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올리는데 '상(賞)' 만한 것이 없다. 상은 고생의 보답, 성과물에 대한 보상이다. 더 잘해달라는 격려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꼭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고,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받으면 상의 권위가 떨어진다. 사기를 올리는데 쓰여져야 할 상이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4월은 과학이 달이고, 21일은 '제45회 과학의 날'이었다. 해마다 기념식이 열린다. 이번에는 지난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렸다. 올해 역시 과학기술진흥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각계 과학기술 종사자 79명이 훈장과 포장, 표창을 받았다. 모두 상을 받기에 충분한 분들이다. 그들이 과학기술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데 상장과 상패는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훈·포장과 표창자 명단에 대덕의 과학자는 여전히 '소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을 받은 과학기술 유공자는 모두 79명이다. 과학기술 훈장은 29명, 과학기술포장 8명, 대통령표창 18명, 국무총리표창 24명 등이다. 이 가운데 대덕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종사자는 21명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했다. 그나마 훈·포장은 6명으로 수상자의 16.2%에 그쳤고 나머지는 표창 대상이다.

지난해 제44회 과학의 날 훈·포장과 표창 수상자 분포 역시 비슷하다. 전체 수상자 78명 중 대덕 출연연 수상자는 20명(25.6%)이었다. 그나마 훈·포장 수상자는 36명 중에서는 9명(25.0%)으로 올해보다 비율이 높았다. 제43회 과학의 날에는 전체 수상자 79명 가운데 대덕 출연연 과학자는 15명(19.0%)에 그쳤다. 훈·포장은 수상자 37명 중 6명(16.2%)이었다.

이처럼 최근 3년간 과학의 날 정부 포상자를 분석하면 대덕의 출연연에서 종사하는 과학자 분포는 20~25% 수준이다. 그 이전에도 대체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출연연 뿐만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 유관기관 등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를 골고루 안배한 결과인 듯 싶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에서 대덕의 출연연이 양적˙질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적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격이 높은 훈·포장 수상자는 비율이 더 낮다. 특히 가장 영예로운 과학기술 훈장인 '창조장(1등급)' 수상자에 대덕은 물론 국내 출연연 과학자는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

실제 올해는 김상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강신형 서울대 교수, 이명철 가천대 길병원 원장 등 3명이 창조장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임용규 (사)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이사장, 남수우 KAIST 명예교수, 이본수 인하대 총장이 받았다. 2010년에는 고(故) 류근철 KAIST 인재우주인건강연구센터 소장, 손연수 (주)나노하이브리드 부설연구소 소장, 이호인 서울대 교수, 故 조경철 전 경희대 부총장이 창조장에 추서됐다.

부언하건데 이 분들 역시 최고의 과학기술 훈장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수상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평생을, 혹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다. 이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 총장이나 교수, 민간 분야 출신들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출연연 기관장을 역임한 분도 눈에 띄지만 경력일 뿐이다. 그래서 의문도 든다. 출연연 기관장 자리는 최고의 훈장감으로 부족한가? 대덕을 중심으로 한 연구기관에서 이런 훈장을 받을 만한 과학자가 없나?

신분별로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고려하면 대덕의 출연연 과학자들이 받는 소외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은 퇴임할 때 별도의 포상을 받는다. 대학 교수나 초중고 교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학자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대덕의 과학자들이 다른 분야보다 상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라는 한 출연연 종사자의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일 과학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한 중앙부처 퇴임 공무원도 "출연연에 몸담고 있는 과학자들이 이런 날 큰 상을 받아야 출연연의 위상이나 책임감도 높아질 것"이라며 "상을 주는 입장에서도, 그리고 받는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사명감과 책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총리는 "과학자 여러분의 가슴에 나라를 위한 뜨거운 마음과 사명감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은 국가적으로 상당히 중대한 시기다. 과학기술인들이 앞장서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년 제46회 과학의 날 행사에서는 대덕을 중심으로 한 출연연 과학자들이 더 많은, 더 높은 상을 받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 역시(혹은 남들 이상으로) '나라를 위한 뜨거운 마음과 사명감'으로 묵묵히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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