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의 see the sea]

삼면의 바다 중 특히 갯벌이 잘 발달된 서해안에서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인 패총이 발견되었다. 패총은 일반적으로 과거 인간들이 수렵이나 어로 생활로 채집한 조개를 먹은 뒤 버린 껍데기가 쌓여 이루어진 퇴적층 유적을 말한다. 발견된 패총은 이러한 조개껍데기 이외에 당시의 선조들이 잡아먹은 동물이나 물고기의 뼈 등도 함께 발견됐다.

우리나라 패총은 신석기시대 초기에 출현하기 시작해서 중·후기로 갈수록 많아지다가 청동기시대에 이르러그 수가 감소를 한다. 경기도 안산 오이도 패총 주변은 벌판 전체가 갯벌에서 나는 조개껍데기로 덮여 있을 정도였다. 서해안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은 패총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갯벌에서는 돌로 담을 쌓아 물고기를 잡거나, 돌멩이를 던져 굴을 부착시켜 나중에 수확하는 원시적인 어로 행위가 아직도 전승되고 있다.

더불어 갯벌에서 서식하는 생물들로 여러 가지 도구와 생활용품도 만들어 이용해왔다. 이렇듯 갯벌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살아가는 생활 속의 한 부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여러 가지 순 기능의 역할을 해왔을 것이다. 실제로 서남해안의 갯벌은 백제시대부터 소금과 쌀을 생산한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부를 축적해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게 했으며, 호남의 예술 및 음식 문화의 기반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갯벌의 다양한 기능과 가치

갯벌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은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생물의 생산, 성장 그리고 서식기능'이다. 갯벌의 생산성은 다른 환경에 비해 수 배 이상 높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듯이, 갯벌에는 아주 많은 종류의 생물이 높은 서식밀도로 살고 있다. 또한 다른 그 어떤 생태계보다 생물다양성이 높다.

더불어 많은 생물들이 산란하고 이곳에서 성장하며 그들의 일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이곳은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종들도 살고 있는 아주 중요한 독립된 생태계이다. 갯벌 및 근처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어류는 계절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숭어, 전어, 밴댕이, 농어, 황복, 풀망둑 등이 대표적인 어족이다.

갯벌에서 비중이 높은 종류로는 연체동물인 조개류이다. 조개류는 연간 약 50000~90000톤이 갯벌과 그 주변에서 직접 생산되며, 조개류 외에도 주요 수산생물은 낙지, 갯지렁이 등이 있다. 낙지와 갯지렁이는 연간 각각 1000톤과 500톤 이상이 계통 출하된다. 이들 생물들의 비계통 출하를 포함하면 생산량은 훨씬 많을 것이다.

그 다음 '오염 물질 정화 기능'이 있다. 빗물이나 육지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갯벌을 지나 바다로 갈 수 밖에 없다. 갯벌을 지나면서 과잉의 영양염류나 오염물질은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 생물들에 의해 흡수되거나 소멸되어진다.

갯벌의 상부 즉 육지 가까운 곳에는 많은 습지식물, 염생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농도가 높은 부유물질들은 이곳을 통과하면서 퇴적되고 분해되어 식생의 좋은 영양분으로 사용되어진다. 박테리아에 의해 해로운 물질이 해롭지 않은 물질로 바뀌는 것을 정화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습지식물 뿐 아니라 갯벌 그 자체에서도 정화작용은 일어난다.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갯벌의 오염정화능력 실험에 의하면 10㎢의 갯벌이 갖는 수질 정화능력은 10만명 거주, 면적 25.3㎢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시설에 상당한다고 한다. 미국의 오덤(Odum)교수는 0.01㎢의 갯벌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21.7kg을 정화한다고 하였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의 새만금지구 갯벌(208㎢)에 응용하면 새만금지구 갯벌의 정화능력은 리터당 100mg의 BOD를 정화할 수 있는 10만 톤 규모의 하수처리장에 버금가는 셈이 된다. 그 다음 '홍수 및 태풍의 조절 기능'이다. 홍수에 따른 물의 흐름을 완화하고 저장한다. 즉 단기간 홍수량을 조절해 홍수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감소시켜준다.

또한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했을 시 연안에서 이를 일차적으로 흡수하고 태풍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완충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자연재해조절 기능뿐 아니라 대기 온도나 습도에 영향을 미쳐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아주 귀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기능' 이 있다. 육상이나 바다의 그 어떤 모습과는 다른 고유의 경관으로 낚시나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 공간으로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갯벌의 진흙으로 마사지를 하는 머드팩 관광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지방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전 세계인을 상대로 관련 축제를 벌이기도 하다. 또한 서해안의 경기만이나 천수만 일대와 남해안 낙동강 하구 일대의 철새 서식지는 조류 관찰을 위한 장소이며 관광 상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뿐 아니라 총체적 자연교육의 장으로서 수많은 학생들이 갯벌을 찾아 해양생물관찰 같은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갯벌은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지구상의 가스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소중한 생태계이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기능과 직접관련이 있다. 우리의 식생활에 오르는 해산물의 60~70 % 가 잡고 기른 어패류이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로 산소가 풍부하고 유기물이 많기 때문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다. 대부분 어패류의 먹이섭취와 번식장소로 이용되고 어업활동의 90%가 갯벌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갯벌은 농경지와 바다보다 약 3배에서 20배의 생산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에 의하면 연안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1ha (0.01㎢)당 9900달러로 농경지의 가치인 92달러보다 100배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네이처보다 높은 2만3315달러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갯벌이 수산물의 생산과 어류의 서식지로서 그 가치가 외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갯벌의 연간 가치 평균치는 ㏊당 3919만원이고, 수산물 생산가치는 1199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보존가치 1026만원, 서식지 제공가치 904만원, 수질정화가치 444만원, 여가가치 174만원, 재해예방가치 173만원 순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갯벌 총면적을 2550㎢로 적용해 갯벌가치를 산정할 경우 연간 9조9934억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 되었다.

◆갯벌의 파괴와 보전

갯벌의 간척·매립은 고려시대부터 진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의 본격적인 간척사업은 몽골군의 위협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왕족 이하 백성들이 피난을 하게 되는데 경지면적의 부족으로 인해 식량확보가 어려워지자 해안가에 제방을 쌓아 농지를 확장하게 된다. 고종 때 대표적인 사례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에 들어 60년대 이전까지는 소규모의 간척과 매립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경제개발계획과 산업의 고성장과 함께 그 숫자는 줄어들었으나 농업용지, 산업용지 조성 및 용수확보 등 다목적형의 대규모 간척·매립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아주 넓은 면적의 갯벌 훼손이 시작됐다. 특히 서해안은 인천 연안을 시작으로, 시화호, 대호방조제, 새만금 등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어 왔다.

서해 연안은 자연 그대로를 보전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대단위 간척사업은 필연적으로 갯벌과 인근 해역에 서식하고 있던 모든 생물들을 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다른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수산생물 생산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다 주었다. 뿐만 아니라 해안 환경을 변형시켜 주변의 자연과 지역주민의 삶 또한 인위적으로 바꿈에 따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시화호와 새만금 지역의 간척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례는 국가와 정부, 국민과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들간의 불신감을 높이는 가슴 아픈 사례를 남기게 된다. 1998년의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은 1987년(당시 건설부발표 자료)과 비교해 약 15%가 상실된 것으로 보이나, 최근 10년간 주요 간척매립사업으로 상실된 갯벌면적이 810.5㎢ 이상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5%이상의 갯벌이 상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1987년의 갯벌면적이 3203.5㎢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2815.4㎢로 발표된 것은 당시 면적을 산정하면서 이용한 인공위성 영상자료 및 분석기법 등의 한계성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갯벌의 매립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소도시나 공장 등 산업시설에 의해 횟집 등 관광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해안경관의 훼손 뿐 아니라 퇴적물의 수급을 방해해 갯벌의 변화도 야기시켰다.

특히 사구의 개발이나 해안가 계단 및 도로 같은 인위적인 시설이 그러하다. 주 5일 근무로 휴일이 늘어난 최근은 휴식을 위한 여가 선용 장소나 관광지로 갯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방문객에 의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갯벌의 생물서식지를 파괴하고 이용하지도 못할 생물들을 아무 생각없이 마구 잡아내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생태관광이나 환경교육으로 갯벌을 놀이공간으로만 인식해 갯벌을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갯벌의 경관과 생태계 기능을 크게 저해하여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남겨서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을 우리가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갯벌의 효율적인 관리 및 보전을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국민들이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기능 및 가치에 대해 알아야한다. 그러한 교육을 학교 뿐 아니라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서 다각도로 시행하여야 한다.

자발적인 관리 및 보전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갯벌을 같은 시각으로 보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희귀 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또는 도래 지역이거나 특이한 경관적, 지형적, 지질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지역들에 대해서는 강제적 조항인 법으로 이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는데, 1999년에 연안관리법과 습지보전법이 제정·공포되어 예전에 비해서 다소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연안관리법은 연안의 환경 및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통합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는 연안 통합관리의 개념을 도입한 법이다.

습지보전법에서는 습지 보전의 최종 책임이 국가에 있다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제도도 활용이 되지 않고 잘못 운용되면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보호가 불가능하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아시아 습지보호 협약(AWB)이 주요 습지로 지정한 우리나라의 습지는 21곳이다.

뿐만 아니라 2009년 3월 현재 8개 연안습지 보호구역(무안갯벌, 진도갯벌, 순천만갯벌, 보성벌교갯벌, 옹진 장봉도갯벌, 부안 줄포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과 4개의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신두리 사구해역생태계, 문섬등 주변해역생태계, 오륙도 및 주변 해양생태계, 대이작도 주변 해역생태계)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 및 교육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근년의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보다 더 집중되고 체계적으로 또한 많은 국민의 참여 속에 진행될 때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우리의 자연을 후대에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갯벌에 가려면 이 정도는 챙겨야죠"

주말이나 휴일에 갯벌에 가면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갯벌에 가기전에 최소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선 갯벌 여기저기를 다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가능한 사람들이 다녔던 길로 다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새의 휴식이나 먹이 활동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히 한다.

새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원색복장은 피하고 녹색이나 갈색 계통의 복장이 좋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밀물과 썰물 때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밀물이 되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생물들은 기본적으로 관찰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잡아서 가지고 오거나 살아있는 생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다. 쓰레기는 어디서나 당연히 버리지 말아야 할 일이고, 흙도 담아가지 않아야 한다. 보다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는 해양생물도감이나 조류도감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갯벌의 생물들은 대상분포(zonation)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육지로부터 수직방향으로 걸어 나가며 주변을 살피면 더 다양한 생물 관찰이 가능하다.
 

▲김동성 박사  ⓒ2011 HelloDD.com
김동성 한국해양연구원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생물자원연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양과학분야에 있어서는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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