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출연연 '무조건 매각' 입장 논란
전문가 "규모 작아 아파트보다 공동시설 적합"

대덕연구단지의 공동관리아파트 재건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전시가 지난해 고시를 통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올해 3월 촉진계획 결정을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74세대에 대해 5월 31일까지 퇴거명령이 내려진 상태로 하나 둘 이사를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덕대로변에 위치한 공동관리아파트 재건축지역에는 건폐율 25% 용적율 180%로 10층이하의 아파트 263세대가 계획돼 있다. 그러나 이 곳의 재건축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에도 노후시설 문제와 주변개발의 영향으로 재개발과 매각이 논의된바 있다. 그러나 유성구청이 해당업체에서 제출한 계획서에 세부내용이 빠졌다는 이유로 건축 허가를 취소했다. 업체는 행정소송에 들어갔고 다행히 연구원의 승소로 끝났지만 업체가 2009년 다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지리한 밀고 당기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7개의 소유 출연연은 긴 소송에 지친때문인지 임자가 나타나면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동관리아파트 간사를 맡고 있는 원자력연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이미 무조건 매각으로 결정이 났다"면서 "유치과학자를 위한 사택을 준비할 수도 있으나 해당 출연연에서는 우선 매각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느 기업과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명품연구단지 금싸라기, 민간에 무조건 매각되나

유성구 도룡동 431번지 일원에 위치한 공동관리아파트는 1979년 연구단지 입주와 함께 유치과학자들을 위해 3만7648㎡(1만1300여평)부지에 4층으로 10개동, 174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이 아파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7개 연구기관의 공동소유다. 지금은 첨단 시설의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당시에는 수도권의 유명 기업이 건설하면서 가장 현대적인 아파트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쾌적한 위치와 박사들만 사는 아파트로 인근의 중고등학교가 명문교의 반열에 올라서는 등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연구원 1세대들이 기반을 잡아 인근으로 떠나면서 작은 평수라는 이유로 외면을 당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곳의 시세는 여전히 높은 가격층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26평형 규모가 5억원정도다(물론 거래가 이뤄지는건 아니다). 몇몇 출연연에서는 리모델링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으나 174세대 거주 공간에 70여세대만 입주해 있는 상태다. 그래서인지 한 낮에도 인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외관 역시 빛바랜 페인트, 허름한 창틀, 군데군데 시멘트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 32년의 역사를 입증이라도 하듯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녁 시간이면 대부분 집이 불이 꺼져 있어 더욱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유 출연연들은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재개발에서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도 조속한 진행을 건의했고 출연연들이 속한 산업·기초기술연구회는 이사회를 열고 "무조건 매각"으로 결정을 내렸다. 출연연 역시 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며 "우선 매각, 조건부 없이 일괄 매각"에 찬성을 표시했다.

◆대덕특구, 소유권 없어 강건너 불구경만

공동관리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에도 이견이 많았다. 특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15년전 과학기술처가 과학전담부서 역할을 할 당시에도 이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이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출연연들이 이를 반대했다. 1세대 연구원들이 떠나고 연구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관리도 소홀해졌다. 아파트의 시설 노후가 가속화됐다. 이후 2005년 대덕연구단지가 대덕특구개발본부로 바뀌었으나 공동관리아파트의 소유권은 여전히 7개 출연연으로 묶여 있었다.해당 출연연들은 돌아가면서 간사를 맡아 운영을 지원했으나 공통분모없이 관리가 이뤄지면서 공동관리아파트는 더욱 흉물이 돼 갔다. 지금도 특구본부는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도 진행되는 과정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본부 관계자는 "재개발 협의 공문만 받은 상태다. 7개 출연연에서 민간기업에 의뢰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대전시 역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미 재정비촉진계획이 발표됐고 앞으로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면 된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동의가 진행 중인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의 입주민 대부분 연구원을 통해 입주한 구성원들로 추진위원회 조직과는 무관하다는게 공동관리아파트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는 "여기는 일반 아파트와는 다른 상황이다. 입주민이라기보다는 거주민이라는 표현이 맞다"면서 "그리고 대부분 기숙사로 사용하는 연구원들이 많아 조합 구성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토지 분석 전문가 "규모 작아 아파트보다는 문화공간 적합"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1만여평규모인데 특색있는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에는 공간이 너무 작다. 더구나 대로변에 있어 10층을 넘기지 못할텐데 건설사들도 손해보고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원과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게 더 낫다. "

김종하 한국부동산경제연구원장은 대덕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 재건축 계획에 대해 아파트보다는 문화 공간 등 공동 시설을 건립하는게 더 좋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현재는 174세대인데 4층에서 10층으로 늘린다고 해도 300~400세대를 넘기기 어렵다. 따라서 보통 건설사들이 수익점으로 보는 아파트 단지는 500세대 이상인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이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현재 이곳의 땅값은 평당 400~500만원 정도다.

민간 건설사들이 그 부지 비용을 부담하고 300~400세대를 짓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면서 "타운하우스 형태로 간다고해도 몇 세대 만 들어갈 수 있다. 차라리 연구원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이 지역의 특색을 만드는게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연구원들이 공연도 보고 문화를 창출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대덕을 알리는데도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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