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대덕특구, 대책은?②]정권 따라 수정돼 장기 계획 불가능
부지대란에 녹지 훼손 악순환

"앞으로 연구시설 신축 계획은 있습니까?"
"계획이야 있지만 예산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기관 시설 또는 건설 담당자들은 앞으로 건축 계획에 대해 모두 자신없는 목소리로 같은 답변을 했다. 연구동 신축 계획은 있으나 어찌될지 모르겠다는 것. 이유는 예산때문이란다.

◆정부출연기관의 건물 신축, 기관장의 펀딩 능력이 좌지우지

현재 출연연의 건물 신축은 특구법, 대전시 도시계획 개발 규정에 적용을 받는다. 그리고 실질적인 업무 진행은 관할 지역인 유성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적인 절차가 아니다.

출연연의 연구시설이나 건물 신축이 기관장의 펀딩 능력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이다. 실제 유성구청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더라도 몇몇 출연연의 건축 허가일이 특정 기간에 쏠림현상이 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00년에 2건, 2003년 2건, 2009년에 4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2년에 3건, 2004년에 2건, 2008년에서 2011년까지 5건이 집중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4년 4건, 2010년에서 2011년까지 11건에 이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8건,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만 12건이다. KAIST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4건에 달한다.

출연연 기관장들이 이처럼 펀딩에 주력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기관 평가 기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의 평가는 크게 경영평가와 연구사업평가로 구분된다. 이 중 경영평가는 사실상 출연연 기관장에 대한 평가라는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담당자의 이야기다.

기관 평가 결과는 기관장의 성과급 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곧 기관의 경영계획, 경비 등 예산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출연연 기관장이 펀딩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물론 펀딩을 통해 연구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기관장의 펀딩 능력에 따라 시설 구축이 이뤄지면서 연구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연구 중심의 신축이 아니라 예산에 따른 신축으로 부지 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연구단지 녹지 훼손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출연연의 시설 관계자는 "소규모 증축은 자체 예산으로 가능하나 연구동 신축처럼 대규모 공사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기관장의 펀딩 능력에 따라 신축 규모 기간이 달라진다"면서 "분명 필요한 건물인데 기관장의 의지가 없으면 그냥 계획으로 남고 연구원들은 부족한 연구환경에서 근무하게 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대덕연구단지 마스터플랜은?

대덕연구단지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조성됐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이 제정됐다. 연구단지관리계획에는 연구단지관리의 기본방향, 연구단지의 위치 및 면적, 연구단지 안의 토지용도의 구분 및 관리에 관한 계획, 용수·에너지·통신·교통·유통시설 등 연구단지의 기반시설의 설치, 녹지 및 연구환경의 보전에 관한 사항, 연구결과의 실용화 촉진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

연구단지관리계획은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 법으로 대체됐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대덕연구단지 27.8 k㎡를 포함해 대덕테크노밸리 4.3 k㎡, 대덕산업단지 3.2 k㎡, 북부 그린벨트 지역31.2 k㎡, 국방과학연구소 일원 3.9 k㎡ 등 약 70.4k㎡ 규모로 확대됐다.

현재 이 지역에는 정부출연출연기관 30개, 공공기관 8개, 국공립기관 14개, 기타비영리 기관 30개, 대학 5개, 기업 1179개 등 모두 1266개 기관이 입주해 있고, 5만여 명의 전문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당초 대덕연구단지는 정부의 계획 하에 연구학원도시로 구상이 이뤄졌다. 1973년 대통령의 과학기술처 연두 순시에서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연구학원도시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은 '연구학원도시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덕현장에서 브리핑을 받는 과정 중 소요예정 예산이 당시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은 연구학원도시에서 연구단지로 축소할 것을 제안하고 오원철 당시 경제2수석비서관에게 투자 계획을 재조정 할 것을 지시했다.

오 前수석은 1976년 1차수정계획을 내놨다. 내용은 산업이 요구하는 연구소부터 순위에 따라 건설하고 연구소별로 하나씩 완성하며, 연구소 자체도 단계적으로 건설한다는 것.

또 연구학원도시 안은 가능한 살리되 공업화 단지 조성계획 개념하에서 진행한다는 안이었다. 그는 당초 안이었던 연구학원도시에서 전문연구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아래 정부출연연구소와 민간연구소들의 입주를 진두지휘했다.

대덕연구단지 부지 조성은 당시 산업기지개발공사의 안경모 사장이 담당했다. 안 사장은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도 참여했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처럼 대덕연구단지는 오원철 수석, 최형섭 장관, 안경모 사장 등 과학기술자와 엔지니어들에 의해 구상되고 조성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대덕연구단지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명품연구단지 조성을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978년 한국표준연구소가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선박연구소, 한국화학연구소, 한국핵연료공단 등이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1978년 제10대 총선이 끝난 직후 개각이 단행됐고 최형섭 장관이 7년 6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다. 박 대통령의 사망과 함께 연구단지를 진두지휘했던 이공계 인재들도 일선에서 물러나며 마스터플랜도 흐릿해졌다.

대덕넷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 前수석은 "당시 마스터플랜이 있었다. 공업발전과 연계한 명품대덕연구단지로 만들어 가기 위한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마스터플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지금도 당시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소회했다.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덕연구단지 건설 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됐다. 우여곡절 끝에 1992년 11월 대덕연구단지 조성이 완료되고 준공식이 거행됐다.

송성수 부산대 교수(대덕넷 과학정책 필진)는 "기본계획이 몇차례 수정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 해결을 위한 건설추진으로 단지의 기본 이념이 정책변수에 의한 혼돈을 가져오기도 했다"면서 "우선순위 설정과 연구시설의 기능과 유기적인 연결성이 결여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쓰쿠바 연구학원도시

대덕연구단지가 모델로 삼은 일본의 쓰쿠바 연구학원도시의 면적은 2700ha(81만6700평, 쓰쿠바시의 면적은 2만8500ha). 이 지역에는 46개의 국립연구소와 200여개의 기업연구소가 있다. 시 전체 인구 22만명 중 10만명이 이 곳에 살고 있다.

순수 연구인력만 1만5000여 명이며 그 중 약 5000명이 공공연구원이다. 쓰쿠바는 일본이 세계적 공업국으로 발돋움하던 1960년대 중반 계획된 도시라는 점에서 대덕연구단지의 출발과 비슷한 맥락을 갖는다.

일본 역시 1950년대 말 경제 발전과 함께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구성했고 대학분산계획 시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1961년 학원도시안을 발표하고 도쿄 인근에 학원도시를 만들어 대학과 연구 기관, 관련 산업시설까지를 분산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관련 부처인 건설성, 국토청 등이 나서서 적합 지역 확보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식산업의 집적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수도기능 분산이라는 두 가지 목적하에 1963년 이바라키현의 쓰쿠바를 적합지로 결정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1966년 쓰쿠바연구학원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이 지역은 건물 주변 20m 이내에는 무조건 녹지를 조성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 덕분에 쓰쿠바 연구교육지구에만 크고 작은 공원이 93개나 있다. 쓰쿠바의 1인당 평균 녹지율은 10㎡. 일본 평균 1인당 6.5㎡ 보다 훨씬 높다. 도시 면적의 약 25%가 녹지인 셈이다.

연구소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들어선 후 순차적으로 민간연구소들이 입주했다. 이들 건물 대부분 세계 유명 건축가가 마스터플랜에 의해 설계해 연구소별로 건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계획적으로 진행된 쓰쿠바 연구학원도시와 비교하면 대덕연구단지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마스터플랜이 사라진 문제도 있지만 현재 각 출연연의 연구시설 신축이나 증축이 기관장의 펀딩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당초 취지였던 한국의 백년대계를 이끌 명품연구단지 조성을 위해서도 장기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걸까.

②편에 이어 ③에서는 민간연 사례를 통해 본 명품연구단지 만들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출연연에서 진행중인 공사 현황
기관명 건수 공사명 기간 연면적(m2)
표준연 5건
  • 첨단산업측정인증동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연구교류지원동(창고증축)
  • 선형가속기실험동
  • 고전압실험동
  • 변전실
  • 잔향실 기계실 증축
  • 10년 01월 ~ 13년 12월
  • 11년 12월 ~ 12년 03월
     
  • 11년 10월 ~ 12년 05월
  • 11년 10월 ~ 12년 05월
  • 11년 10월 ~ 12년 05월
  • 11년 12월 ~ 12년 03월
  • 9,402.00
  • 137.76
     
  • 647.33
  • 585.29
  • 73.71
  • 42.35
핵융합연 2건
  • 핵융합첨단연구개발동
  • 전기실(NBI)2 증축공사
  • 11년 06월 ~ 13년 07월
  • 12년 02월 ~ 12년 04
  • 20,035.76
  • 738.89
기계연 4건
  • 융복합기계장비산업화연구동
  • 연구5동 증축공사
  • 안전작업환경연구동 증축공사
  • 공용변전실증축공사
  • 11년 11월 ~ 13년 08월
  • 11년 12월 ~ 12년 04월
  • 11년 02월 ~ 13년 04월
  • 11년 12월 ~ 12년 04월
  • 8,000
  • 240
  • 554
  • 77
항우연 1건
  • 위성활용협력센터
  • 2012년 07월 준공예정
  • 7,765
화학연 2건
  • 구연구동 리모델링 공사
  • 바이러스연구동환경개선사업
  • 2012년 ~ 2014년
  • 2012년 ~ 2014년
  • 1,652.89
  • 2,314.05
에너지연 1건
  • 첨단에코에너지연구센터
  • 11년 12월 ~ 13년 12월
  • 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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