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우주광학센터, 직경 1m급 우주용 대구경 비구면 거울 제작
양호순 센터장 "비구면 제작은 세계적 흐름, 국내에선 우리가 유일"

렌즈는 모두 구면(球面)일까? 그렇지 않다. 800만 화소를 자랑하는 최신핸드폰 카메라에 쓰이는 렌즈나 어느 방향을 봐도 왜곡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안경 등. 흔히 성능 좋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둥근 형태의 물건들 중에는 비구면(非球面)이 더 많다.

심지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인공위성이나 반대로 우주를 내다볼 수 있는 대형 천체망원경에 쓰이는 렌즈도 구면이 아닌 비구면(非球面)이라는 사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주광학센터(센터장 양호순)는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구경 비구면 거울(Development of large aspheric mirrors)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직경 1m 이상의 비구면 거울을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센터가 유일하다.

◆ 우주광학센터, 우주로 쏘아 올릴 거울을 만들다

주로 측정에 관한 표준을 만드는 표준연에서 '제작'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우주광학센터는 특이하고도 특별한 조직이다. 2000년도에 들자 전 세계적으로 정밀분야에서의 비구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비구면이 구면에 비해 거울이나 렌즈에 걸리는 상을 더 깨끗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비구면 제작 수준은 매우 낮았다. 유일하게 표준연의 우주광학센터만이 비구면을 측정할 수 있었고, 그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기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약10년이 지난 지금 센터는 직경 2m에 이르는 비구면 거울을 제작하고 있으며, 그 기술 발전의 속도는 외국에 비해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비구면이 구면보다 각광받는 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구면과 비구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한 점을 기준으로 같은 거리에 있는 모든 점으로 이뤄진 동그란 모양을 구(球)라고 하며, 그 점들이 모여 이어진 면을 구면(球面)이라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빨대의 단면이나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공, 카메라 렌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보다 정교한 성능이 요구되는 카메라나 현미경을 제작할 경우에는 비구면(非球面) 렌즈를 사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500만 화소의 핸드폰 카메라에는 약4개의 비구면 렌즈가 쓰인다. 정밀도에서 비구면이 유리한 이유는 구면수차(球面收差)에서 찾을 수 있다. 구면수차는 렌즈를 통과하는 광선이 광축에서 거리에 따라 다른 위치에 집속하기 때문에 상이 한 점으로 모여지지 않는 현상이다.

이때는 구면 여러 장을 사용해 상의 초점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지만, 계산만 잘 하면 구면을 변형한 비구면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초점을 모을 수 있다. 이렇듯 비구면의 경제적인 효율은 상당히 뛰어나다. 양호순 센터장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엔 비구면 거울을 제작하는 것은커녕 측정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거울의 면을 표현하는데 급급했던 초창기 연구는 200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협동과제 수행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센터는 로켓의 진동이나 우주환경의 영향에도 끄떡없는 반사경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측정과 가공을 담당하는 인력만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기계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인력도 추가됐다. 시간이 갈수록 센터를 향한 요구사항이 많아졌고, 그만큼 연구와 제작수준도 높아질 수 있었다.

◆ 연구하는 보람?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기에"

▲양호순 박사.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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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형광학거울을 제작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결과를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야 했다." 국내 대형광학거울 제작 분야의 원년멤버이자 현재 표준연 우주광학센터의 센터장인 양호순 박사의 고백이다.

그는 KAIST에서 석사 시절을 보내고, 이후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선발한 박사유학생 자격으로 영국에 유학을 갔다. 2000년대 초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에서 근무하던 4년 동안 직경 300 mm의 인공위성용 카메라를 만들었다. 당시 대기업인 삼성에서 만든 웨이퍼(Wafer)가 직경 100 mm였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도전이었던 셈이다. 그는 "그때는 발표된 책이나 논문을 참고하되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체득해야만 했다"며 "그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센터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본래 우주광학 분야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므로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 해당 분야 연구의 출발 시점이 늦은 우리나라는 선진기술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해야 했다. 연구원들에게 이 점은 애로사항인 동시에 연구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양 센터장은 "아직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형 비구면 거울과 관련 구조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다.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국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자를 개발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연구의 보람을 밝혔다. 현재 우주광학센터는 진공기술센터와 함께 '2013년 우주진공 산업용 핵심측정 능력 확충사업'을 제안했으며, 실행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우주의 진공환경에서 물질의 소재나 부품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측정하고, 진공환경에서 사용하기 유리한 우주용 부품이나 소재를 개발하고자 한다. 양 센터장에 따르면, 이는 그동안은 선진국에서 습득한 기술을 쫓는 식으로 연구해왔다면,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필요로 할 기술을 미리 개발하겠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지난 해 12월 센터장으로 부임된 양호순 박사. 그는 "우주광학센터의 핵심역량은 팀워크"라며 "반사경을 제작할 때에는 연구원 모두가 함께 몰입해야 하는데, 이들이 매일 아침 벅찬 마음으로 찾아 함께 일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직경 1.5m 거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우주광학센터 연구원들의 모습.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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