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기 KAIST 교수팀…바이오연료 전환용 고효율 촉매 개발
기후변화·에너지 위기 현실화 '차세대 바이오매스' 관심 집중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지난 달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거래제는 2015년 새해 첫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제 할당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할당량을 맞추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기후변화로 여름은 더 길어지고 더워졌다. 해가 갈수록 전력난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여름이 시작되면서 블랙아웃(Black-out) 가능성이 더욱 구체화됐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계획정전까지 대비한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할 계획에다 전기료 인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민물가 역시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 있다. 지구환경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텔레비전 속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원 고갈이 그 어떤 이슈보다 중요해졌다. 때가 때인 만큼 대체에너지 개발, 특히 환경과 화석연료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바이오매스(Biomass)' 기술에 더욱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실화되는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바이오매스에 쏠리는 눈길

지구의 자연계에는 동식물의 유체(遺體)를 미생물이 분해해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물질 순환 사이클이 있다. 바이오매스 연구는 이 미생물을 대신해 인간이 이것을 에너지와 원료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바이오매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면서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 또한 녹조류부터 목재와 쓰레기까지 지구 어디서나 풍부한 자원을 구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바이오연료 상용화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바이오매스 연구자들 역시 바이오매스 기술로 인류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최민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2012 HelloDD.com
2010년 출범한 '탄소순환형 차세대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 연구단'(단장 양지원 KAIST 교수·이하 '차세대 바이오매스 사업단')은 국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의 하나다. 자연계 순환 전 과정에서 광합성에 의해 생성된 바이오매스로부터 미래의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에 필요한 친환경 연료와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 목표다. 

차세대 바이오매스 사업단은 현재 ▲바이오매스 개발 ▲바이오매스 배양·수확 ▲바이오연료 전환 촉매개발의 3단계 과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학·생물학부터 생화학·화학·화학공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유기적인 협조와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다. 

최민기 KAIST 교수와 '에너지녹색촉매연구실'은 사업단이 추진 중인 3단계 연구과정 중 '바이오연료 전환 촉매개발'을 맡고 있다. 최 교수는 "차세대 바이오매스 사업단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 가장 중요한 분야는 지방 성분이 많은 미세조류의 배양과 수확 그리고 추출"이라 말한다. 최 교수팀은 앞으로 이렇게 추출될 지방 같은 바이오매스 성분을 손쉬운 공정으로 고부가가치화 하는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촉매는 바이오매스 실용화를 향한 마지막 열쇠이며 반환경적인 에너지 시장의 균형을 깨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 할 수 있다.

◆촉매 개발은 바이오매스 실용화의 티핑포인트
 

▲촉매합성과 반응실험을 준비중인
연구원. 
ⓒ2012 HelloDD.com
최 교수와 8명의 연구원이 함께하는 '에너지녹색촉매연구실'은 이름과 실제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통상적인 바이오매스 연구실처럼 비커나 플라스크마다 미세조류가 떠다니는 '아늑한' 분위기를 기대하기란 곤란하다. 초록빛이라곤 가스통 말고는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공장 같지요?"라며 계면쩍은 표정으로 되묻는 최 교수 뒤로 N₂, H₂, O₂, He라고 적힌 각종 가스관들이 담쟁이처럼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막 실험실 세팅을 끝내고 다방면으로 촉매 기술을 확보해 반응을 실험 중이다.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지만, 바이오매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방을 이용한 바이오리파이너리가 원유에서 연료와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촉매와 바이오매스 반응물의 원리 자체도 같기 때문에 바이오매스로 바이오디젤과 윤활유 같은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만드는 것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다."

'최종목표 달성은 언제냐?’는 기자의 우격다짐 질문에 최민기 교수가 웃으며 답한 시간은 3년. 최 교수는 2003년 KAIST 학부 졸업 당시 '탄소와 유기고분자의 복합구조로 이뤄진 메조다공정 물질합성'이란 논문으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머티리얼스'의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또 관련 석사논문으로 KAIST 창의연구상,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고성능 나노촉매 전문가다. 

"바이오매스에서 나오는 물질은 일반적으로 산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 지방이 그중 산소가 적게 포함돼 있고 사업단 내 다른 연구팀에서 지방 성분이 높은 바이오매스를 배양하고 수확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세조류에서 지질(脂質)을 추출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우리 연구팀은 그렇게 추출될 바이오매스의 지질을 이용해 일반 디젤연료와 똑같은 구조의 바이오연료를 만들 수 있는 촉매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매스에 최적화된 분자와
나노미터 단 위설계의 새로운
촉매 개발이 최 교수팀의 연구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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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HelloDD.com
최 교수는 기존의 상용 촉매를 그대로 이용하기보다 바이오매스에 최적화된 분자와 나노미터 단위 설계의 새로운 촉매 개발을 꿈꾸고 있다. 그는 "바이오매스가 기존 촉매와 달리 물과 미네랄 같은 불필요 성분들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어 익숙하지 않은 조건"이라며 불안정한 조건하에서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가 무엇보다 촉매의 안정성 확보에 몰두하는 것은 촉매를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느냐'에 따라 바이오매스의 경제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초기 연구 단계인 현재 바이오매스가 개발비용 등 가격 면에서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와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특유의 친환경과 재생가능성으로 인해 무엇보다 탁월한 대체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믿음이다.

또한 그는 바이오매스가 "태양광이나 풍력이 하지 못하는 대형운송수단의 연료개발까지 커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며 고효율 촉매 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로 바이오매스 실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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