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학기술분야 지원은 '제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로 관련 기관 기대감 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는데 의료과학기술 개발분야는 전혀 준비가 안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대로 밀고 온다면 국내 벤처들은 줄도산할 수도 있다."

"현재 의료보험법으로는 국내 기업에서 신기술의 의료 장비를 개발해도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이미 지급된 지원금까지 환수해가는 구조다. 단기적인 안목보다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한미FTA체결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원 원장 선임 등 국내외적 연구환경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바이오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상용 활성화를 위한 모임이 29일 오후 대전 모리화에서 열렸다. 분석기기 전문기업인 케이맥 주관으로 열린 이번 모임은 의료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 의사와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한미FTA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바이오의료과학분야의 연구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과학벨트내에 설치되는 중이온 가속기의 의료분야 연계를 위해서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은 "과학벨트는 거점지구, 기능지구가 결정되고 기초과학원 원장이 선임됐지만 아무것도 결정된게 없다"면서 "정부에 요구를 하기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흩어져 있는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새정부 출범 후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체결로 농업과 축산분야에 대한 지원은 마련되고 있지만 외국과 바로 경쟁하게 될 바이오의료분야는 아무것도 마련된게 없다. 구체적인 요구를 위해서는 연구원과 관계자 전체의 의견부터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의료기기 연구개발에 따른 국내 환경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의학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개발하는 의료 기기는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이 담당, 서로 부서가 달라 법 적용도 제각각이라는 것. 이날 모임에 참석한 권계철 충남대학교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은 "현재 의료법은 신기술 의료기기에 대해 보험 적용이 안된다. 예전에는 비급여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안된다. 사용하면 벌금을 내는 구조"라면서 "첨단 의료기기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위해서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 의료장비 개발시 현장의 니즈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의학과장은 "신기술로 개발된 의료 장비 중 현장과 거리가 먼 제품을 보면 안타깝다. 의사들이 리서치를 통해 이런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그러지 못하다. 개발을 담당하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이런 과정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남수 ETRI 책임연구원은 미국 생활 경험을 전하며 "미국 의료 현장의 이노베이션 원동력은 자금이다. 다양한 보험제도로 경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의료보험은 정부가 독점하면서 경쟁력도 없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환경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 책임연구원은 "FTA 체결로 미국의 대형 보험사들이 들어오면 국내 보험사들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독점하는 의료보험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황혜숙 케이맥 부장은 산업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 장비는 임상분야에서 굉장한 정체를 겪으며 병목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황 부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제도 마련으로 이러한 병목현상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장과 연구자, 기업 등 각각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현장의 의견은 들은 이상민 의원은 "바이오의료기기 R&D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개발한 장비로 진단을 받을 경우 우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분야는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면서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 의약과 진단 기기 등 제도적인 문제를 좀 더 알아보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모임 참석자(순서없음) 이상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정문연 ETRI 책임연구원, 명남수 ETRI 책임연구원, 신동호 ETRI 책임연구원, 고정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권계철 충남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 박광기 대전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백문철 케이맥 상무, 황혜숙 케이맥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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