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못따라가 경쟁력 추락한 현실 인식
"네트워크 결성으로 정보 공유하며 기술력 키울 것"

"현품을 가져와 금형을 제작해달라고 하면 가지고 있는 설비 안에서 눈짐작으로 제작해 납품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없냐고요? 어떻게 없겠어요. 안 들어간다, 맞지않는다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죠."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죠. 자금력이 안되니 설비를 새로 구입할 수도 없고 답답합니다." "인력이 없어 하나의 과제를 맡아 진행 하다보면 다른 과제를 수주 받을 여력이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회사 재무상태는 매번 제자리 걸음이죠." 대전 금형기업 대표들이 전하는 지역금형산업의 벌거벗은 현주소다. 금형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뿌리산업으로 분류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지만 대전지역 금형기업들이 느끼는 현실은 여전히 높은 벽에 둘러싸인 느낌이다. 열악한 자본과 인력난으로 악순환에 빠져 있는 채 새로운 투자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영세한 사업 규모로 정부의 지원조차 기대하지 않는 자포자기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출범한 대전금형RIS사업단과 대전금형협동조합은 이들 금형기업들에 가뭄 끝에 단비나 다름없다. 대전금형기업인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대전 금형기업들 불규칙한 일감 수주로 제자리 걸음 대전 지역에는 현재 60여 개 정도의 금형기업들이 있다. 2009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그중 10인 이상은 9개, 5인 이상이 17개 뿐이다. 전국 2500여개의 금형기업을 감안한다면 수치에서도 대전금형산업의 열악함이 그대로 나타난다. 지역 금형기업들의 상황을 듣기 위해 30여개의 업체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어렵다"는 말만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중 몇몇 업체는 이미 회사 문을 닫았는지 결번이라는 안내 멘트만 귓전을 울렸다.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으면 괜찮은 편"이라는 어느 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말이다. 지역 금형기업들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는 뭘까. 관련 기업인들은 "대전 금형기업들 대부분 직원이 5명 이하로 소규모 기업이다. 1인 기업도 많다"면서 "당연히 설비와 기술 업그레이드에 투자한다는건 꿈같은 이야기"라고 실정을 전했다. 실제 대전금형기업 중 상당수는 1인기업이다. 기술 하나만 가지고 소규모로 창업을 한것. 직원 1명을 두고 있다는 J대표는 "대전에는 큰 발주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작은 물량으로 서로 경쟁하며 제살깎아 먹는 구조"라면서 "작은 물량으로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설비에 투자한다는 건 엄두도 못낼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역 발주업체 대부분 소규모, 결제 미루면 손실 그대로 안아 "발주업체의 부도로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에 4~5개월 후에 받을 수 있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곳도 있으니 자금 회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영세 금형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다. 자금력도 넉넉치 않은 상태에서 받아야할 대금이 제 때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발발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되고만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체납건 기록으로 대출을 받을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또 기술력 부족으로 견적을 잘못내게 되면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S대표는 "나이도 있고 설비도 고급화가 안 되다보니 자칫 견적을 잘못내기도 한다"면서 "그렇지만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그렇고 다시 거래를 하면 다음 발주에 조금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손해를 입고가야한다"며 답답해 했다. 기껏 제품을 생산해놓고 발주업체가 문을 닫아 대금을 그대로 떼이는 경우도 있다. K대표는 "언젠가는 찾아가겠지하고 제품을 공장 한쪽에 쌓아놓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이 있지만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지역 발주업체 중 소규모 기업들이 많아 부도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전금형기업, 자성의 목소리도 많아 물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산업의 변화와 다양화에 따라 수요자는 기술을 포함해 디자인 소재 납기 등 토탈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금형업체 대부분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 설비를 갖추지 못하면서 경쟁력도 하락했다는 것. K 대표는 "금형이 각 산업에 적용되고 중요성이 커졌는데도 금형분야만 고집하며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했다. 자금 문제로 설비 투자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대기업이 뛰어들고 중국까지 경쟁하면서 지역의 금형산업은 사면초가 상태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금형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S 대표는 "지인이 현품을 가지고와서 금형을 부탁했다. 나름 재서 한다고 했는데 맞지 않는다며 항의를 해 곤란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나이 탓인가 싶기도해 그 뒤로는 외주를 주고 있지만 기술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자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금형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 공유에 소홀했던 점도 많이 언급됐다. 1인 금형기업을 운영하는 P대표는 "그냥 내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혼자 해왔다. 여력이 안 된 점도 있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생 발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업단 발족과 조합 설립으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H 대표는 소재 변화에 대해 지적했다. 소재도 점점 다양해짐에 따라 그에 따른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 소재의 특성에 따라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므로 금형기업인 스스로 소재에 대해 공부하고 발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대전금형단지 조성 시급하다 "대전금형RIS사업단과 대전금형협동조합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정부나 지원기관과 가교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대전지역에 금형산업단지 조성이 시급합니다. 지자체의 지원과 금형기업간 일정 투자로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던 대전금형기업들이 대전금형RIS사업단과 대전금형협동조합에 거는 기대는 어느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사업단 역시 지역 기업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가고 있다. H 대표는 "대전금형기업이라고해서 더 이상 지역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다른 지역과 해외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면서 "사업단에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해 지역의 금형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업체의 매출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재흥 사업단 단장은 "대기업에서 금형산업에 뛰어들면서 지역의 금형산업계는 고사직전까지 몰리고 있다"면서 "사업단에서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대전지역금형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면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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