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견]젊은 과학자들의 사기 진작 시급…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 구축
현장 과학자들의 목소리 대변 관건…과학자들의 적극 참여 독려

"젊은 과학자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과학기술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비롯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땅에서 꿈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이하 대과연)'. 국내 과학기술계 17개 단체가 모여 만든 연합기구다. 13일 출범했지만 이 단체가 짊어진 과제는 무겁다. 대선과 총선을 앞둔 내년, 국민적 선택의 시기를 맞아 과학기술계가 정치, 사회적 역량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자체 결속력을 확인·천명한다는 것이 대과연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과학기술계 인사들의 국회 진출을 돕겠다는 것. 현장 과학자들은 이러한 대과연의 목표에 벌써부터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대과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더 원칙적이다. 그는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우선 선배 과학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원래 과학기술인들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부터 타파해야 한다. 후배들이 모여 과학기술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선배 과학자들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번 대과연 출범이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식을 고취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역연합회장은 "사실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게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인들이 정책을 따르기가 무척 고됐다. 국가를 경영해야 할 사람들에게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과기계의 목소리가 필요했다"며 "대과연의 출범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현 정부나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손욱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는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까지 왔다. 과학기술인들이 신바람이 나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데,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방치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 의식와 책임 의식을 갖고 무언가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대왕때 우리나라는 첨단과학기술 강국이었다. 집현전이라는 싱크탱크에 과학기술인들이 20%넘게 있었다. 합리적이고 분석적이고 시스템적인 사회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이대로 가면 후퇴한다. 힘을 모아 국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차기회장은 "과학기술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지금껏 정부의 통보만 받아왔다"며 "국민들이 과학기술계를 잘 모르는 이유도 생각을 전하는 통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대과연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이전의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과학기술계 채널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명 대덕클럽 회장 역시 "지구온난화, 에너지, 국가 재난 등 과학기술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없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못했다. 늘 우왕좌왕했다. 과학기술인들이 국정 운영에 직접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암울한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과학기술계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연령층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창의적인 생각으로 국가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문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내년이 중요한 시기다. 그런 만큼 이번 출범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국정 운영에 반영되려면 과학기술계 대표가 나와야 한다. 내년에는 꼭 과학기술계 대표들이 여의도에 입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원로 과학자들을 활용해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한정광 경영품질개발협의회장은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해 국민적 체감이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과학기술계의 노력이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대과연이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 같다"며 "창의적 과학기술은 얼마든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고령사회를 대비해 원로 과학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입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거대 연합이 출범 때의 의지대로 추진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 참석해보니 역시나였다. 젊은 과학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로 과학자들 아니면 중견 과학자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이번 대과연 출범이 그저 연합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싹 틔울 수 있는 토양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 연구원의 한 과학자는 "현장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17개 단체가 모였다고는 하지만 단체들끼리의 원활한 소통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인 소통이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진정한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멘토 그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연연 고위 관계자는 "물질적인 껍질은 필요없다. 형식에 치우친 출범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연구환경을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현장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강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통과 자발성이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 대과연이 초심을 잃지 않고, 과학기술계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기관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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