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서강대 교수, '새로운 공동체 과학' 주장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게재…문제 해결 과정 주목해야

기후변화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동체 과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장인 김학수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후변화, 과학과 공동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기후변화 등 공동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이 아닌 문제해결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과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 열풍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과학철학·역사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 톱저널(SSCI) 중 하나인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에 게재됐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개별 기술개발 연구와 개별 소비자의 선택에 의존해온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기후변화 내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는 것을 논증한다. 바이오연료 개발의 확대로 산림의 황폐화와 곡물 가격 급등이 초래되고,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물론 또 다른 인류의 문제를 낳는 경우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김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촌 전체의 공동체 문제이며,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개별대응'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공동대응'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치중해온 기존의 자연과학과 개별 소비자의 행동변화에 치중해온 기존의 사회과학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패러다임이 바로 '모두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공동체 과학(a new science of community)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공동체는 우선 '단일'의 몸체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유전인자도 없다. 이것은 곧 어떻게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엮어 가느냐의 행위과정에 해답이 달려 있음을 말해준다.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 열풍 등은 그런 공동문제해결 행위과정(the behavioral process of collective problem solving)을 통한 공동체의 구현 모습이다. 김 교수는 "공동체가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명료하게 드러내줄 때, 개별과학의 기술개발이 아니라 융·복합적인 기술개발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통합적 동행(同行)이 어떻게 실천 가능한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논문에 발표한 새 모델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만 해결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코 공동체 구성원들이 단일의 몸체처럼 모아지는 소위 통합과 공생의 의미를 확보할 수 없다.

아울러 공동체 문제의 다면적 특성들(자연과학적+사회과학적)이 함께 고려되는 어떤 새로운 융·복합적인 해결방안 탄생도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사이에 이해와 합의가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실천은 더더욱 어렵다. 그 결과,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신뢰 확보와 또 다른 공동체문제에 대한 생산적 대처는 한층 더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통의 문제 역시 대부분 '문제해결과정'을 서둘러 건너뛸 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국민들의 공감 여정은 무시하고, 해결방안들을 서둘러 내놓고 싸우는 '의사결정과정(decision making)' 중심의 정치권의 행태가 바로 그 좋은 사례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얻어진 새 모델은 비단 기후변화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공동체 문제(예, 에너지, 평화)의 해결에도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며 "심지어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 자유시장주의 등도 문제해결과정과 의사결정과정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지 깨우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정 중심의, 공동체 중심의 새 과학의 영역을 발전시켜야 인류의 생존이 더 가능해진다"고 결론지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