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기 KISTI 박사팀, 3개 대륙 글로벌 사이버 공연 '실현'
공연 뒤 숨겨진 '과학기술'…"과학-예술 융합 새로운 상상력"

대형 화면에서 영상과 함께 신비로운 음악이 흐른다. 동시에 댄서들의 화려한 율동도 시작된다. 영상과 음악, 춤 사이 조금의 시간 오차 없이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돌아갔다. 당연히 같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공연이라면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특별공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수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각기 다른 장소에서 펼쳐진 대륙간 합동 공연이라는 사실이다. 태국에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연주 음악을 흘려 보내고, 브라질과 스페인 댄서들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지구 반대편에서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악을 전송받아 아무런 끊김이나 지연 없이 춤을 추는 글로벌 사이버 공연이 지난 13일 오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박영서)에서 펼쳐졌다.

과학기술연구망-아쓸론 소프트웨어, 3개 대륙 사이버 공연 지원
 

▲글로벌 사이버 공연 개념도.  ⓒ2012 HelloDD.com

13일 오후 6시(한국시간 기준) 브라질, 스페인, 태국의 무용가와 연주가들이 과학기술망을 통해 구축된 사이버 무대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글로벌 사이버 공연(Three continent cyber-performance)이 시작됐다.

KISTI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와 스페인 'i2CAT', 브라질 'RNP'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 3개 대륙(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유럽남부)을 하나의 무대로 연결했다. 각 나라의 연주자와 무용가들이 마치 한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 이번 공연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되는 '제33회 아시아·태평양초고속연구망(APAN) 워크숍'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공연의 핵심비결은 대용량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과학기술연구망과 전송시 발생하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 해주는 아쓸론(Arthron) 소프트웨어에 있다. 예술과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특화된 이 소프트웨어는 3개 대륙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연주와 무용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융합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재작년에는 일본에서 연구망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계기일식을 실시간으로 관측해 중계하기도 했다. 먼 곳에 떨어진 인류의 모습을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태평소 불고 중국에서 율동하고, 미국에서 그림 그리는 일도 있었다.

◆ 노민기 KISTI 박사 "두 가지 기술 없었다면 공연 불가능"

▲노민기 박사.  ⓒ2012 HelloDD.com
"고속도로에는 전용차로가 있죠? 그것을 네트워크에 적용시켜 보세요. 이번 공연을 위해 브라질, 태국, 스페인 간 전용네트워크가 설치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때 끊김이나 지연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겁니다." KISTI 2층에 위치한 영상실에서 와이드 모니터를 통해 공연을 관람하던 노민기 박사가 이같이 말했다. 노 박사는 이번 공연에 필요한 기술적인 지원 전반을 맡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 사용된 전용네트워크라는 것이 'WDMA', '광케이블' 등과는 다른 것"이라며 "무지개의 여러 색깔 중 하나만 쏙 뺀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정 파장을 하나 빼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인터넷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아쓸론 소프트웨어에 대해 노 박사는 "아쓸론은 비디오 음향 관련 소프트웨어"라며 "특히 협연 행사가 진행될 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가 지연되거나 겹치는 문제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과학기술연구망과 아쓸론 소프트웨어에 대해 설명하며 "이 두 가지 기술이 없었다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기술로 승부···내년에는 한국 공연까지"

"현재 태국에서 진행 중인 공연을 HD급(1024X768)이 아닌 SD급(720X480)으로 본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전송 기술을 제공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이번 공연에서도 대륙 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태국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좋은 화질로 관람할 수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보인 노민기 박사는 공연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듯 밝은 웃음을 보였다. 3~4년 전부터 네트워크, 전송 기술을 통한 합동 공연 준비에 전념해 온 노 박사는 "이전까지는 수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영상이나 음악을 주고 받을 때 지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제는 그 문제를 극복하고 3개국이 합동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이번 공연 성과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는 네트워크, 전송 기술만을 가지고 태국 공연 기획에 참여했지만 내년에는 한국에서의 공연 기획 및 개최를 시도할 예정"이라며 "SD급이 아닌 HD급 영상도 각국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공연에 참석한 KISTI 연구진도 있었다. 첨단연구망센터 소속인 조부승 선임연구원과 김승해 실장을 비롯해 구본철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등은 태국 현지에서 공연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박영서 KISTI 원장은 "글로벌 사이버 공연은 과학기술연구망에서 HD급 초고해상도 비디오 전송 능력과 3개 대륙을 동시에 연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집약된 공연"이라며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한 이번 프로젝트가 과학과 예술 분야 모두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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