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체 측정문제 해결사' 김경중 표준연 박사
연구 20년 노하우로 표면분석 분야 세계적 입지 굳혀

"태양전지 박막의 구성성분은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요?" "아주 적은 양의 도핑 성분을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인 1 나노미터, 과연 이의 측정이 가능할까요?" 산업체 현장에서는 모두가 어렵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문제가 한 과학자를 만나면 답이 보인다.

이 과학자가 소속돼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미션 중 하나는 산업체들의 곤란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일. '우리나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경중 표준연 산업측정표준본부 박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갈수록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첨단 산업체에 몸담고 있는 산업체들은 수많은 측정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 김 박사는 입사 후 20여 년 동안 산업 측정 관련 연구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의 연구경력을 보면 표준연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 진다.

우선 김 박사는 나노박막 절대 두께 측정법을 개발해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에 나노박막 두께 측정에 대한 기준을 제공했다. 합금박막 정량분석 국제비교를 주관하는 등 표면분석 분야 국제표준도 선도해왔다. 국내 중견기업체의 국제 특허분쟁을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김 박사의 실적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수십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서 기존의 방법으로 측정이 불가능해졌고 그 이하의 측정을 요하는 새로운 기술이 시급했다. 2008년 김 박사는 엑스선광전자분광법(XPS)을 이용해 1 나노미터 이하의 산화물 박막 두께 측정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업체에 제공했다.

1 나노미터란 머리카락 크기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로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문제였지만 표준연의 기술과 노하우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특히 2009년에는 서울반도체라는 중견기업이 국제특허분쟁에 휘말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국가측정대표기관인 표준연이 분석 결과를 보증함으로써 승소하는데 일조했다.

몇 년 동안 국제소송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큰 어려움에 처했는데, 표준연의 적절한 역할로 인해 결국 해당 기업이 승소했고 LED산업의 대표적인 산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이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 산업체 측정 결과에 대한 국가기관의 보증이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한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김 박사는 태양전지산업체에서 차세대 태양전지로 알려져 있는 박막 태양전지 제작 공정의 분석 난제인 '다성분 합금인 CIGS 박막의 조성'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CIGS는 광전변환 효율이 높고 저가격·고효율을 실현할 수 있어 박막 태양전지 재료 중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의 연구팀은 비율 뿐 아니라 깊이에 따른 분포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으며, 특허 등록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분석이 어려웠던 CIGS 박막의 조성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표준화 기술로 평가되고 있어, 앞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국제표준을 정하는데 우연치 않게 그가 발표한 논문이 문제 해결의 키(Key)역할을 한 적도 있다.

나노미터의 박막 두께 측정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해 표면분석 분야의 첫 번째 국제비교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표면분석의 두 대가인 미국의 Powell박사와 영국의 Seah 박사가 서로의 방법이 옳다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으며 이때 영국의 Seah 박사가 자신의 방법을 입증하는 김 박사의 논문을 보고 재실험 요청을 해왔다.

 김 박사의 실험결과를 통해 영국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두께 측정에 대한 국제 기준이 정리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카메카'라는 프랑스의 표면분석 장비회사와 미국 IBM등 세계 각국의 나라에서 인증표준물질(CRM)개발이 빈번하게 요청되는 등 표면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 첨단산업의 측정 난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산업체는 다양한 측정 및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해내므로 높은 성능의 분석 장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김 박사가 주력하고 있는 표면분석의 경우 산업체 분석 전문가의 경험 부족으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그는 여러 기관이 동일한 샘플을 분석해서 결과를 비교하는 공동분석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매년 2회씩 표면분석교육도 진행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웹페이지를 통해 표면분석 측정클럽의 운영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웹페이지에 표면분석의 어려움을 올리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해결책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또한 산학연 표면분석 연구 교류의 장으로서 표면분석 심포지엄을 2002년부터 매년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김 박사는 지난 20년 이상 표면분석의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산업체가 겪고 있는 많은 분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가 연구하는 표면분석법은 항상 새롭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요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즉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및 LED 등 첨단 소자를 구성하는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는데 주로 활용된다. 표면분석을 통해 물질의 형상, 성분 원소의 구성 비율 및 깊이에 따른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분석 장비를 많이 구입하는 산업체는 실제로 표면분석 전문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면분석 연구를 위해서는 최소 10억 이상의 고가장비가 필요하고 그 유지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 국내 대학 등에서 실질적 연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표면분석을 전공하는 대학 교수가 드물며 분석전문가를 배출하는 대학교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총장 이은우)의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그에게 국내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분석전문가 육성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UST의 석박사 과정은 잘 갖추어진 표면분석 장비 운영을 통해 다양한 분석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분석 이론뿐 아니라 새로운 분석 기술 개발, 응용 및 표준화에 대한 체계를 갖춰 졸업 후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김 박사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산업체의 측정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첫째로 첨단 측정기술이다. 이는 기존의 측정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측정 기술 또는 측정 장비를 개발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엑스선광전자분광법을 이용하여 수원자층의 산화막 두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그 예이다. 둘째는 표준화 기술이다.

이는 정밀한 측정 및 재연성 있는 분석이 가능한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법의 분석이 어려웠던 CIGS 박막의 정량분석을 인증표준물질을 이용 해결한 방식이다. 마지막 방식은 융합기술이다.

성격이 다른 여러 분석 기술을 이용해서 어떤 특성을 평가해내는 것이다. 여러 분석법을 이용해 나노 박막의 절대두께를 분석하는 상호보정법이 그 한 예이다. 김 박사는 산업체 측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늘 생각하고 있으면 반드시 해결책이 솟아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많이 일하는 만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많이 얻었다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을 투입해 얻어진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산업체 및 측정 기관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는 "국가측정 표준기관으로서 산업체의 측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석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하고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측정법에 대한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표준연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라며 "앞으로 이를 위해 연구력을 집중을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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