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과학기술계 운명 바꾼 결단과 사건들
과학벨트 입지 확정, 국과위 출범 등 科技 융성 기반 마련

2011년, 과학기술계는 '다사다난 했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KAIST 연이은 자살사태와 내부 갈등,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과 정부출연연구원 개편, 계속된 연구현장 감사 등으로 인해 일 년 내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연구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출연연 개편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과학비즈니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출연연을 통합한 국가연구개발원 출범으로 일대 대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대덕넷은 올 한 해 과학기술계와 지역 벤처산업계를 돌이켜 봤다. ①과학기술계 이슈 결산 ②과학기술계 인물과 성과 결산 ③대덕 벤처산업계 결산 순이다. [편집자의 편지]

'상반기 사건사고 하반기 개편몸살' 신묘년 한해가 저물며 과학기술계에 떠도는 말이다. 상반기를 생각하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안전사고와 연이은 KAIST 자살사태가 국가적 이슈로 번지면서 과학기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후반기 들어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개편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 전반적으로 2011년 과학기술계는 상·하반기를 나눌 것도 없이 내·외부적 혼란의 연속 이슈로 점철된 한 해였다. 원자력계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부터 원전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원자력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창출 실패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는 새로운 과학기술 전담 콘트롤타워가 탄생하게 됐다.

특히 올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함께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국가 기초과학의 포문을 열게된 한 해였다. 과학기술계는 외부에서의 크고 작은 정책적 결정과 사고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한편으론 내부 갈등으로 인한 잡음과 새로운 돌파구를 향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올 한해 과학기술계를 관통한 이슈와 굵직굵직한 흐름을 정리했다.

◆ 사건과 사고의 연속…"올해 참 어려운 일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전 세계가 원전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2011 HelloDD.com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우리나라 원자력계에도 후폭풍이 들이닥쳤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원전 대형 사고로 아직 경제사회적,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원자력계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원전 안전에 대한 대응 노력에 분주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를 중심으로 KINAC(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자력의학원 등 원자력 안전 관련 기관들이 일본 원전 사태 파악을 예의주시하는데 동분서주했다.

KAIST,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 중앙연구원 등 원자력 연구 및 원전 운영기관들도 안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10월 원자력안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시켰다.

▲KAIST의 학생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2011 HelloDD.com

연이은 KAIST의 자살 사태는 과학기술계에도 큰 충격이었다. 1월 10일 KAIST 첫 전문계 공고 출신 합격생의 자살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7월까지 거의 매달 KAIST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심지어 KAIST 교수가 정부의 감사 과정에서 목숨을 끊자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긴급 위기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 퇴진 움직임과 함께 학교 내에 혁신비상위원회가 4월 출범하기에 이르렀으며, 결국 KAIST는 자살 배경 논란의 핵심인 '징벌적 수업료'를 전폭 조정하고, 영어강의 제도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열을 올렸다.

또, 총장과 구성원간 소통 부재 문제로 대학평의회 구성 중에 있으나 의결권 없는 평의회 논란으로 학교와 교수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평의회와 교수협의회 차원에서의 서 총장 사퇴 촉구도 지속되고 있다. 한편 올해 초 발생했던 구제역으로 국가적인 구제역 대응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올 여름에는 서울 산사태로 산사태 조기 경보 시스템 연구 필요성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 과학기술 콘트롤타워 탄생과 출연연 개편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 과학 시너지 창출 실패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올 3월 출범했다. 연구현장은 과학기술 전담 위원회가 출범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했지만,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예산 입김에 국과위가 얼마나 과학기술계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낼지, 또 다음 정권에는 어떻게 될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현재 국과위는 과학기술계를 위한 정책 개선과 출연연 소속 이관을 위해 지속 노력하는 등 다방면에서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연말 출연연의 국과위 소속 이관 발표와 동시에 관심을 받은 기관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존 정부 부처로 존속한 기관들이었다. 출연연 최대 규모 기관인 ETRI 등이 빠진 개편 결정이 차기 정부 출범에 또 다시 연구현장을 흔들어 놓는 결과를 가져올지 무수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정권의 과학기술부 전담부처 출범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과학벨트 확정과 기초과학원 설립

과학벨트 입지 확정도 2011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유치 과열이 심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전으로 입지가 결정됐다. 지난 5월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과학벨트 선정은 국내 과학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과학벨트 최종 입지를 밝혔다.

▲과학벨트가 대전으로 입지선정됐다.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는 유성구 신동 북측에,
기초과학원은 둔곡 남측에 배치될 예정이다.
ⓒ2011 HelloDD.com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인 중이온 가속기는 대전시 유성구 신동 북측에 들어서며, 기초과학연구원은 둔곡 남측에 배치되는 등 과학벨트 기본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기초과학원은 오세정 초대 원장을 필두로 국가 기초과학을 이끌 연구집단 조직 구성을 본격화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유치 경쟁이 심했던 때와는 달리 과학벨트 추진에 대한 관심이 거의 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과학벨트의 목표와 비전을 더 뚜렷히 해야하고 부처 이기주의 프로젝트나 차기 정권에서의 사업 연속성 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 과학자는 감시의 대상?…각종 감사의 연속

올해는 유난히 연구현장에 대한 감사 활동이 끊이지 않았다. 여러차례의 기관장 공모 과정에서 투서 등으로 국무총리 감사와 해당 부처 감사가 이어졌다. 국회 국정감사는 통과의례였다. 특히 한 출연연의 정부 공무원 로비 사건이 불거지면서 연구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단행됐다. 부처의 종합감사를 비롯해 총리실 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연구현장을 들이닥쳤다. 교과부나 지경부 소속 할 것 없이 과학자들에 대한 연구과제 감사와 연구비 사용을 추궁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연구현장 과학자들은 과학자가 사회적으로 감시의 대상으로 인식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과학기술계의 투명성 강화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적인 과학계 신뢰와 사기 회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연구현장에서는 15년동안 계속된 연구비 수주방식 문제 'PBS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연구현장과 정책 공무원간의 소통 단절, 앞서가는 중국·일본 우주개발에 대한 한국 과학계 위기 등 다양한 이슈를 고민하며 올 한해를 보냈다.

대덕의 한 과학자는 "올해에는 좋은 일보다 다소 어두운 이슈들이 많았는데, 내년에는 좀 더 밝고 신나는 이슈로 과학기술계가 본격적으로 번영의 길, 행복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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