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병권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

지난 1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출연연 선진화방안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향후 소속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오는 7월 1일부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하고 2015년까지 부산 해양클러스터로 이전함에 따라, 그동안 연구원의 부설 기관으로서 극지 분야 연구를 담당해 온 극지연구소의 소속과 이전 등에 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극지연구소의 거취 문제는 소속 직원과 남북극 관련 과학자들은 물론, 과거 극지연구실장과 해양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필자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필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건설과 북극 다산기지의 개소, 쇄빙선 아라온호의 건조, 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의 건설추진 등 극지연구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결정에 참여해왔다. 현재도 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 국제북극과학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국토해양부 남극 제2기지 건설을 위한 민간협의회 위원장의 위치에서 '극지한국'의 성장에 기여하고, 또 홍보에 앞장서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출발부터 함께해 온 필자가 생각하는 향후 극지연구소 거취의 궁극적인 안은, 독립 연구기관으로의 발전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개편에 있어, 각 기관이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기관의 설립 목적이 무엇이고, 기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연구를 수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에서 출발하여 극지연구부, 극지연구센터, 극지연구본부를 거쳐 오늘날의 부설기관으로 발전한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지방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과학연구를 통해 국가의 이익을 꾀하며, 동시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발전시키고자 설립되었다. 극지는 지구상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에, 지구환경 변화의 원인 규명을 위해 극지연구소는 남‧북극지역의 대기, 지질, 지구물리, 해양환경 등 다각도의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지의 연구원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항공기나 쇄빙선을 이용하여 적시 적소에 공급하는 등 원활한 연구 지원 활동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실에서 출발하여 아직까지는 부설기관에 머물러 있지만, 극지 연구는 더 이상 해양분야에 국한지을 수 없을 만큼 그 중요성과 가치가 높다. '주인 없는 땅' 남극은 과학연구를 통해 국가의 영토를 확장함과 동시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고, 북극 역시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점차 녹으면서 개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곳들은 주변국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공동개발을 추구하여야 하는 특수 지역인 만큼 정책적 가치 또한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갈수록 지구의 환경변화 관련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극지역은 해당 분야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의 극지연구는 자연환경연구회(NERC)의 '영국남극조사소'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과학기술 분야의 대학공동이용기관법인 산하 '국립극지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독립된 연구소는 없지만 국립과학재단에서 대학, 국공립연구소, 사립 연구소와 계약 연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극지연구와 해양 관련 연구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에서 함께 연구 중인 독일과 같은 사례도 있지만, 점차 세계적으로 극지 연구를 독립 분야로 분류하여 운영해 가는 추세다. 작년 9월 송도국제도시에서는 극지연구소 청사 건립을 위한 기공식이 개최된 바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출범한 지 7년여 만이다. 2013년까지 지상 9층, 지하 1층의 기관운영동과 연구실험동, 극지지원동 등이 들어서고, 2015년까지 특수실험동, 시료보관동, 극지과학관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극지연구소가 우리나라 유일의 극지연구 전문기관인만큼, 모두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워지는 극지 관련 전문연구동인 셈이다.

극지연구소는 독립 청사가 세워질 때까지, 발전의 모태가 된 한국해양연구원의 부설 기관으로 있으면서 연구원 증원과 운영시스템 안정화 등 기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후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4년 제2의 남극기지인 '남극장보고과학기지'가 준공되고, 2015년 독립 청사 건립이 완료될 시점에는, 더욱 넓은 연구인프라와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세계적인 극지연구전문기관으로 성장해갈 강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지속적인 발전은 물론, 과학기술계 전반의 성장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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