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국가연구개발원' 출범…"앞으로 넘어야 할 산 많다"
생기원, 천문연 등 일부 기관 부처 존속…KIT는 민영화 가닥

"과거에는 모든 것을 나눠 각개약진식으로 성장했으나, 앞으로의 시대는 전혀 다르다. 이젠 단순 모방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출연기관끼리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큰 과제를 놓고 융합 연구를 하기위해 다같이 뭉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앞서 나가려면 융복합 연구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출연연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

"다소 늦은감이 있고, 일부 출연연이 부처로 남아 안타까움은 있지만 진작 이뤄졌어야 할 행보였다. 앞으로 출연연 단일법인화 과정에서 무엇보다 현장과의 소통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은 안되는 것보다 낫다. 차기 정권에서 과학기술부가 부활하더라도 지금처럼 출연연이 부처로 나뉘어 있었더라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다. 출연연은 이제 융합으로 뭉쳐야 살아갈 수 있다."

지난 9일 오후. 20개 정부출연연구소가 국과위 산하로 이관, 가칭 '국가연구개발원'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관계 부처 장관회의에서 결론지었다. MB정권 들어 과학기술부가 해체되고 출연연 개편 논의를 벌인지 2년 만에 출연연 거버넌스 방향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정부는 다만 지경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교과부 산하 국가수리과학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농림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연구원·세계김치연구소 등은 연구소 성격상 융합연구의 여지가 적어 기존 부처 직할 형태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KIT)의 경우에는 민영화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은 출연연구소 개편 관련 4차 장관급 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이 안은 내주 초 청와대 재가를 받아 14일께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같은 정책 변경에 대해 과학기술계 현장의 반응들은 일단 긍정적이다. 전반적으로 출연연이 정부부처에서 국과위 소속으로 이관되는 개편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단일법인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조율되어야 할 과제들을 슬기롭게 현장과의 소통을 기반해 풀어가야 한다는데 현장 의견이 방점이 찍히고 있다.

◆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 "출연연 연구환경 더 좋아질 것"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은 "융합은 과학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추세"라며 "국과위도 융합을 위한 여건이나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개편은 그런 면에서 융합을 촉진하고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임위원은 "출연연끼리 칸막이 문화가 심해 중복 연구도 많고 융합이 잘 안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연구성과가 질적으로 더 좋아지고 예산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으며, 연구하는 사람이 여러 분야 관계자들과 더 좋은 연구환경에서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차기 정권에서의 과기부 부활 여부에 대해 김 상임위원은 "현재 국과위가 과학기술계를 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답했다.

◆ "방향은 맞지만, 현장의견 괴리 가장 큰 우려"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출연연의 단일법인화의 모체인 '국가연구개발원' 설립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부문에 있어서는 과학기술계 구성주체들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출연연 기관장들은 대부분 국과위로의 이관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국과위 출범과 동시에 진작 실현됐어야 할 사안으로, 새로운 융합시대에 걸맞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문길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당연히 출연연이 국과위 산하로 갔어야 한다"며 "융합의 시대에 큰 과제를 풀기위해 출연연이 다같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KIST도 큰 연구소라고 하지만 사실 연구그룹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전체 출연연이 하나되듯 하면 연구개발 활동에 굉장한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출연연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국가연구개발원 출범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존 출연연 개별 법인이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와 연구문화가 유지되는지의 여부와 연구회 존속 여부, 행정직들의 통합 여부, 기존 출연연 기관장의 역할 등 세부적 조율 과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소속의 한 과학자는 출연연 국과위 이관 결정은 부처간 큰 협의를 도출했다는 자체에 의미있는 것일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며 "출연연의 단일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과의 소통"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 및 단일법인화 작업을 현장 소통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게 되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우)은 이번 개편 결정에 대해 그동안 현장에서 우려를 표시했던 내용과 주장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며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자료.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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