 창출 등에서 성과가 나타난 부분도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은 2005년부터 세계최고 대비 75%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가율 격차는 2005년 0.6%에서 2009년 3.8%로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서 "중소기업 R&D정책 기조에 '연어를 키우는 정신'을 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양양 남대천의 연어가 북태평양 알래스카를 거쳐 고향으로 살아 돌아오는 확률은 2%밖에 되지 않는다. 1년에 113만개 탄생하지만, 89만개가 사라지는 중소기업의 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 후 5년 이내에 52% 폐업하고, 1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은 21%다.

이 국장은 "태평양을 건너올 연어를 키우듯이 될 성 부른 2%를 찾아 지원하려 한다"며 "지원기업수를 늘리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기업을 제대로,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내겠다"고 역설했다. 조성복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중소기업 R&D 지원정책에 있어서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강소기업 육성을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중소기업 역량 향상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한 독일을 예로 들며 "독일은 산업의 핵심 제조경쟁력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중에서도 예로 든 것은 독일의 중소기업 제조기술프로그램. 1980년부터 1992년까지 12년간 4년씩 3차에 걸쳐 진행되는 집중적인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조 교수는 "중소기업 역시 범정부적 통합지원체제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내 중소기업R&D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기구로서 중소기업기술혁신지원단을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산·학·연 '연계' 화두, 각종 제안 쏟아져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강소기업을 육성하는데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특히 산·학·연 협력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관련 R&D 예산을 15% 증액해 대학이 갖고 있는 좋은 지식이 중소기업에 연결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지원결과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밀도를 더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중소기업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수많은 연구소와 인력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업들도 모든 R&D분야에서 최고일 수 없기 때문에 수백개 중소기업과 R&D협력을 맺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도 대·중소기업의 협력 밀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잠시 짬을 내 포럼에 참석한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우리나라가 특허보유 4대 강국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특허 관련 지출이 수입보다 5조 이상 많았다"며 "IBM은 특허 1000개로 매년 1조를 받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특허 개수는 4600개인데 벌어들이는 돈은 미미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천기술과 기초과학이 없는 과학입국과 마찬가지"라며 "소프트웨어가 없는 IT 강국, 부품소재가 없는 제조 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없이는 나라의 발전도 없다"며 "중소기업 R&D에 배당된 8000억원은 대기업의 계열회사나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고 반드시 중소기업만을 위해 쓰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선 산학연협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도 각 산·학·연·관 관계자 대표들의 고견이 쏟아져 나왔다.
 

▲패널토론에 나선 산학연관 전문가들. ⓒ2011 HelloDD.com

김동진 (사)한국엔지니어클럽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에 몸담고 있다가 작년에 퇴임하고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야 애로사항을 체감할 수 있다"며 "특히 우수한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무엇보다 정부에서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해 중소기업에 공급해주는 정책적인 지원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며 "융복합혁신기술개발 과제처럼 대학원생들이 벤처기업과 장기간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업을 하는 제도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영임 (사)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접목된 중소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실제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네트워크를 다지며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사업본부장은 "중소기업측에서도 출연연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연구원들은 구체적인 제품이 있을 때 생산성을 높이는 공정 개발 연구까지는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초연구에 관심이 많고 잘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 본부장은 "연구원들에게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유도할 때는 평가제도와 맞물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중소기업이 하면 잘할 수 있는 영역, 미래의 중소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전략적인 R&D 제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사무총장은 "또한 사업성과 시장의 비중을 성과지표에 획기적으로 높여가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기술보다는 제품(product) 중심으로 결과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책연구기관들이 분야별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국가위 안에 중소기업정책 특별분과를 만들어 국가 R&D에서 연구소와 기업 양쪽 과제를 전체적으로 조명,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는 "R&D는 CEO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모방형 연구개발에서는 CEO가 반드시 R&D를 하지 않아도 되고, 대기업에서는 관리에만 집중해도 되지만, 창조형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에서는 CEO가 R&D를 직접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연협회가 주관하는 정책포럼은 중소기업 R&D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서 마련됐다. 협회는 지속적인 정책 공론화를 통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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