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천주욱 창의력연구소 소장

 

지난 9월 15일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합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는 것 같다. 또한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한전 등 발전회사들이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까지 발전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국회에서 나온 이야기에 의하면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년간 몇 천억의 전기료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포스코가 지난해 납부한 전기료는 2576억원이었는데 만약 이를 일본의 산업용 전기료에 따라 납부했다면 6851억원을 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대기업들뿐만 아니다. 우리 나라 모든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를 적용 받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우리 나라 산업용 전기료는 너무 싸다. 미국 일본의 60~70%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없어 벌써 문을 닫아야 했을 제조업들이 아직도 버젓이 돌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대규모 제조업들은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며 힘든 기술개발에 의한 경쟁력 제고보다는 저렴한 전기료에서 오는 경쟁력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자신들이 노력한 경쟁력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차제에 우리 나라 제조업의 전기료를 다른 나라 수준 정도로 인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 나라 전체의 산업구조조정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공기업인 한전 등 발전회사들도 제대로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정부가 주도하여 가발 합판 신발 봉제산업 육성에 이어 중화학공업 전자산업 조선산업 반도체산업 IT산업 디지털산업 등 제조업을 의도적 계획적으로 육성 지원하면서 이런 제조업에 대해서는 가정용전기료나 다른 나라 전기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으로 산업용전력을 공급했다.

한마디로 제조업에 대해서 오랫동안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나라는 제조업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왔을 뿐 아니라, 과거처럼 제조업에 국가 전체가 매달리던 시대도 아니다. 또한 이제는 국민들도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다소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그런 시대도 아니다.

그리고 어떤 우리 나라 제조업이라도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중국에 경쟁력을 잃게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전소를 무한정 지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전문기관 분석에 의하면 제조업은 교육 보건 호텔 연예 등 창의력이 중요한 서비스업에 비해서 고용효과도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매출액이 몇 백억원에 불과한 K-Pop의 주축인 SM엔터테인먼트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에서 몇 백억 매출이라면 고용효과가 많아야 최대 100명 정도지만 K-Pop의 경우에는 몇 천명 몇 만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가져오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여 차제에 우리 나라 산업구조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려면 나라 전체의 산업구조를 크게 보고 작업을 해야 할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전기료를 인상하게 되면 제조대기업들이 앞 장 서서 전기료 인상을 반대하는 온갖 논리로 여론을 오도하겠지만 나라 전체의 미래와 장기적인 산업구조를 고려한 큰 시각에서 그림을 그려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발전소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산업도 이제는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 조정 차원에서 철강의 생산과 수요 및 수출 수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철강 수요는 년간 5천 5백만 톤 정도다.

그리고 철강생산량도 년간 5천 5백만톤 정도다. 얼른 보면 수요와 공급이 맞는 것 같지만, 생산량 5천 5백만 톤 중 3천만 톤 정도만 국내서 사용하고 나머지 2천 5백만 톤 정도는 수출한다. 그리고 부족분 2천 5백만 톤 정도를 수입하는 것이 우리 나라 철강산업의 구조다.

그런데 과연 이런 철강산업의 구조가 맞는 것일까? 전기료가 싸기 때문에 경쟁력도 없는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없을까? 그리고 그런 철강업체들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철강 수입물량 2천 5백만 톤 중에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특수소재 철강도 있지만, 어쨌든 3천만 톤 정도만 생산하면 될 것을 5천 5백만 톤이나 생산하고 있는 구조다.

물론 철강이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산업의 가장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또한 수출로 외화를 벌어드려야 하기 때문에 생산규모를 크게 해야 한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신주단지처럼 붙잡고 있었던 논리도 있을 수 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불란서 등 선진국에는 대형철강회사들이 없다. 이들 나라는 고가의 첨단기술제품으로써 특수철강제품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수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아직까지도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생산하는 일반철강제품까지 생산하여 해외시장에서 후진국 철강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과연 이런 구조가 맞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런 구조를 갖고 갈 것인가? 그리고 10년전까지만 해도 년간 1억톤 정도 밖에 안 되던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몇 년 사이에 5억톤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여 이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 나라에 철강회사가 하나도 없어도 될 정도다. 또한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대규모 철강석 광산을 보유한 나라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철강산업에 진출하여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나라들과 경쟁하기 위하여 우리 나라 철강업체에 저렴한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첨단기술이 필요하지도 않고 부가가치도 거의 없는 일반철강제품까지 생산하여 수출하는 철강산업구조를 언제까지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면, 전기료를 20~30% 인상하면 우리 나라 철강업체 중에서 문을 닫거나 상호간 M&A를 통한 생산규모조정 등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철강회사 오너들을 불러서 강압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을 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전기료 인상을 통한 산업구조조정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어쨌든 우리 나라 전체의 산업구조를 크게 보고 구조조정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업 업체별 원가구성에서 전기료를 20~30% 정도 인상하면 적자가 나거나, 또는 전기료가 제품 제조원가의 10% 이상 되는 업종은 도태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 철강 관련 어느 부원료를 생산하는 어느 제조업의 경우에는 제조원가의 20% 이상이 전기료이다.

한 마디로 전기료를 제외하면 도저히 경쟁력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장은 아예 원료산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또는 빨리 정리해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나라에서 가장 싼 전기료는 농업용전기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커피나 멜론 바나나 키위 등을 전기를 사용하여 온실에서 재배한다는 것 자체도 차제에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한창 바쁠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전력료 인상일 것이다. 내년도에는 전력료가 최소한 10 ~20%, 최대 30% 정도 인상된다는 가정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전제로 경영계획을 수립하면 적자가 나는 회사나 사업부나 제품이 생길 것이다. 이런 회사 이런 조직 이런 제품에 대해서는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경쟁력제고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그런 사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사업성 자체를 재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규사업측면에서 보면, 모든 제조업들은 전기절약 기술이나 전기절약제품 개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전기절약기술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쩌면 전기료 절약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길 것 같다.

끝으로 이제 우리 나라는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컨텐츠산업 서비스산업 등 창의력이 중시되는 산업으로 나라 전체의 산업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며, 그런 산업에 대해서는 전기료나 개발자금 등에 다소 특혜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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