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장
CCS 원천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역할 수행…"통하는 기술 만들어야"

"다른 거 없습니다. 원천기술 개발 만이 살 길입니다. 센터 책임자로서, 그동안 프론티어 사업을 10년간 추진해왔던 추진력을 바탕으로 목표를 꼭 달성할 겁니다." 올해 초부터 재단법인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이하 KCRC)를 이끌게 된 박상도 센터장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KCRC로 향한 세인들의 관심에 어깨가 무거울만도 할 터였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 불려온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의 종료와 맞물려 다시 한 번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R&D 센터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한 연구를 약 20년간 지속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더할나위없이 행복감을 느꼈지만, 그와 반대로 그에게 부여된 책임감과 중압감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박 센터장은 "세계 흐름이 잘 맞아 떨어져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전의 사업단에서 좋은 성과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모든 연구자들과 혼연일체가 돼서 원천기술을 개발해 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KCRC는 혁신적 CCS 원천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등의 역할 수행을 위해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소관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향후 KCRC는 세계 1등 CCS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전환, 기반조성 등 4개 분야에 대해 기술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9년간 총 1727억원을 투입하게 되는 거대 프로젝트인만큼 목표도 높고 크다. 3세대 이산화탄소 포집 원천기술을 4종 이상 확보해야 하고, 국내 최초로 1만톤급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연계 통합 기술을 실증해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대량배출원에 적용 가능한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을 2개 이상 개발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원천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CCS관련 거점기관으로서 CCS관련 정책 수립 및 국제협력과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및 홍보, 국내외 연구자간 네크워킹 구축 등 기반조성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KIST,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총 23개 기관의 CCS관련 최고의 전문가 300여명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기술개발 주기에 따라 해외연구기관, 관련기업등으로 외연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이 이끌던 프론티어 사업단은 10년의 연구 개발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창출해냈던 연구단이기도 했다. 2010년 3월 하동화력발전소에 세계 최초·최고 성능의 건식흡수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을 완성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화학연구원과 SK에너지는 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기술을 적용한 신개념 화학공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이영무 한양대 교수팀도 원천 막소재를 개발해 2007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논문의 내용이 산업에 곧바로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미국의 가스회사인 AP(Air Product)사가 이 기술을 검증하면서 기술상용화가 가속화됐다. 기술개발의 일부 내용이 AP사에 스핀오프(Spin-off)되면서 지난 2009년 300억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CCS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강조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2008년에는 G8 정상회의에서 CCS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해 20개의 플랜을 실증화시켜 상용화 궤도에 올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며 "각 나라들이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역시 그 흐름에 맞춰 후속 사업을 준비했고,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CCS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프론티어 사업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생길 정도였다. 박 센터장은 "기술의 우위를 점하려면 확대 투자가 돼야 했다.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2020년이면 상용화에 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2020년 펼쳐질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원천 기술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정부에서 2010년도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기존 대비 30%를 감축해야 한다는 안을 수립했다. CCS 기술 개발을 강화해서라도 중기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기술의 중요성으로 연결됐고, 센터가 출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 CCS 기술 개발 추진 계획을 수립했고, 각 부처 별로 어떻게 연구에 투자를 하고 성과를 극대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때부터 하고자 하는 일에 탄력을 받았다. 교과부는 '코리아 CCS 2020'이라는 R&D 프로젝트를 런칭시키면서 KCRC를 발족시켰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기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개발센터가 본격적인 닻을 올린 셈이었다. 박 센터장은 "원천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R&D와 관련된 기반을 구축해 로컬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천기술 개발, 파급효과 막대하다"

▲박상도 센터장은 "세계 1등 CCS 기술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012 HelloDD.com
현재 선진국들은 CCS기술을 블루오션 산업으로 정의하고 국가 주도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범부처 프로젝트로 2015년까지 실용 가능한 기술적 검증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CCS 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EU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무배출 화력발전소 가동을 목표로 관련 연구에 32억유로를 배정했다.

일본은 RITE(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기구)를 중심으로 2015년까지 CCS 기술 실증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략적 연구를 추진 중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께 CCS시장이 형성돼 2020년 사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상용화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 기술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다들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 추세다"며 "일본은 포집 기술이 뛰어나고, 미국 역시 그렇다고 하는 일반론이 대세이긴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한 타겟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 CCS 기술이 발전돼서 보급이 된다면 아무래도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그 분야를 선점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우수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확립된다면 CCS와 관련된 산업 구조가 우리나라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원천 기술 개발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원천 기술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2020년에 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며 "기술 개발 수준의 난이도가 있는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기술 개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역시 선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박 센터장은 현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인적 자원을 활용키로 했다. 그는 "기존 순수 과학 하시는 분들과의 접목을 통해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걷어내려고 하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융복합에 관심이 많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존 기술의 한계점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제간 뿐만 아니라 세대간 융복합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들과의 협력도 관건이다. 그는 기술이 확보되는 데로 단계별로 스핀오프를 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이산화탄소 저감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계획이 실시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실용화보다는 연구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 센터장은 에너지 관련 대기업들과의 협력이나 벤처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협력 들을 통해 사업성과의 극대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 책임자로서 주어진 9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연구개발 전략을 가지고 자신있게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최고의 연구자 그룹과 신진 연구원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그룹화 시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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