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부용 KAIST 한글공학연구소 소장

▲신부용 KAIST 한글공학연구소 소장 ⓒ2011 HelloDD.com
한글창제 565 돌을 보냈다. 각종 행사가 열리고 한글이 세계로 뻗어 나간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글을 그 정도로밖에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앞으로 한글이 100조원의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 하며 어떤 이는 100만 명의 젊은이들이 한글 전도사가 되어 세계 각지로 나가게 될 것이라 한다.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 글자인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런 말을 허황스럽다 여기지 않을 것이다. 글자는 말을 담아두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자를 읽으면 다시 말이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가히 세계어라고 할 수 있는 영어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읽는 것이다. abcd 알파벳을 다 배웠어도 'girl'이란 단어의 스펠을 모르면 뜻을 모를 것이고 발음을 따로 익히지 못했다면 제대로 읽어 낼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중국글자는 글자 자체가 어려워 국민의 태반이 읽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글을 읽으면 말이 되는 글자는 세상에 한글뿐이다. 배우기 쉬울 뿐 아니라 그저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되고 그 글자를 읽으면 바로 말로 복귀된다. 물론 문법과 철자법에 좀 어긋날 수 있겠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글을 깨우친다고 한다. 티브이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깨우쳤다는 할머니가 주저 않고 손자에게 편지를 쓴다. 그 뿐이 아니다. 아마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금세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컴퓨터 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글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 시각장애인이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우선 단추를 찾아 세 번씩 눌러가며 알파벳을 골라 입력하기 어려울 것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단어의 스펠을 외웠다가 기억해 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결국 그들은 문자메시지가 오면 소리로 변환시켜 들을 수는 있어도 문자를 써서 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로마자로 입력하여 중국글자로 전환시켜야 하는 중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훈민정음은 영어처럼 단어를 표기하려 만든 것도 아니고 한자처럼 글자에 뜻을 두고자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소리 나는 대로 그 소리를 적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정인지는 세상에 소리가 있으면 글자가 있다고 했다.

그 소리가 개 짖는 소리건 바람 소리건, 영어건 중국어든 상관없다. 귀에 들리는 대로 기록했다가 읽으면 다시 알아듣게 되어 있다. 마치 녹음기의 음파를 가장 간단한 도형으로 그려 놓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훈민정음의 기본 소리는 아래 각 10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표기 될 수 있고 나머지는 이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0 이라는 수는 바로 디지털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20개의 소리코드로 나타내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개의 한글 소리코드로 30만 개의 유니코드를 대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코드

1

2

3

4

5

6

7

8

9

0

자음

모음


미국이나 중국 등 어느 나라의 시각장애인들도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그들의 말을 한글로 표기할 수 있을 것이며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입력한 한글을 다른 사람은 읽지 못할 것이므로 다시 자국의 철자법으로 고쳐 출력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아이폰에서 무료로 다운이 가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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