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재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길이센터장
"길이 표준, 정확히 확립되지 않으면 혼란 야기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놀이를 통해 기준이라는 것을 익혔다. 한 발 뛰기, 땅따먹기, 자치기 등 흙바닥을 온통 발자국으로 도배하며 돌아다녔을 당시, 정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술래와 벌칙을 정하며 뛰어놀았다.

어렵게 생각해서 그렇지 사실 거리는 길이 표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여기에는 '무게', 다른 곳에는 '길이'라고 이름이 적혀있진 않지만, 모든 것들에는 표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표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혼란이 야기돼요.

예전에는 세금을 걷을 때에도 길이 표준이 적용됐죠. 포목의 길이, 쌀의 부피, 금의 무게 등 3가지가 세금 관련해서 중요한 표준이었는데, 이게 다 다르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구는 많이 내고, 누구는 적게 내고 말이죠. 억울하지 않겠어요?" 길이의 정의는 '미터(meter)는 빛이 진공에서 1/299 792 458 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나 표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 기준은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측정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재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길이 센터장은 "길이와 관련된 측정이 많다. 정밀 산업 부분에서 표준은 반드시 적용돼야 할 규칙과도 같다"고 말했다.

택시가 주행한 거리를 측정해서 요금을 표시하는 택시미터기가 거리를 잘못 측정하면 승객과 기사가 요금으로 실랑이를 벌이지 않겠는가? 승객이 표시된 요금을 불만없이 지불하는 것은 택시미터기의 측정결과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측정기는 표준연의 표준자에 의해 측정된 측정기로 교정돼 눈금이 매겨지게 된다.

그래야 정확한 값을 지시해줄 수 있다. 만 여 개의 부속품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자동차에도 제작을 위한 부품의 크기 측정용 기준자나 기준 측정기가 사용된다. 이 과정을 거친 부품만이 완성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 기준자나 기준 측정기는 공장의 표준실에서 주기적으로 교정되고 검사된다. 항상 측정 오차를 확인받고 있는 셈이다.

단위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사람의 합의는 물론 단위를 구현하는 장치의 불변성은 당연히 우선돼야 할 조건이다. 어제와 오늘의 측정 기준이 다르다면 측정값은 믿을 수 없어지고,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표준연에서도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개발해 길이의 국가 표준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정확한 길이 표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 박사는 "국제적인 동등성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연의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도 국제적인 비교 측정을 꾸준히 실시하고, 이 비교를 통해 각국의 국가측정대표기관 간의 측정 표준에 관련한 상호 인정을 하고 있다"며 "상호 인정이 되는 연구기관에서 발급한 측정 데이터는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사용해 제작한 자동차 부품이나 자동차도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 고가의 제품으로 수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이 센터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레이저의 파장을 가지고 길이를 재는, 기본적인 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주파수 안정화 레이저'를 개발하는 일이다.

이미 길이 센터에서는 다양한 레이저들을 표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표준이 될 수 있는 레이저를 개발한 후에는 거리를 재기 위한 레이저 간섭계가 필요하다. 레이저 간섭계는 빛의 파장을 길이의 기준으로 해 기계적인 길이나 두 지점간의 거리를 광학적으로 측정하는 장치다. 김 박사는 "산업계에서 쓰이는 게이지블록을 재는 데 간섭계가 쓰인다.

게이지블록은 길이 측정의 표준이 되는 게이지로 특수강을 정밀 가공한 장방형의 강편이다. 실제로 산업체에서 많이 사용된다"며 "제품을 제작할 때 서로 크기가 안 맞으면 모든 작업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하는 산업계 특성을 고려해 가장 정확한 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표준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나노 산업이 대두되기 전에는 나노미터 수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점점 더 정밀한 수준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욱 더 정확한 자가 필요했다. 그는 "예전에는 측정 수요가 없고 측정할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필요로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에 부응해야 한다"며 "기업의 경우에는 필요한 기준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물이 정확한지 알기 위해서는 표준연의 자와 비교를 끊임없이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은 실험실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체와 같이 가야하는 속성이 있다. 길이 센터의 기술개발은 '산업체에서 사용될 수 있는 측정표준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길이센터에서 개발한 5건의 기술이 산업체에 이전되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이슈 중 하나인 비아홀의 측정기술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장비전문회사인 쎄미시스코(대표 이순종)에 기술이전 되었고, 향후 10년 간 약 50억 원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실리콘 웨이퍼를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올린 뒤 각층의 웨이퍼간 전기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웨이퍼를 관통하는 구멍이 필요하고 이것이 비아홀(TSV, Through Silicon Via)이다. 기술 이전한 '실리콘 관통 비아홀 측정기술'은 이 비아홀의 깊이를 고속으로 측정·검사하는 기술이다. 비아홀은 지름이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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