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 여수엑스포 해양베스트관장 겸 조직위 외신부대변인
"해양 테마로 전세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준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요즘 여행 많이 하시잖아요. 해양을 테마로 전 세계 국가들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93일간의 세계일주, 여수에서 즐겨보시는건 어떠세요?" 여수엑스포를 위해 2년 전부터 여수인이 됐다는 강현주 2012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여수엑스포) 해양베스트관장 겸 조직위 외신부대변인.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에서 국제협력과 홍보 업무를 맡아왔던 그에게 이번 엑스포는 도전이자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려울 걸 알면서도 파견 요청을 수락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엑스포를 통해 해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조직위의 청사진도 매력적이었다. 해양연은 여수에 해양 엑스포가 유치됐을 때 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해양연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대중을 향한 홍보와 국제 협력에서는 걸림돌이 많았다.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줄 수 있는 인재가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해양연은 적임자로 강 관장을 추천했고, 강 관장은 고민 끝에 요청을 수락했다.

지난 2010년 7월 합류한 그는 "해양과 과학 쪽 전문가들이지만 대중화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으신 것 같았다"며 "여수 엑스포는 대중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기회다.

홍보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 관장이 맡은 해양베스트관은 바다와 인류의 공존이라는 여수엑스포의 비전을 제시하는 핵심 공간이다. 해당 분야의 최우수 정책과 기술, 노하우, 제품 등을 전시한 공간으로, 1층의 주제관과 호응해 엑스포의 메세지를 전하는 심장부다.

13가지 해양베스트 사례가 담고 있는 가치를 인식하고 해양시민으로서의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게 해양베스트관의 미션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우수 사례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모도 필요했고, 선정된 사례들이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강 관장은 "해양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 기구의 사무총장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해양 베스트관의 사례들의 권위를 의심할 경우, 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의의를 제기할 수 없게 했다"고 설명했다.
 

▲해양베스트관에 설치된 전시물을 설명해주고 있는 강현주 관장. ⓒ2012 HelloDD.com

해양베스트관에서는 전세계 최고의 해양 기술, 정책을 보유한 14개 기관과 기업이 보유한 13가지 사례가 전시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각광받고 있는 사례들이었지만 그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것이었다.

대중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개념들을 어떻게 풀어서 보여줘야 할 지에 대한 문제는 강 관장에게 풀어야 할 숙제로 다가왔다. 강 관장은 "전지구해양관측시스템, 심해잠수정과 열수분출공, LNG_FPSO 등 대중들이 들을 때에는 뭔지도 잘 모르는 개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보고 가신 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바다에 대해서 먹는 생선이나 해변가 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분들이 '이런 게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갈 수 있게끔 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이라는 분야가 소비재가 아니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도 있었다.

해양베스트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가 해양산업기술을 주제로한 '크루즈'다.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인 'Allure of the Seas'호의 축소 모형을 설치, 슬라이딩 모니터를 통해 선박의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건축 벽면을 활용한 다면 영상에서 펼쳐지는 멀티 영상 쇼를 통해 크루즈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강 관장은 "크루즈의 경우 관광 상품에도 도움이 됐다. 많은 분들이 '크루즈를 한 번 타면 가격은 얼마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관계 기관의 입장에서는 전시를 통해 마케팅 효과도 본 셈이 된다"며 "그러나 다른 사례들은 그렇지 않다.

소비 대상이 대중이 아니다 보니 기관 입장에서는 여수 엑스포가 전시하기에는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엑스포를 단순히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엑스포는 계몽적인 의미가 강한 행사입니다. 엑스포에 오면서 놀이동산 오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에버랜드와 같은 놀이동산은 아닙니다. 재미보다는 엑스포를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전 세계 문화를 공감한다는 데 의미가 있죠." 단순히 재미를 위해 엑스포를 찾은 이들에게는 이번 여수 엑스포가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강 관장은 "좋은 기회에 세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해양에 대한 각 나라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나를 보고 느끼고 배우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번 여수 엑스포를 통해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폐막 이후에도 여수엑스포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도 계획되고 있다. 폐막때 발표되는 여수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여수엑스포를 세계인의 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주제를 리우선언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적 약속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강 관장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UNCED)에서 리우선언이 탄생했다.

리우선언의 지속가능개발의 이념은 지구촌의 대원칙이 됐다"며 "여수선언이 그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장담했다. 휴가도 없이 엑스포 조직위의 '세븐일레븐'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강 관장. 세븐일레븐이란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한다고 해서 붙여진 근무제 명칭이다.

피곤한 게 당연하다는 엑스포의 전통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강 관장은 "이번 경험이 삶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런 기회가 온다면 힘들지만 또 하게 될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전라남도 여수=임은희 기자>(redant645@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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