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원의 IT컨버전스]

몇 해 전 할리우드에서는 태양 폭풍에 의해 지구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영화로 제작해 큰 인기를 끌은 바 있다. 2009년 제작된 '노잉(Knowing)'은 태양 플레어에 의해 지구가 멸망하는 주제를 다루었다.

같은 해에 제작된 '2012'는 태양 활동의 영향으로 지구에 대 격변이 일어나 인류가 겪는 고난을 다뤘다. 이러한 공상 영화의 장면들이 실제로 지구에서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태양 활동으로 인해 우주 및 지구상의 인류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주 공간의 물리적 현상을 '우주 날씨(Space Weather)'라 한다. 2013년 태양활동 극대기에는 위성체 손실, 위성항법시스템(GNSS)의 불안정에 따른 통신 두절이 예상된다. 특히 지자기 폭풍 중 발생하는 유도전류는 송전시설을 파괴시켜 광범위한 지역에 장기간 정전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정전은 지난 2011년 9월 정전 사태처럼 막대한 사회 혼란을 되풀이 할 수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태양활동 극대기에 대한 신속한 우주 날씨 예보를 통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우주개발과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범 정부차원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우주 날씨 관측 인프라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주 기상 전담기관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12년 1월 22일 오후 11시 태양의 북반구 영역에서 대규모 태양플레어가 발생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때 방출된 태양 고에너지 입자의 수치는 2005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플레어 발생 한 시간 만에 지구에 도달하여 1월 25일까지 우주 폭풍의 영향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인공위성의 운용 장애나 통신장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항공기의 항로가 조정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미국에 대응하기 위하여 유럽 차원의 우주 날씨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 중 이다. 호주는 우주 날씨 주무부서 산하에 우주전파센터(IPS, Ionospheric Prediction Service Radio Space Weather)를 설립, 미 공군등과 공동으로 우주전파환경 관측 망 구축·운영 및 관련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통신기구(NICT, National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중심으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대학 등과 협력하여 우주 날씨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경희대, 충남대 등을 중심한 학계에서는 연구재단 및 기상청의 지원으로 우주 날씨에 관한 핵심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에 1966년부터 전리층 관측을 시작한 전파 연구소는 2013년 태양활동 극대기를 대비한 방송통신 관련 우주전파 체계 구축을 위하여 전문 연구인력 및 기반 인프라 확충 등 우주전파 환경에 대한 실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천문 관련 국책연구소인 천문연구원은 태양 흑점 관측 등의 기반 정보획득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 날씨 주무 관청인 기상청은 우주 폭풍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2009년에 우주 날씨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1년 9월에는 우주 날씨 예보 업무를 수행 하도록 기상 법을 개정하였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우주 날씨 예·특보의 발령기준을 설정하고 2012년 4월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하여 필자는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외에도 기상청의 국가기상위성센터는 "태양활동 영상, 우주환경 인자, 자기권, 전리권의 현황을 준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우주 폭풍 발생 시 천리안 위성의 위치에 따른 위험성, 피해 가능성, 강도, 지속성 등에 대한 예측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제 우주 폭풍은 더 이상 먼 우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심각하게 미치고 있다.

다양하게 발생하게 될 우주 날씨 관련 재해 및 재난 상황을 대비하여 우리가 축적한 ST+IT 융합기술과 기 구축한 관측 인프라를 통하여 우주 날씨 관련 재해 및 재난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범 부처가 합력하여 우주 날씨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과 수행계획을 제시, 국민들이 우주 폭풍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우주 폭풍 실시간 제공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둘째, 국책 연구소는 연구소 설립 목적과 주어진 기능에 따라 우주 날씨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야 한다. 셋째, 대학은 ‘우주 날씨’ 원천기반기술 연구 및 창의력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하여야 한다.

지난해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 쓰나미 재해의 교훈이 말해주듯 재해는 10분 만에 모든 상황이 끝나는 만큼 정부, 연구소, 대학 등 전문가 그룹은 지혜를 모아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우주 폭풍 재해 및 재난 관련 제도 개선 그리고 역할 분담 등 모든 노력을 강구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기상 정보가 자연재해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했던 것처럼, 특히 기상청은 우주 날씨 정보를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우주 폭풍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 하여야 한다.
 

▲은종원 교수
은종원 교수는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취득 후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여 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재단 국책사업단 우주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남서울대학교 정보통신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월드 DMB포럼' 부회장으로 지상파 DMB 확산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오피니언리더그룹에서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은종원의 IT 컨버전스'를 통해 IT에 기반한 다양한 융합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서 융합사회로의 전환됨에 따라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과 문화와 과학의 융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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