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업 탐방]인쇄회로기판 생산업계의 강자 '씨아이디지털'
품질 우선으로 불량 제로 도전…올해 100억 매출 목표

이제는 전문기업 시대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구분되는 규모의 기업 구분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계 1등을 향한 벤처기업인들의 땀과 노력은 더이상 '중소'라는 약자의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덕넷은 세계적 수준으로 전문화되는 전문기업들을 주목하고 그 곳에서 대한민국 내일의 희망을 찾는데 주력하겠습니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은 국가 총 사업체 비율 99%를 담당하고, 산업계 고용인력의 88%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식경제 시대입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전문기업들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바른 방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연중기획 보도로 '이제는 전문기업이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편집자의 편지]

공장에 들어서자 '위이잉' '위이잉'하며 전자장비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렸다. 한 라인에서 한 명의 작업자가 기계 조작 버튼을 누르며 장비를 운영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모두 3개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 장비에 가까이 가보니 차곡차곡 쌓인 인쇄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들이 장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인쇄회로기판 표면 위로 반도체 칩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빠르게 찍혔다. 보통 기판 위에 1400개 정도의 칩들이 실장된다. 인쇄회로기판은 전자기기 조립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표면창착기술 SMT(Surface Mounting Technology) 장비 라인에 들어가면 빠르게는 30초, 길게는 120초에 한 장찍 찍혀나온다.

▲가지런히 쌓인 PCB들이 SMT
장비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 간다.
ⓒ2012 HelloDD.com

대덕특구 인쇄회로기판 생산 전문기업 씨아이디지털(대표 이종수)의 생산현장 모습이 숨가쁘다. 보통 이 회사에서 찍어내는 PCB는 하루 4000여장. 최종 검사까지 완료된 PCB가 3000장이 넘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PCB는 나중에 전자부품 업체들의 공장으로 납품돼 상품 뼈대에 그냥 얹기만 하면 된다. 눈여겨볼 것은 PCB 생산라인 위를 지나가는 PCB들이 시시때때로 다른 사양으로 바뀐다는 것. 모두 420가지 종류의 PCB들이 3개 SMT 장비를 통해 생산된다. 주문 기업의 제품사양들이 서로 다른데다 고급 선택사양도 제각각이기에 다품종 소량생산 전문 기업으로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김용일 씨아이디지털 상무는 "보통 하루에 최종 검사 완료된 PCB가 1500장이 넘는다"며 "매일 생산을 위해 8명의 장비 오퍼레이터들과 70여명의 생산인력들이 매일 22시간씩 2교대로 풀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SMT 장비로 1400개가 넘는 칩들이 기판에 정렬되면, 그 다음 단계는 사람의 몫이다. 여성 생산인력들이 비교적 큰 부품들을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조립한다. 전자장비가 칩들을 정렬하고, 사람의 손으로 작업하다 보면 실수가 생길 위험도 있다. SMT 장비에서 납땜이 잘못될 수도 있고, 사람이 부품을 잘못 조립할 수도 있다. 이는 품질 문제로 직결된다. 공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수 검사 장치가 가동된다. PCB에 칩과 부품들이 제대로 장착됐는지를 확인하는 장치 두 대가 있다. 작업자는 'Vision'이라는 검사 장비로 기판의 확대된 화면을 보면서 꼼꼼하게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한다.

왠만해서는 다른 불량이 나올 일이 없다. 잘못된 부품은 자동으로 인식되고,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도 확인한다. 김용일 상무는 "이중 삼중의 확인 시스템을 통해 불량률을 0.1~0.2%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불량률 제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불량제로'. VISION 검사 장비로 미세한 오류 완벽 제거. ⓒ2012 HelloDD.com

◆ 30년 PCB 베테랑 이종수 대표…공장 추가 건설로 매출 100억원 목표
 

▲PCB Assembly 30년 베테랑.
척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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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씨아이디지털이란 회사도 자기 완제품이 없는 부품업체다. 그러나 이제 부품업체는 더 이상 하청업체가 아니라 전자기기 개발을 선도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업체로 인식되고 있다.

부품업체 경쟁력이 완성제품의 경쟁력이다. 이런 배경에서 전자기기의 두뇌로 통하는 PCB 생산품질의 수준은 전자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씨아이디지털이 납품한 PCB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뿐만 아니라 대덕특구 벤처기업 아이디스의 DVR 장비나 디앤티의 특수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부품으로 공급된다. 이종수 대표는 일찌감치 품질에 승부수를 띄웠다. 흑백 모니터가 나온 시대부터 30년간 PCB Assembly에 쏟는 열정과 노하우를 살려 오로지 PCB 품질을 위해 회사를 경영했다.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15억원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한 이유도 품질이었다. 아무리 복잡한 구조의 인쇄회로기판도 그의 눈에는 단순한 회로 하나에 불과하다. 딱 보면 문제가 어디서 생겼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품질관리를 핵심경영 지표로 삼은 결과 삼성테크윈을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미쓰비시, 미국 시스코 등으로부터 협력사 관계업체로 공인받았다. 씨아이디지털은 지난 2005년 7월 청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뒤 본격적인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대전에 있는 아이디스의 PCB 납품업체로 인연을 맺다가, 아예 대덕으로 둥지를 틀었다. 처음에는 SMT 라인 1개로 PCB를 생산하다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해 이제는 3개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

SMT라인 하나당 5억원씩 총 15억원이 투입됐다. 지역에서 3개 라인을 풀가동으로 돌리는 업체는 씨아이디지털이 유일하다. 2005년 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0년 62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주 거래업체인 아이디스와 디앤티의 성장곡선과 비례해 움직인다. 올해 추가 공정 건설로 3개 라인을 증축할 계획이다. 회사가 그토록 염원하던 100억원 매출도 바라보고 있다. 이종수 대표는 "대덕특구에서는 SMT 인프라가 취약하지만 우리가 SMT 기술로 대전의 신화를 이루겠다"며 "즉시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라는 일본 전산의 정신을 본받아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MT 3개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는 씨아이디지털 PCB 생산 현장.   ⓒ2012 HelloDD.com

▲PCB에 1400여개의 칩들을 찍어내는 SMT 장비 내부. ⓒ2012 HelloDD.com

▲Feeder(급전선)가 장착된 릴 테이프에 조그만 부품들이
고속으로 돌아가며 PCB에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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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여사원이 대부분이다. 오래 앉아 꼼꼼하게 집중하는 작업에
여성의 섬세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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