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

매년 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위험에 직면한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을 생물 다양성의 기간으로 정했다.

인간의 삶에 미치는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생물 다양성의 손실 속도를 늦추고 생물 다양성 보전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물 유전 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에 의하면, 풀 한 포기 조차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세계 각국은 생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제 규범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고 생물 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의 종수는 약 150만종, 식물은 약 50만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까지 고려하면 수천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평균적으로 20분마다 한 종씩, 해마다 2만6000여 종이 멸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 종의 감소는 인류의 산업화와 지나친 자연 자원의 남용, 그리고 이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소재한 한 벤처기업에서는 한국산 무당거미에서 추출한 단백질 소화 효소인 아라자임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로 사업화에 성공하였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아라자임을 이용한 자연 친화적 제품은 탁월한 효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국내의 무당거미가 이미 멸종되어 사라졌다면 아라자임이라는 효소와 이를 이용한 제품은 세상에 출현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최근 남해안 인근에서 양식되고 있는 홍합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폐사하는 사례가 일부 보고되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환경오염과 수온 상승 등의 요인으로 홍합이 양식장 틀에 잘 부착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홍합은 족사라고 하는 접착단백질을 이용하여 바위 등에 단단히 부착된다. 국내연구진에 의해 물 속에서도 뛰어난 접착 특성을 보이는 '도파'라는 접착단백질 아미노산의 실체가 밝혀졌다.

도파는 다양한 천연 접착제의 성분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조직 독성이 없으며 감염의 우려도 적고 질기고 탄성이 뛰어난 특성으로 인해 의료용 접착제로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크기가 1mm 정도밖에 안 되는 물곰(water bear)이라는 별명을 지닌 완보동물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완보동물은 주로 물 속이나 수분이 많은 축축한 곳에서 서식하지만 물 공급이 끊기면 모든 생명 활동이 중단된 완벽한 휴면 상태인 건면에 들어간다. 건면 상태의 완보동물은 자기가 지닌 물을 모조리 배출하고 세포의 지방을 트레할로스라는 당으로 변환하며, 이 당은 모든 필수 장기를 둘러싸고 보호한다. 휴면 상태의 완보동물은 영하 272도로 냉각해도 죽지 않으며, 151도로 가열해도 죽지 않는다.

또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방사능보다 천배 강한 방사능에 노출시켜도 죽지 않으며, 6000기압의 고압에서도 죽지 않는다. 이러한 완보동물에 대한 연구는 생명현상 규명은 물론이고 고기능 소재 개발, 식품 보관 기술 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사례에서 보았듯이 우리 주변에 하찮아 보이는 생물들 조차도 인간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제공해 준다. 생물로부터 보고 배워 인간 생활에 활용하는 생체모방·자연모사 기술은 다양한 생물 자원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종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다시는 돌이 킬 수 없는 소중한 정보 자원을 잃는 것과 같다.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발전시킴으로서 생물 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중요성을 공유하여야 하겠다.

(사진왼쪽)신기한 생명력을 지닌 완보동물
(사진왼쪽)신기한 생명력을 지닌 완보동물

▲김완두 박사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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