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정극 해양과기원 초대 원장·박한일 초대 이사장
전세계 해양자원 확보 경쟁 치열 "해양 R&D 투자 확대돼야"

"해양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실천은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출범은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기보다 실천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해양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올바른 계기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강정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양과기원의 출범이 국가가 해양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양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런 면에서 땅은 좁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게 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육지 영토에 비해 4.5배나 넓은 해양 영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바다로 눈을 돌리면 자원 확보는 물론, 여러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바다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바다'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멀리 대양에까지 눈을 돌려, 해양자원을 확보하고 해양환경의 변화를 연구하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양 선진국들은 이미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해양 과학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원자력, 우주개발과 함께 해양개발을 3대 국가전략계획(National Projects)으로 선정하고, 별도의 독립된 연구기관을 설립해서 집중적으로 육성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양개발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중국은 지난 달 24일 수심 7000m까지 탐사가 가능한 유인잠수정 '자우룽(蛟龍)'을 이용해 태평양 7015m 심해탐사에 성공하고 이어 27일에는 7062m 탐사에 성공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미국도 수심 6500m까지 탐사가 가능한 앨빈 2호 개발에 주력해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해양 개발은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이라 할 수 있다. 해양 과학기술은 우주 과학기술 수준 못지않게 그 나라의 국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누가 먼저 해양을 선점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해양과기원은 해양과 극지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변화,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조적으로 이뤄냄은 물론 그에 걸맞은, 아니 그 이상되는 경쟁력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해양연은 그 기능이 연구와 개발에 집중돼 있어 해양과 극지 분야에서 국가 주요 정책과 이슈 해결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흡했다. 무엇보다 연구성과의 실용화나 사업화의 비율이 적었으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연구도 부족했다.

그는 "이 점을 보완해 해양과기원 출범 이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문제해결형 연구개발'과 '우수 전문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해양 영토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제시할 것이며, 극지에서의 해양연구도 활성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원장은 "우리나라 해양 과학기술의 과거와 미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는 해양과기원 출범에 어느 때보다 큰 설레임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물은 매우 유연하면서도 강하다. 해양과기원 역시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강인하게 세계의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대항해를 시작하는 해양과기원의 앞으로를 기대해달라"고 부탁했다.

◆ 초대 이사장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재원확보 위해 노력할 것"
 

▲박한일 초대 이사장. ⓒ2012 HelloDD.com
"무엇보다 안정적인 조직운영과 재원확보 등으로 KIOST의 미래 발전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박한일 이사장은 앞으로 해양과기원의 기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해양과기원이 본연의 연구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타 기관과의 상생 협력을 통한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대학을 비롯한 여러 해양기관 및 해양인들 간의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혜를 모아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해양대는 그동안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내의 해양수산 공공기관들과 더불어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획기적인 교육 및 연구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해양과기원의 출범으로 향후 부산 동삼혁신지구의 중추기관으로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지금까지 걸어온 해양대의 방향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향후 해양과기원과 우리 대학이 협력 모델을 정착시키고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학의 위상은 물론, 해양과기원의 위상 역시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박 이사장은 그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지 매각과 부산 이전의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아직 안산에 있는 현 연구원의 부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소속기관 구성원들의 고충이 크다"며 "부산 이전이 계획대로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예산투입과 제반환경·설비 등의 신속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과기원과 해양대의 관계 역시 교육과 연구라는 각각의 고유 기능이 있는 만큼 주종관계는 절대 성립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 이사장은 "미국 MIT-Woodshole해양연구소, UCSD-Scripps해양연구소, 영국 리버풀대학-Proudman해양연구소처럼 해양 교육과 연구를 융합·병행하는 기관으로 성장시켜 나간다면 세계적인 해양클러스터의 중심으로서 우리 부산이 해양메카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하는 학연 모델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과 교직원들에게는 스스로의 역량과 가능성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해양과기원과 해양대 모두 세계적인 해양인력 및 전문가양성, 해양과학기술 연구를 지향하며 21세기 신해양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양 분야가 타 분야에 비해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다소 열악한 측면이 있지만 '대한민국 세계 5대 해양강국 건설', '세계 수준의 대학 혹은 연구원' 이라는 목표와 계획을 향해 스스로의 역량과 가능성을 믿고 자신 있게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 이사장은 또 "해양과기원이 비록 수도권에서 부산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이는 특정 지역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해양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지속 발전하기 위한 큰 도약"이라며 "해양과기원이 강력한 해양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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