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의 이사회 결과 보도 내용에 이의 제기
대학평의회 개최…위원장에 강성호 교수, 부위원장에 김종득 교수

KAIST 교수협의회가 서남표 KAIST 총장의 사퇴를 재촉구하고 나섰다. 교수협은 11월 1일 '쿼바디스 KAIST-이사회 이후, KAIST의 나아갈 길'이라는 이메일을 통해 이사회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교수협은 이사회 직후 학교 홍보팀에서 작성한 자료가 언론에 배포되면서 이사회가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총장을 재신임했다', '교수협의회는 총장 사퇴 촉구의 명분을 잃게 됐다'라는 표현이 언론에서 나온 것과는 달리 이사회 현장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이사회에서는 총장이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이사회에서까지 학내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게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여전히 구성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는 총장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고 오랜 시간 동안 강하게 질타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남표 총장은 평의회가 구성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평의회를 무력화하는 방향의 규정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자문기구가 된 평의회를 거들떠나 볼 것인지 구성원들은 모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교수협은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어떠한 의미있는 역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이제는 새 시대를 열어갈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 회장은 "우선은 평의회의 정상적인 가동과 이사회 구성 개선은 KAIST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서 총장은 이미 이룩한 테뉴어 심사 강화와 거액의 기부금 확보 업적 외에 KAIST 역사상 처음으로 평의회와 이사회 구성 개선을 이루는데 기여한 총장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KAIST는 같은 날 교내에서 대학평의회 회의를 갖고 위원장에 강성호 화학과 교수를, 부위원장에는 김종득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KAIST에 따르면 이날 대학평의회 의원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대학평의회 회의가 열렸으며, 회의에서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선출한 뒤 총장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강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모두 총장이 지명한 보직 교수가 아닌, 전체교수회의에서 선출한 평의원들이다.

이들은 각각 동료 교수의 추천으로 단독 후보에 올랐으며, 특별한 반대 의사가 없으면 동의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선임됐다. KAIST 관계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모두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한 교수들이 당선된 만큼 교수협의회에서도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면서 "KAIST 구성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평의원들인 만큼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AIST는 총장이 임명하는 10명의 교원과 전체 교수회의에서 선임하는 15명의 교수 평의원으로 대학평의회를 발족했으며, 다음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학평의회의 명칭을 '교수평의회'로 바꾸는 한편 의결권을 배제하고 자문기구로 변경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해 의결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교수협이 발송한 이메일 전문이다.

쿼바디스 카이스트?  -10/26 이사회 이후, KAIST 의 나아갈 길- 교수님들께, 10월 26일 오전에 있었던 KAIST 이사회 결과를 보고 교수협의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다음 글은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현 상황을 검토한 후 작성된 글입니다. 이사회 직후 학교홍보팀에서 작성한 자료가 언론에 배포되면서 이사회가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총장을 재신임하였다’, ‘교수협의회는 총장 사퇴 촉구의 명분을 잃게 되었다’라는 표현이 언론매체에 나오고 있어 실제 상황을 아는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사회 현장에 계셨던 분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실제 이사회에서있었던 상황은 이러한 표현들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교수님들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러한 왜곡과 은폐에 의하여 언론과 여론이 호도되는 것은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총장님께 드리는 글을 마지막에 첨부하였습니다. 10/26 이사회에서는 총장이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이사회까지 학내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게 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불만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여전히 구성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는 총장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고 오랜 시간 동안 강하게 질타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황을 미루어 볼 때, 10/26 에 있었던 일은 ‘이사회가 총장의 손을 들어 주고 재신임을 해 준 것’이라기보다는 ‘총장의 소통 부족과 지도자로서의 역할 부족을 질타한 후 총장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운영을 ‘소신껏’ 하라는 것이 아니고 이사회에 ‘핑계 대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하라는 것이었다고 사료됩니다. 뿐만 아니라 총장과 보직자들을 배제한 자리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총장의 거취에 대하여 심각한 격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KAIST 학생들과 교수들은 많은 고통을 겪어왔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서 (전면 영어강의, 차등적 등록금, FDC 전원 필수 이수 등은 평의회가 있어 제 기능을 했다면 아마도 실행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평의회 구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서남표 총장은 평의회가 구성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평의회를 무력화하는 방향의 규정 변경(총장이 평의회의 의결안을 거부해도 2/3로 재가결하면이를 총장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들로서는 이러한 일방적인 평의회 규정의 개악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총장이 선임하는 10 명이 있는데 (더구나 10 명을 다 보직교수로 채워놓고) 자문기구로 하자는 것도 자기모순입니다. 지금까지 늘 합의하고 약속한 사항도 잘 지키려하지 않는 총장이 순전한 건의, 자문기구가 된 평의회를 거들떠나 볼 것인지 구성원들은 모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장은 혁신비상위의 의결사항을 실행하기 위하여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한 경우, 관련자료를 이사회에 늦지 않게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했어야 합니다.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가 KAIST에 대한 애정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원해야 하는데, 총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사님들에 대한 신속 정확한 정보와 자료 제공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이사들에게 이사회 안건과 자료가 너무 촉박하게 제공되어 이사님들이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KAIST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소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KAIST의 구성원들은 총장 말고는 이사회와 정식 커뮤니케이션 루트가 없는데, 이사회에 제공되는 정보가 총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거나, 불충분하거나, 늦게 전달된다면 이사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사회에서는 ‘KAIST에서 개혁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KAIST 교수들은 진정한 KAIST의 개혁에 동참하는데 주저한 적이 없습니다. KAIST 교수들은 정부의 과감한, 때로는 무모한 실험을 몸으로 숱하게 겪으면서, 이를 역동적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발전적으로 승화시켜 왔습니다. 정년보장심사 강화는 서남표 총장의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수들은 고통을 감수하며 여기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KAIST 교수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결코 서남표 총장의 위기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총장에게 합의서 사인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비상시기임을 이용하여 본질과 관련 없는 사항들을 이참에 관철시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혁신비상위원회의 의결사항에 교수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항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교수들은 모두 진정한 KAIST의 발전과 개혁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총장님은 금번 이사회에서 ‘테뉴어를 받지 못한 50%의 교수들과 인센티브 배분에 불만을 가진 교수’들이 배후 세력이 되어 총장에게 반발하고 있다고 진술하셨다고합니다. KAIST 교수들이 그런 사람들입니까? 정말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막연하게 ‘KAIST의 개혁 = 서남표식 개혁’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총장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반개혁자들’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대안이 없다,’ 즉, ‘서남표 총장이 아니면 KAIST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도 근거없는 얘기입니다. 기부금을 유치하고 외부에 홍보를 강화하여 인지도를 어느 정도 향상시킨 것을 서남표 총장의 공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조직 확장, 보직자 수의증대, 차입금의 증대, 건물의 효용성과 주변 조화를 무시한 신축, 소통의 부재, 기관 운영의 사조직화, 사익의 추구, 책임의 회피 등은 ‘심각한 어두움’입니다. 이 어두움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교수들이 총장 사퇴 촉구 결의를 하게 된 것입니다. 교수들의 결정은 이미 단호하게 내려졌으며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남표 총장의 초기 개혁드라이브에 환호했지만 지금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총장님이 벌이신 일의 뒷감당을 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장님은 자산운용손실 은폐에 대한 사과도 없고, 차입금 34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상환계획도 없고, 특허에 의한 사익추구 의혹에 대한 해명도 없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구성원들 간에 분열이 심화되면 학교는 급속히 망가지게 됩니다. 교수님들은 모두 여기서 하던 일을 멈추고 이 상황에서 진정 무엇이 KAIST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으셔야 합니다. 학교가 큰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학교의 정상화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소통의 부재로 구성원들의 마음이 멍들어가고 있고 총장님의 변화의 기미도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총장님께 자꾸 기회를 더 드린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오랜 고통과 그것이 남긴 깊은 상처를 보고 이미 알게 되었지 않습니까? KAIST는 다시 이 모든 고통의 과정을 뚫고 다시 일어나 달리고 비상해야 합니다. KAIST에는 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변화와 개혁의 방향을 올바로 세우고 주도적으로 추구하며 거기에 수반되는 고통도 감내하기를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외부의 협박에 굴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KAIST 의 교수들은 충분히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총장님께 부탁드립니다.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어떠한 의미 있는 역할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총장님께서는 절대로 법적인 임기를 채우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지나친 욕심과 독단적 경영, 무책임한 모습과 반복되는 거짓말 논란으로 구성원들의 지지와 신뢰가 모두 사라졌는데 이제 총장님이 더 하실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구성원들이 모두 괴로워하고 있는데 외부 사람들을 만나시며 계속자신의 업적만 홍보하실 것인지요? 재임 때도, 4월의 혁신위 구성 때도, 국감 때도, 이번 이사회에서도 항상 불거져 나온 ‘구성원과의 소통’ 문제는 소나기만 피하고 결국 다시 뒷전이었습니다. 총장님은 우선 그 동안 미루어져온 모든 혁신위 의결사항을 구성원들과의 약속에 따라 서둘러 실행하셔야 합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평의회의 정상적인 가동과 이사회의 구성 개선입니다. 교수들이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평의회 구성과 이사회 구성 개선을 제안하는 것은 KAIST 구성원들의 지혜와 의견을 모아 이사회가 KAIST에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충심에서 나온 것이지, 교수들이 이사회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들과 총동창회가 합리적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수준의 이사 추천권을 갖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개혁, 지속되는 개혁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움직여야만 가능합니다. 외관과 조직을 세우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향한 개혁, 독선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음을 거치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속성 있는 개혁은 빚을 내서 건물을 짓는 대신, 시간이 더 걸려 설령 다른 이가 공을 얻게 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천천히 감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구성원들의 감동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들어야 큰 일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하물며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매번 무시하고 반대길로만 간다면 그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제는 새 시대를 열어갈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시고 물러나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총장님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안타깝게도 KAIST와 구성원의 상처는 깊어갈 것입니다. 총장님 말씀대로 가장 영향을 안 받을 사람이 총장님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손해를 보는가의 관점에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원칙과 철학의 큰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총장님의 사퇴 촉구를 묻는 설문에 이미 369 명 중 27%가 기권, 9%가 반대, 그리고 63%가 동의하였습니다. 기권을 제외하면 8명 중에 7명이 명시적으로 총장님의 사퇴를 요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총장으로서 역할을 하실 수는 없습니다. ‘내가 물러나면 미국에서는 아무도 안 올 것이라’고, ‘나를 몰아내면 예산을 못 받는다’고, 교수들을 협박하시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 정상에 머무르시겠습니까. 이제는 하산의 시기임을 아셔야 합니다. 더 큰 어두움이 내리기 전에 속히 하산의 일정을 구성원들에게 공표하심으로써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수순이 시작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사회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이것은 전교수의 이름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보직교수님들도 올바른 판단으로 총장님께 정확한 제언을 해주셔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리시도록 명확하게 조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KAIST 가 그간의 고통을 딕고 일어나 다시 힘찬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평의회의 정상적인 가동과 이사회 구성 개선은 KAIST 의 지속적 발전을 위 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하여 총장님은 이미 이룩하신 테뉴어 심사 강화와 거액의 기부금 확보 업적 외에 KAIST 역사상 처음으로 평의회와 이사회 구성 개선을 이루는데 기여하신 총장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 11. 1 KAIST 교수협의회장 경종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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