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서울대 교수팀, 암·지중해빈혈증에도 서광

암, 지중해빈혈증, 혈우병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제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직무대행 김병국)은 김진수 서울대 교수연구팀이 뒤집어진 혈우병 유전자를 다시 뒤집어 원상 복구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간 염색체의 일부가 뒤집어지기도 하고 중복되기도 하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재현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사람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서로 비교해 보면,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특정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있기도 하고 삭제돼 있기도 하며 중복돼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변이를 '구조변이'라고 하는데, 이 구조변이는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중증 혈우병 환자 대다수는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김 교수팀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맞춤 인식해 절단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양세포에서 염색체 두 군데를 절단한 결과, 가운데 부분이 삭제되기도 하고 중복되기도 하며 때로는 뒤집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자가위는 인간 세포를 포함해 모든 동물, 식물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절단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사용되는 생명공학의 새로운 도구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염색체의 일부를 뒤집을 수도 있고 뒤집어진 부분을 원상 복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 로드맵. 환자의 피부세포를 채취하여
역분화시키면 환자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세포는 환자의 돌연변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치료제로 활용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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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서 김 교수팀은 중증 혈우병 환자 다수에서 발견되는, 뒤집어진 유전자에 작용하는 유전자가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를 인간배양세포에 도입한 결과 실제로 14만개 염기쌍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뒤집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김 교수팀은 유전자가위 후속연구를 진행하며 인간배양세포에서 유전체의 일부를 연구자가 원하는 대로 뒤집거나 삭제하거나 중복을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는 "암, 지중해빈혈증, 혈우병 등 다양한 질환이 특정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발생한다. 이를 다시 뒤집어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는 우리를 포함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혈우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원천적인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기술을 세포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환자 맞춤형 분화만능줄기세포를 만들고, 이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염색체를 복구시키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그 자체는 돌연변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로 바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 교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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