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만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는 대한민국 과학의 방향 및 방법의 선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KAIST의 혁신은 대한민국의 혁신으로 재빠르게 이어졌다.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됐을 때 KAIST는 새로 국제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한국 연구기관의 국제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 교육제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KAIST 대학운영 및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서 총장 다음으로 누가 KAIST 총장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KAIST가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 그리고 한국 세계적인 과학기술 수준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차기 KAIST 총장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제안을 해본다.

한국의 여성들은 고등학교 학업에서 놀랄 만한 소질을 보이고 있고 갈수록 많은 여성이 대학의 이과에서 교육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직장에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화학·전자공학·기계공학대학원에 입학하더라도 실제로 교수가 되는 여성이 많지 않다.

영국의 이코노미스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10년 세계 113개국 가운데서 한국의 '여성경제기회지수'를 35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의 법적·사회적 지위는 104위에 불과했다. 한국 여성들의 역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계와 기술계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여성의 직장생활 분포 범위는 왜곡되고 있다.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한국의 제도와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시대다. 한국 여성들이 더 큰 역할을 한다면 전세계 여성도 큰 역할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은 오늘날 훌륭한 여성 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는 적다. 한국은 과학과 기술 분야, 특히 환경·고령화·질병 등과 같은 분야에서 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여성은 미래 과학에서의 자신들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 분야에서는 여성 리더들이 적기 때문이다.

남성 위주의 과학기술은 미래 인문학 및 과학기술의 융합, 녹색 기술의 미래 등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여성 장군이나 연구기관의 여성 회장, 정부 기관의 여성 수반은 없더라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한국은 여학생들에게 남학생들만큼이나 학업 열중을 장려하고 있어 훗날에 대비해 적절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 대통령도 좋지만 그에 앞서 KAIST 여성 총장이 더 급하다. KAIST 총장직에 여성을 임명하게 된다면 그것은 한국인들에게 여성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다.

이는 여학생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며 한국이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진정한 리더가 될 것임을 의미하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벌써 여성인 수전 혹필드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여성들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KAIST는 한국의 지도자 역할을 분명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엔개발계획은 여성에 권력을 주는 것을 지속적 발전에 가는 지름길이라고 인정했다. 왜냐면 많은 연구에서 여성들이 날이 갈수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나라들은 바로 한국을 벤지마킹하고 있으니 KAIST에 여성 총장이 탄생 한다면 많은 나라도 따라 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