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석 시온텍 대표 "신성장 동력 기술 국내외적으로 기술 인정"

시계 바늘이 애초의 만남 약속 시간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도착 전부터 시작된 듯한 전화 통화는 좀처럼 끊어질 줄 몰랐다. 무료하게 앉아 있자니 자연스레 전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수출' '일본' '서류' 등의 단어였다. 그러려니 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3자 통화다. 일본 거래처와 회사 관계자, 그리고 강경석 시온텍 대표가 거래를 위한 준비로 대화 중이었다. 인터뷰 일자를 다시 잡아야하나 고민하던 중 '수출'이라는 단어에 필이 꽂혀 그냥 기다려 보기로 했다. 50여 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강 대표와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의 얼굴은 전화 통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상기된 표정이다. "일본 수출을 위해 일본에 있는 거래 기업과 진행하고 있는데 챙겨야 할게 많네요. 아직 진행형이지만 잘 되면 국내외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게 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가 먼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연구차원으로 설립, 3년후부터 죽기살기로 시온텍은 강경석 대표가 2000년 대학 재임시 상하수도 살균 소독기술을 살려보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물론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 현장 학습용 가상 회사였다. KAIST출신으로 인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강 대표가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시말해 경영보다는 연구 중심의 기업이었다. 당연히 아무런 실적 없이 그럭저럭 3년이 흘러갔다. 그래도 기술 성격상 경영성공 가능성은 충분했다. "3년을 보내다보니 안되겠다 싶었어요. 뭔가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민 끝에 학교를 접고 기업 경영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강 대표는 학교에 남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하겠다는 의지로 기업을 선택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커지면서 미련없이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시온텍이 하는 분야는 지방의 상하수도 살균소독이다.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회사 운영이 어렵지는 않았다. 7~8년 업력이 이어지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요청이 올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제품의 다양화를 시도해 봤다. 정부 중심에서 산업용, 가정용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4월에는 일반 수도에 간단히 설치하고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살균수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하이포크린'을 출시했다. 식수에 대한 중요성이야 익히 알려져 있었기에 시온텍의 제품은 시장에서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살균·소독·탈취가 한번에 가능하고 간편한 터치방식으로 사용도 편리해 학교마다 주문도 이어졌다. 강 대표는 "그동안 기술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해 왔기에 기술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신성장 동력이 강력히 요구됐다"면서 "기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수처리 산업의 차세대 핵심 기술 'CDI'

▲시온텍이 내놓은 차세대 환경친화적 정수모듈 'CDI'(사진 가운데)와 순간살균소독기(오른쪽).  ⓒ2011 HelloDD.com
그렇게해서 탄생한 기술이 수처리 산업의 차세대 핵심기술로 불리는 축전식 탈염(CDI· Capacitive Deionization)기술이다. 이는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의 융복합기술로 전극 전위를 조절해 용존 이온을 제거할 수 있는 데다 에너지 소모가 적고 회수율이 높은 고도의 정수기술이다. 시온텍은 장치를 만들기 위한 소재와 부품도 개발해 이 분야에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강 대표가 CDI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는 "이 제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시온텍이 보유하고 있어 수출 전망도 밝다"면서 "일본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정도에서 그칠 그가 아니다. 머리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경영 목표치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말하는 강 대표는 "여러 분야가 있다. 수처리 기술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술력을 강조하는 그답게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 역시 연구환경이다. "엔지니어는 개발하는 사람들입니다. 개발환경이 안되면 기대할게 없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듯이 직원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로 더불어 함께 하는 사회 만들고 싶어" 시온텍은 인력 이동이 거의 없다.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강 대표는 이런 관행에 대해 "기술 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당장 비용을 줄일 수야 있겠지만 기술기업에게는 혁신적인 기술과 사고가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게 엔지니어의 기본"이라면서 "그래서 감원 대신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해 왔고 그 판단이 잘못된 적이 없다"며 직원들에 대한 굳은 신뢰를 표시했다. 강 대표가 기업 운영에서 또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욕심 버리기'다. 욕심을 낼때 위험도 따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 걸음 한걸음 가고 있다. 원칙을 통해 성장하면서 더불어 함께 아우르는 기업인으로 엔지니어로의 삶을 살고 싶다"며 새해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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