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T 조사, 연구 관련 일자리 수요공급 미스매치도 문제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지난 6월에는 '여성 과학기술인 채용 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의 취업과 과기계 활용은 여전히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2010)'에 따르면, 주요 경력단절 연령대인 30~34세에 이공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다른 전공계열 여성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35세부터는 전체 여성들보다 낮은 수준을 보여 이공분야에서 경력단절 이후 복귀가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20대에는 구직활동이 매우 활발한데 비해 30대 초반 연령대의 비취업자들의 구직활동 비중은 매우 낮았다. 특히 30대 초반 자연계 전공 여성비취업자의 경우 구직비중이 1.79%에 불과했다. 이는 동일조건의 공학계열 구직활동비중이 약 9% 수준인데 비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고학력 여성과학기술인에게 경력단절이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소장 이혜숙)이 여성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을 그만둔 직접적 원인으로 ▲출산으로 인해 직장을 지속하는데 어려움(24%)▲영아 및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데 어려움(22.7%)▲업무시간의 과다(16%)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를 위해 교육훈련을 받았다는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으로 집계됐다. 여성과학인의 대부분이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희망자 중 구직활동을 경험한 여성의 비중은 56.7%로 이들 중 원하는 직종이나 직업은 교육관련직(71.7%), 연구직(15%)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공을 바탕으로 하는 응용분야 취업욕구가 46.7%, 전공관련 분야 취업욕구가 38.3%로 나타나 전공을 기반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과학인들이 대다수임을 보여준다.

이 밖에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의 활용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WISET은 5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인력수요를 조사했다.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 활용의사에 대한 질문에 ▲대학(67.5%)▲100인 미만의 민간연구기관(41.24%)▲100인 이상 민간연구기관(40.72%)▲공공연구기관 (53.33%) 등으로 답했다.

통계결과로 미루어 볼 때 비교적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을 활용할 일자리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WISET의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력단절 여성과학인의 활용 가능성은 연구직이나 각종 검사업무, 설계프로그래밍 직종에 많은데 반해 실질적인 취업준비는 교육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취업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를 두고 대부분의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이 교육서비스 등의 직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인력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의 취·창업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과학기술 분야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응용분야의 직종개발로 여성과학기술인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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