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일 충남대 교수 '에너지 미세조류 광합성 개량' 연구
"미세조류농장 보유국이 미래 산유국 될 것…"

솟구치는 유가와 에너지 안보, 온실 가스 규제 강화, 지구 온난화 현상 등의 이슈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 연료 개발과 보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국은 바이오 연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란 버드나무, 아카시아 나무, 사탕수수, 고구마 등의 식물은 물론 해조류, 수생식물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심지어는 유기계 폐기물, 농산 폐기물, 산업 폐기물과 도시 쓰레기 등도 직접 또는 변환하여 연료화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뜻하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생물체 등을 바이오매스(Biomass)라 총칭하며, 이는 석유나 휘발유와 같은 화석연료와는 다른 천연에너지로 차세대 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콩이나 유채에서 얻는 바이오디젤,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얻은 바이오에탄올은 이미 북미나 남미를 비롯해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연간 바이오 연료 생산량은 2000년 1600만L에서 2010년 1억L로 급증했다. 오늘날 운송용 연료의 2%를 바이로 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작물에서 얻은 1세대 바이로연료는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 이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연료가 연소되는 과정까지 배출된 총 이산화탄소가 같은 양의 석유를 쓸 때보다 더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에서 '에너지 미세조류
광합성 특성 분석을 통한 광합성 기구 개량'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박연일 교수
ⓒ2012 HelloDD.com

게다가 연료용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엄청난 경작지가 필요했고 그 결과 광범위한 삼림이 파괴되었다. 또 식량을 연료로 쓰는 셈이므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충남대학교 생물과학과 박연일 교수는 "이런 작물에 비하면 미세조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훨씬 많고, 농업에 영향을 주지도 않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능동적으로 소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세조류(microalgae)는 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생활을 하는 수중 하등식물이다. 세포가 함유하고 있는 지질을 이용할 경우 석유자원을 대체할, 친환경적이면서도 고갈되지 않는 이상적인 바이오 에너지원이다.

◆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언제 상용화 되나?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미세조류 바이오연료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화석연료에 비해 생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조류를 키워서 수확하고 세포를 깨 기름을 추출한 뒤 화학반응을 통해 바이오디젤로 바꿔주는 일련의 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보통 미세조류를 수확해 기름을 짜내는 건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세조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기름만 빼내는 공정입니다. 조류 역시 육상식물과 똑 같아서 물, 이산화탄소, 햇빛으로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고 이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효율이 좋아집니다. 미세조류가 잘 자라는 조건에서는 세포내 지질 함유량이 낮죠. 그런데 지질 함유량을 높이는 조건을 만들면 미세조류가 또 잘 자라지 않습니다."

박연일 교수는 "자연계의 미세조류가 보이는 이런 생태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조류 바이로연료 상용화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단세포 생물인 미세조류는 세포가 생장해서 생체량이 늘어나면 분열을 하게 된다. 이러한 세포 생장과 분열에 광합성을 통해서 고정된 에너지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 등 일차대사에 적절히 균형 있게 분배된다.

그런데 핵산과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질소나 인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으면(즉 영양 스트레스를 주면) 탄소대사에 비해서 단백질과 핵산대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어서 세포 생장과 분열이 억제된다. 그 결과 광합성으로 축적된 탄소동화물이 녹말이나 지방으로 전환돼 세포내에 쌓이게 된다.
 

▲(왼쪽)고체배지에서 생장 중인 남세균 Synechocystis sp. PCC 6803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 적중 돌연변이 균주.
(가운데)남세균 지방산 적중 돌연변이 균주의 액체배양 모습. (오른쪽)남세균 탄소대사 관련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전환
애기장대가 생육중인 생장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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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환경에 적합하고 산업화 가능한… 강한 빛에 내성 갖는 미세조류 만든다

박연일 교수팀의 주된 업무는 현 시점에서 형질전환이 가능한 클라미도모나스에 강한 빛에 서 광합성 기구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남세균 유래 유전자를 집어넣어 강한 빛에 내성을 갖는 클라미도모나스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남세균에서 광합성 기구 조절에 관여하는 마스터스위치를 발굴하여 에너지 미세조류에 도입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즉, 광합성 기구 광순화 신호전달 경로 규명과 광 저항성 클라미도모나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남세균은 담수역·해수역, 기수역, 고온, 저온, 알카리성, 석회수 등 넓은 범위의 환경에 생육하고 다량으로 발생하여 원핵생물 중 엽록소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는 세균류다. 남세균은 단세포성인 것부터 실모양의 다세포인 것까지 있으며 일반세균 보다 대형이다.
 

▲항온항습 배양기 내 고체배지에서 생장 중인 탄수화물, 지질대사, 신호전달 경로 및 전사조절 인자 후보 유전자의 적중 돌연변이 집단. ⓒ2012 HelloDD.com

박연일 교수팀은 한국생명공학 연구원 정원중 박사 연구진과 국내 환경에 적합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미세조류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조건에서 미세조류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름과 겨울 기간의 고온과 저온, 그리고 한 여름의 강한 빛 조건에서 생장율이 높으면서도 지질함량이 높아야 합니다. 북극해양 유래 미세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와 클로렐라가 빛과 온도 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바이오연료 생산용 미세조류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세포주들은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고 무성생식에 의한 증식으로 광합성에 의해 몸의 구성 물질이 증가하면 딸세포(세포분열의 결과 새로 생긴 세포)를 형성하는 등 유성생식에 비해 증식 속도가 훨씬 빠르고,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미세조류 중에서 지질함량을 가장 많이 함유한 종(Botrycococcus brunii)에 버금가는 많은 지질을 확보하고 있었다.
박 교수팀은 정원중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두 미세조류에 대한 게놈 정보 분석을 시작하였으며 무작위 돌연변이 기법으로 보다 우수한 돌연변이 종을 선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미세조류의 형질전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이상적인 미세조류를 개발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공동 연구팀은 북극 해양에서 분리한 지질 고생산 미세조류 세포주에 대해 특허 출원 중에 있으며, 고밀도 대량배양에서 가장 큰 문제인 빛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광전달장치 기술을 적용하여 이들 미세조류의 현장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한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에너지 연구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할 계획으로, 향후 부가가치가 큰 바이오에너지, 바이오화합물, 항산화 물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00여종의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주 제작, 20여 국내 연구진에게 분양

24년째 미세조류와 동고동락 하고 있는 박연일 교수는 한국기초과학연구원 박영목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광합성 박테리아 남세균 Synechocystis sp. PCC6803을 기반으로 하여 무작위돌연변이주 집단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약 2,000여종의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주를 제작, 20여 국내 연구진에게 분양했으며, 무작위 돌연변이기법 이외에도 유전자 그룹별로 직접 gene knockout 전략과 유전자 과발현 라이브러리도 구축하여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주로 생장과 운동성에 관한 돌연변이주를 선발하여 Proc Natl Acad Sci USA 포함 SCI에 24편의 논문을 과 4건의 PCT 특허를 출원한 바 있으며, 저온 저항성, 생분해성 플라스틱, 색깔, 저온 내성, 고온 민감성 등의 표현형 분석을 통해서 관련된 신규유전자 후보를 다량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담수 남세균 이외에 알카리와 염도가 높은 석회호소에 서식하는 극한 남세균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유전체학적 연구도 시작했다. 이릍 통해서 극한 조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남세균의 비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며, 환경내성 작물의 생산과 유용소재 생산을 위한 유용유전자를 대량 발굴할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 향후 미세조류농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산유국이 될 것…

미세조류의 연료생산량은 1만제곱미터당 5만 8700L로 446L에 불과한 콩의 130배에 이른다.
"비옥한 토지가 아니더라도 물 공급에 문제가 없고 햇빛만 잘 들어오는 땅이라면 '조류 농장(algae farm)'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는 대신 조류에게 공급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박연일 교수는 "미세조류 농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미래 산유국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바이오 에너지 시장은 2013년 10억6300만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며 "미세조류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를 산업화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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