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학 표준연 박사팀, 재료강도 인증표준물질 개발

"우리가 측정한 데이터가 맞습니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에는 각 산업체들로부터 데이터 측정 확인 요청이 쇄도한다. 제품 개발 자체는 아니지만 개발 과정에서 각종 측정치의 정확도를 검증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해 줌으로써 기업들의 제조 과정 자체는 물론 제품의 품질 향상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표준연의 역할이다.

표준연 재료측정표준센터의 허용학 박사팀은 최근 재료강도측정에 사용하는 재료 시험기기 교정을 위한 600 MPa(메가파스칼)급 중강도의 인장 강도 인증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표준물질보다 4~12배 향상된 측정값을 확보해 관련 산업계 뿐 아니라 국내외 재료 강도 분야의 측정 소급성 체계 마련에 큰 기여를 하게될 전망이다.

자동차, 항공기, 토목 구조물 등과 각종 산업 부품에 활용되는 재료를 개발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하는 측정의 타이틀은 '안전'이다. 특히 안전설계를 위한 기본 데이터 중 단위면적 당 얼마나 힘을 지탱하는지를 의미하는 '강도'의 개념은 필수 데이터로 신뢰성이 요구되며 안전설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로 일상생활의 모든 재료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ISO, ASTM, KS 등의 규격에 근거한 측정이나 KOLAS 실험실인증제도에서 표준화된 방법에 의해 측정해왔지만 이러한 표준화된 시험법 아래에서는 비교적 넓은 측정 범위와 상대적으로 부분적인 교정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측정 결과의 일치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벨기에의 측정연구소 IRMM(Institute for Reference Materials and Measurement)에서 750 MPa급 고강도 인장 표준물질을 공급해 왔지만 이 또한 표준값 없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인 대표값을 써왔다.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재료의 측정도를 높이는 작업이 요구되며 특히 경량화 산업 분야에서는 안전계수가 넓으면 그만큼 실데이터 간격도 커지므로 더욱 타이트한 설계기준과 정확한 측정값을 필요로 한다.

재료측정의 개념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오래되지 않는다. 7~8년 전 처음으로 전파되어 각국 표준기관에서 이의 연구활동이 시작되었으며, 허 박사팀의 인증표준물질 개발이 그 시작점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허 박사는 "재료산업이 발달하지 않으면 같이 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나라 재료산업과 사회적 인프라 수준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증표준물질 개발 추진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허 박사팀이 개발한 표준물질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아시아태평양측정표준협력기구(APMP) 워킹그룹 하에서 파일럿 스터디를 마치고 비교시험 시 기준물질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9월 개최된 아시아 4개국(일본, 중국, 대만, 한국) 표준기관들이 참여한 제1회 재료측정 워크숍에서 많은 국가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독일 BAM 기관과 비교측정을 준비하는 등 세계 표준기관에의 전파도 준비하고 있다. 표준연 재료측정랩은 20~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장 분야의 신뢰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계획했고 다양한 물리적 교정 방법과 지금까지 정립되지 않았던 새로운 측정기술을 확보,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하게 됐다. 표준개발의 임무 그중 재료측정부분 표준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경주해온 결과다.

◆ "시도하고 또 시도해 최적의 기술을 만난 것"

물론 초반기에는 표준화와 표준의 개념정립 문제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표준화'와 '표준'의 개념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규격을 만들기 위해 각국 전문가가 참가해 서로 의견을 내고 하나의 기준이 되는 표준화된 표준안을 만든다.

그 표준화된 절차 중에는 다양한 의견을 담아야 하므로 많은 범위의 측정방법이 거론된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측정 조건은 결과 데이터가 각각 다른 값으로 산출되는 모순점이 발견되곤 한다.

이런 모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표준화'다. 이와 달리 '표준'이라는 것은 보다 정밀한 측정값을 대표값으로 정의한다. 고기능 경량화의 고부가가치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설계 등의 단계에서 측정량이 정확한 값이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정확한 기준에 의하여 얻어진 데이터가 요구됨을 의미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사용하는 대중적 방법 외에 정확한 데이터가 얻어질 수 있는 측정표준 하나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 즉, 익숙하던 옷을 보다 타이트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인데 이를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인증표준물질의 재료확보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재료의 균질성 확보를 비롯 표준물질에 적합한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 많은 실패를 겪어야 했다. 수많은 실험이 반복됐다. 한 재료의 시편을 가공하여 정밀도를 확보하고 시험해서 값을 비교하고 통계치를 내는 일련의 과정에는 대략 1~2년 정도 소모된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허 박사는 "지금껏 된 역사보다는 안 된 역사가 길다"며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또 시도함으로써 최적의 기술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려 노력했고 그 결과 인증표준물질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해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보람있다"고 말했다.

'표준'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며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기업들에서도 '측정' '표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요구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편리한 측정 기술과 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담당자들과도 꾸준히 논의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허 박사가 다양한 아이템들의 측정방법을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유다.

재료 강도의 경우 핫이슈로 거론되진 않더라도 저변에서 늘 필요로 하는 은은한 부류에 속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위한 연구나 노력도 아니다. 허 박사는 그저 꾸준히 20여년이 넘게 표준의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이 세계를 리드하는 재료강도표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인장 뿐 아니라 다른 물성의 표준확립을 위해서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새로운 강도레벨의 인증표준물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료시험기가 상당히 많은데 용량별로 차이가 크다.

용량에 적합한 인증표준물질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물론 인프라 구축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그와 관련된 기반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허 박사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가지고 가는 것도 재미난 일이며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며 "세계 표준의 길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이를 리드해나가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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