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 '목우연구소' 구석진 대표 "매출 60% 신물질 개발에 투입"

골프장. 탁트인 조망과 잘 가꿔진 잔디 필드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는가. 잔디를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잔디보다 생명력은 강하면서 비슷한 생김새의 새포아풀이다. 이 풀은 전문가들조차 구별이 어렵다. 새포아풀이 한번 필드에 끼어들기 시작하면 잔디를 다 망가뜨려 버릴 정도다. 골프장이 보급된지 15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새포아풀 문제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골칫거리였다. 골프장이 지난 150년간 골치아파했던 새포아풀을 척결하는 방법이 찾아졌다. 대덕 벤처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냈다. 잔디는 그대로 살리고 새포아풀만 골라서 제거하는 새로운 물질 '포아박사'를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성공한 '목우연구소(대표 구석진)'다. 목우연구소는 신농약물질분야 연구만 20년이상 해온 구석진 대표가 지난 2007년에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벤처동에 위치해 있으며 3명으로 시작해 현재 10명의 연구원이 신농약 물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우연구소는 포아박사에 대한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에도 특허 등록을 마치고 마케팅에 주력하며 시장 점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국내 매출만 12억 원 정도다. 구석진 대표는 "내년 일본 출시를 시작으로 2014년 미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의 골프장에 포아박사를 배포할 예정이다.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매출만 100억 원 이상"이라면서 "매출의 60%정도를 다시 투자해 새로운 물질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게서 지금까지 회사가 걸어온 길을 들어봤다.

▲창업한 이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매일 매일이 새롭고 즐겁다고 말하는 구석진 대표.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011 HelloDD.com
◆신물질 가능성보고 자금 전부 털어 바로 창업으로 연결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포스터 전시대에 처음보는 물질이 소개돼 있었어요. 신농약 분야만 20년간 연구를 해 왔기에 보면 이해가 가는 물질이 대부분인데 그 물질은 도무지 정체를 알수가 없었죠. 그래서 이 물질을 연구한 화학연팀에게 물었죠." 구석진 대표가 이 물질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다. 아니 우연이라기보다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구 대표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을 거쳐 민간연구소인 LG생명과학연구원에서 신농약 물질 연구만 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화학연 동료들이 벼 제초제용으로 개발한 물질에 대해 자료를 받아 본 순간 본능적으로 감이 왔단다. 벼 잡초제보다는 잔디속에 숨어있는 새포아풀에 적합할 것이라는 점을. "물질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는데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치고 바로 새포아풀에 적용을 해봤어요. 예상대로 잔디는 그대로 두고 새포아풀만 제거하는데 그 결과가 정말 놀라웠죠." 때마침 그가 근무했던 LG생명과학이 연구분야를 축소하면서 그 역시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는 망설일 여지가 없었다. 가족들이 가진 자금 전부를 모아 창업을 했다. 대덕특구에서 진행하는 하이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업 설립과 운영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일대일 코칭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제대로 하자는 취지에서 그는 회사이름부터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명이 먹일 목(牧) 소우(牛)로 목우연구소다. 목우는 불교에서 중생을 먹이고 돌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는 "신농약 분야에 속한 연구자들이 연구자로서 존엄을 유지하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세상을 먹여 살리는데 기여하겠다는 의미"라고 회사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명이 가진 의미는 그가 회사를 운영하는 기치가 됐고 철학이 됐다. ◆새포아풀, 골프장 탄생 이후부터 골칫거리였으나 누구도 해결 못해 지금의 잔디 골프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00년 후반이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골프 경기가 건너오면서 9홀을 갖춘 골프장과 클럽이 등장하고 지금의 경기와 유사한 골프장 체계를 갖춰갔다. 이와 함께 골프장 잔디관리 문제가 대두됐다. 각종 잡초들이 자라면서 잔디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그중 새포아풀은 잔디와 비슷한 생김새에 생존력마저 강해 골프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아예 생명력이 강한 새포아풀로 잔디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풀은 잔디에 비해 커다란 단점이 있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나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는 견디지 못했다. 새포아풀로 잔디를 대신한 골프장은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 되기도 했다. 관련 과학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으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제초제가 자칫 잔디까지 고사시키는 등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해외 연구자들도 이 분야에서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신농약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골프장 새포아풀에 대한 제초제 개발을 고민하게 됐다. 구 대표 역시 출연연과 민간연에 근무하면서도 항상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관심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일반 잡초에 비해 새포아풀만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목우연구소에서 새포아풀만 골라서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한 것이다. 물론 화학연에서 이미 개발한 물질이지만 새포아풀에 적용해 성공한 것은 목우연구소가 처음이다. 관련 연구자들과 골프장 업계에서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커다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골프장은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도 테스트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목우연구소는 각종 잡초 씨앗을 구비, 건물 옥상 온실에서 직접 재배하며 제초제 신물질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화학연 동의하에 특허내고 해외 시장 진출 모색 "지금은 포아박사지만 원천기술은 화학연이 가지고 있습니다. 화학연 동의하에 새포아풀 제초제로 새롭게 특허를 내고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요." 골프장 잔디제초제 '포아박사'는 목우연구소가 회사 설립과 함께 특허를 출원하고 이듬해인 2008년 5월 일본과 미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여세를 몰아 2008년 일본 파트너를 발굴하는데 성공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기업과도 계약을 체결, 미국과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구 대표는 최근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내 골프장 몇곳에서 포아박사를 테스트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때문이다. 물론 테스트 결과는 대 만족이다. 미국내 골프장에는 2014년무렵부터 제품이 배포될 예정이다. 구 대표는 "미국 시장은 작으면 연간 100억원 크게는 500억원 규모의 시장이다"면서 "신농약분야는 개발부터 직접 제조까지 가능해 사업화가 비교적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신농약은 일반 신약에 비해 개발에서 제조까지 단계가 짧다. 하지만 특허를 내고 양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자는 효능을 보지만 관리당국에서는 환경 등 부작용을 먼저 보게 되는게 일반적이다. 또 식용, 비식용 등 농약이 어디에 살포되는가에 따라 심사 기준도 달라진다는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포아박사는 비식용인 골프장 잔디에 적용되는 농약으로 회사 설립부터 시작해 3년만에 제품화까지 가능했고 해외 진출도 할 수 있었다. 비교적 빨리 진행된 경우"라고 소개했다. ◆매출의 60%를 R&D에 투자하며 신물질 발굴에 주력 구석진 대표는 출연연, 민간연을 두루 거치고 창업을 했다. 신농약분야를 연구한다는 주제는 크게 달라진게 없지만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유가 뭐냐고? 간단합니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할수 있다는거죠. 어딘가에 소속해 있으면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 보고에 보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농약은 소외된 연구 분야라 전문가도 많지않고요. 그래서 연구자들의 어려움이 큰 분야입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창업 초기 1,2년은 무척 위태로운 시기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기에 매일 매일이 새롭고 즐거웠다. 마케팅에 대한 부담도 갖지 않았다. 이미 민간연에서 경험했던 일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렇지만 개발에 대한 욕심과 긴장을 늦춘건 아니다. 목우연구소는 매출의 60%를 쏟아 부으며 신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연구자에게는 매출의 15%를 발명보상금으로 지급하며 지원한다. 급여 역시 대기업 이상이다. 구 대표는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건 연구 환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의지를 북돋아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연구 의지가 없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냐"고 반문하며 "대신 오래도록 함께 할 사람과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목우연구소의 이직율은 지금까지 '0%'다.

▲발굴 물질을 테스트하기 위한 살포 장비도 구입, 발굴 물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혔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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