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시스템 설계·통합·운용까지 기술검증 성공

윙~ 귓청을 울리는 요란한 발전기 소리가 나는 동시에 실험동 한쪽 벽면을 차지한 계기판에서 순간 전력생산량이 100kW를 나타냈다. 파일럿 플랜트를 거쳐 나온 이산화탄소(CO₂)는 실험동 밖으로 모이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개발된 '순산소 연소 파일럿 발전플랜트'가 7일 오전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 실험동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CO₂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CO₂배출을 줄이기 위해 발전소를 멈출 수는 없는 법. 기계연 환경기계시스템연구실 안국영 박사팀은 대신 연소 기술을 이용한 발전시스템과 핵심 기술인 순산소 연소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CO₂감축에 성공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술은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폐열이나 폐스팀을 이용해 CO₂ 포집에 따른 효율저하를 최소화한 순산소 연소 발전시스템. 안국영 박사팀은 2007년 핵심 구성품인 순산소 연소기 개발을 완료한 후 연구원 내에 파일럿 플랜트를 설치하고 연소기 운용을 위한 시동, 점화, 고온운전, 셧다운에 이르기까지 모든 운용과정에 대한 시운전을 마치고 기술검증에 성공했다.

▲이영덕 선임연구원이 플랜트 시스템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전력생산량 등 발전시스템 운용 지표를 나타내주는 계기판. ⓒ2011 HelloDD.com

안국영 박사는 "1997년 교토의정서가 발의된 후 CO₂감축은 전세계와 함께 우리나라가 풀어야할 당면과제가 됐다"며 "위기는 곧 기회. 신기술 개발로 기후변화 체제를 주도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CO₂저감 기술에 착수하게 됐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CO₂감축을 위한 기술은 크게 연소전, 연소, 연소 후의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순산소 연소는 '연소' 부분에 해당하는 기술로 일반 공기를 산화제로 이용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산소만을 산화제로 이용해 연료가스를 연소시키는 방법이다. 순산소 연소 발전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순산소 연소기'를 비롯해 터빈, 응축기 등 구성품과 이들 시스템의 통합이다. 순산소 연소기 등의 구성품이 독자기술로 개발됐을 뿐 아니라 시스템 설계·통합·운용 등도 국내기술로 진행된 만큼 대형 플랜트의 실증운전과 상용화 플랜트 개발도 가능한 상태다.

이번 시운전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고 향후 대형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는 상용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안국영 박사는 "연소 시 공기대신 산소를 이용하면 공기 중에 고농도 CO₂를 전처리나 후처리 응축과정없이 포집할 수 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산소제조에 전력이 소비되는 단점이 있으나, 다른 기술에 비교하여 포집단가가 낮고 용이하게 CO₂를 포집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산업단지, 자원회수시설, 연료전지 등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폐열자원으로 스팀을 생산해 순산소 연소기술과 연계하는 경우는 효율저하를 최소화한 시스템으로 적용처에 따라 효율 저하가 없이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소각장이나 연료전지 등의 배열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배열을 최적화 시킴으로써 시스템 효율을 저하하지 않고 순산소 발전함으로써 효율저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발전시스템 고안해 중국과 유럽에 국제특허도 냈다.

안국영 박사팀은 교육과학기술부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사업단(단장 박상도)의 지원으로 지난 2003년 연구를 시작했으며, 성일에스아이엠(대표 우양호), 현대엔지니어링(대표 김동욱), 한국남부발전(대표 남호기)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천기술확보에서부터 기술의 실증까지 확보했다. 순산소 연소 이용 발전시스템관련 기술은 현재 국내특허 5건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에 국제특허가 등록됐다.

◆ 안국영 박사, "효율성·경제성 향상위해 지속 연구 할 것"
 

▲안국영 박사. ⓒ2011 HelloDD.com
"순산소의 장점은 고농도 CO₂를 얻는 데 적은 비용이 들지만 단점은 산소생산에 별도의 비용이 드는 것이죠. 현재 개발한 시스템은 기존의 발전단가와 비슷한 경제성은 확보했지만 앞으로 산소생산 비용을 줄여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안 박사는 앞으로 효율성과 경제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2년에 첫 연구를 시작해 2007년까지는 원천기술을 개발, 2008년부터 개발한 발전시스템을 시연하고 실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2년 4월 마무리할 계획이다. 순산소 연소는 연소공학을 전공한 안 박사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로 2002년 이전 이미 가스터빈에서 저녹스(NOx) 연소를 비롯해 순산소 기초연구를 진행했다.

안 박사에 따르면 2002년 당시 '순산소 연소' 연구는 막 시작되는 분야였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기존 자료가 거의 없었다. 모든 것들을 일일이 연구해서 알아내고 특성을 찾아야 했기에 시작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보람도 크다. 발전시스템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파일럿 플랜트에서 시연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주요 구성품인 연소기, 터빈, 응축기를 통합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각각의 구성품의 핵심기술은 개발돼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 예기치 않은 변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500도 정도 고온에서 운전되다보니 열팽창을 고려해서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밸브나 펌프 등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연구팀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스템을 통합하고 시운전하며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설계값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안 박사는 "포집된 CO₂의 이송, 저장의 프로세스가 완성돼야 CO₂감축이 효과적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아직 포집한 CO₂를 저장하는 분야의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포집한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애로사항을 말했다. 현재 파일럿 플랜트에서 응축된 CO₂는 배기가스 93~95%정도의 농축된 상태지만 아쉽게도 포집은 되지 못하고 공기중으로 배출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 CO₂포집에 대한 규제가 없어 발전소 등 사용자가 바로 적용하려면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 박사는 "관련 기술은 앞으로도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며 "7배 정도까지는 용량을 키울 수 있도록 개발한 만큼 우리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찾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순산소 연소 파일럿 발전플랜트의 각 부분별 명칭 ⓒ2011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