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수·매출액 전국 대비 1%도 안되고, 경쟁력도 없고
지역금형기업인들 "기술력과 토탈서비스만이 살길"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필요한게 뭘까. 최첨단 기술, 소재 등 모든 요소가 다 갖춰졌다면 이제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금형'이다. 금형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부품과 내외장이 만들어지고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제품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처럼 금형산업은 모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금형산업이 본격 부상한것은 1970년대다.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입안과 함께 전자공업과 중화학공업이 국가부흥의 기반 동력으로 부각되면서 공작기계가 만들어지는 등 금형산업이 산업의 기본으로 등장하게됐다. 1980년대에는 자동차 내외장재와 반도체 금형이 호황을 이루면서 국내 금형산업도 활기를 띠게됐다. 그러나 금형은 정밀도와 기술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해 일본의 공작기계를 수입하는 등 대일무역 적자의 제1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내 금형산업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흑자 산업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IT와 레이저 등 첨단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금형산업은 다시 사양사업으로 밀려난다. 캐드(CAD)와 레이저 기술 사용으로 눈대중 식의 기존 주먹구구 금형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했다. 또 기존의 금형기술로는 첨단제품이 요구하는 기술을 소화해낼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저가전략의 중국기업에 밀려 국내 금형기업들은 그야말로 설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자금력과 정보력이 약한 지역의 금형기업들은 줄도산했고 명맥만 유지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대전의 금형기업도 줄도산의 광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런 금형산업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가전제품들이 기능을 넘어 디자인과 제품의 완성도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욕구도 달라진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금형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금형산업분야 자체 기술력과 인력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고, 정부에서도 금형산업을 뿌리산업으로 분류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 등장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금형산업은 여전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 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전히 암흑기인 대전의 금형산업, 문제점 인식 못하는게 문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광업제조업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10인 이상 근무하는 전국의 금형업체는 1338개. 전체 매출은 5조6900억 원 규모다. 그 가운데 대전 지역은 업체수나 생산액 모두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대전의 금형기업은 9개정도로 전국 수치와 비교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라도 광주 76개, 대구 92개, 충남 22개, 충북 18개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도 열세다. 매출액 역시 490억원 규모로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제조업 기반이 없는 대전의 여건상 수요부족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위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민은 따로 있다. 대전의 금형기업들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요마저도 다 소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재문 케이에스텍 대표는 "대전은 연간 기계산업에서 7000억 원, 금형산업에서 5000~6000억 원 정도의 수요가 있다. 그러나 지역내 금형기업의 역량이 약해 수요의 90% 이상이 타지역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수요의 10%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대전금형기업들이 기술력을 더욱 키워나가지 않으면 지역의 수요마저 외부지역업체에 내줘야 한다. 그럼 대전의 금형기업들은 계속 도태될수 밖에 없다"며 문제의식을 가질것을 촉구했다. ◆대전의 금형기업들에게 안맡기는 이유 들어보니 "금형산업의 시작은 소재산업이다. 산업에 따라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다양해지는 소재산업과 함께 금형산업도 이를 반영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런데 대전의 금형기업은 기술력에서 따라오지 못한다." "레이저 기술을 기반한 장비 등이 속속 출시되는데 이를 갖출 금형기업이 대전에 얼마나 될까. 영세기업이 대부분인데 기술 변화에 따른 장비를 제때에 갖춘 금형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역의 기업이나 정부출연 관계 회사들이 대전의 금형기업에게 발주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과 장비 등에서 수도권 기업과 비교가 안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의 기업들이 이를 타개할 자금력도 기술력도 갖추지 못해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신규 인력 확보도 문제다. 3D업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층의 신규 인력 확보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지역의 전문계고등학교와 연계해 기술을 지도하며 인력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학생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성과는 크지 않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전금형기업인들도 어느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전에서 금형기업으로 이름표를 달고있는 기업은 65개 정도이며 이중 금형만 하는 기업은 25개 정도다. 지역 금형기업 중 5인이상 기업체는 13개이며 나머지는 1~5인 정도의 영세업체다. 따라사 마케팅이나 기술개발, 장비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회사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사출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상시근무인원 17명 정도로 지역에서는 제법 규모가 되는 강동테크의 홍춘강 대표는 "사업 시작부터 마케팅을 병행해 지속적인 매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형만으로는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사출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일을 하다보면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한 가지가 아니고 토탈 서비스 차원이다. 기업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기술력과 장비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존의 주먹구구식 금형기술로는 고객의 니즈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며 수요자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가야 한다"면서 "신규 인력 확보도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경쟁력 강화위해 네트워크 형성 그럼 대전의 금형기업은 이대로 회생의 기회마저도 얻지못한 채 주저앉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지역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올해부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전테크노파크 등이 컨소시엄을 맺고 대전금형RIS사업단(단장 조재흥)을 발족했다. 지역의 금형업체들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대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RIS사업단은 대전 금형업계의 현실을 파악하고 비교적 규모가 있는 대전금형기업을 중심으로 R&D를 통한 신기술을 접목하고 해외 마케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기업인들은 대전금형협동조합 결성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전금형협동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홍춘강 대표는 "지역 기업인들 대부분 마케팅과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이후 금형산업협동화단지까지 대전에 유치해 대전금형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며 관련 기업인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