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에이알비전 공동 개발

소방관들이 화재의 열기까지 고스란히 느끼며 인명구조 훈련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소방훈련 시뮬레이터'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덕특구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은 최병일 에너지플랜트안전연구실 박사팀과 가상현실 전문기업 에이알비전(대표 이영민)이 공동으로 소방관용 훈련 시뮬레이터 '물리 체험 모듈'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모듈은 고층 복합건물에서 발생한 가상의 화재 상황을 실감 영상기술로 재현 가능하다. 특히 열기까지 느껴져 리얼한 팀 단위 구조 훈련을 할 수 있다. 현재 중앙소방학교에서 미국산 시뮬레이터가 사용되고 있으나 일선 소방관이 아닌 지휘관용으로, 화재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팀 단위 훈련용 시뮬레이터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개발된 시뮬레이터는 네트워크 상에서 작동, 2인 1조로 이뤄진 총 3개 팀이 동시에 화재진압 훈련을 할 수 있어 상호협조 훈련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소방관들의 이동 경로에 따른 유독가스 산출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전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의 정확한 전파 상황과 온도 분포를 알려준다. 온도 변화에 따른 열기 체험도 가능하다. 이 시뮬레이터에 쓰인 교육 훈련 시나리오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밀폐된 대형 구조물에 가장 적합하게 설계됐으며,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현재 사용 중인 '화재 대응지침' (SOP)에 기반해 제작됐다.

이밖에 소방구조 활동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백드래프트 (Backdraft), 플래쉬오버(Flashover) 등의 화재현상도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완벽히 재현, 소방관들의 대처능력을 높일 수 있게 했다. 최병일 박사는 "시뮬레이터 개발 과정에서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20여 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소방관들의 재난 대처 능력을 높여 향후 한국형 표준 소방 작전절차 확립에 활용된다면 궁극적으로 소방관들은 물론 화재 위험에 빠진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영민 대표는 "중앙소방학교와 지역 소방본부에 시뮬레이터 상용화를 추진하고 더 나아가 국내 모든 유관기관은 물론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사업화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소방방재청 차세대 핵심 소방안전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백드래프트(Backdraft) 역화(逆火). 산소가 부족하거나 훈소(불꽃 없이 타는 연소) 상태에 있는 실내에 산소가 일시적으로 다량 공급될 때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
플래쉬오버(Flashover) 연소된 인화물에서 발생한 가연성 혼합 기체가 가득차 실내 온도가 가연성 혼합기체의 발화점보다 높아지는 순간 한꺼번에 착화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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